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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식품업계의 ‘일본 따라하기’

김병조 편집국장
본지는 지난 6월 7일자 신문에서 ‘일본 따라하면 성공? 국산 유명 식품 대부분 일본 제품 모방’ 이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적이 있다.

국내 유명식품 업체들이 생산해내고 있는 과자류와 음료 제품들 가운데 일본 제품을 모방한 것들이 많아서 경쟁력 제고에 걸림돌이 되고 있다는 내용의 기사였다.

본지가 식품업계의 ‘일본 베끼기’를 지적한 지 한달이 조금 지난 14일,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제과업체인 크라운제과가 일본 제과업체와 상표권 침해 논란에 휘말렸다는 소식이 들어왔다.

일본의 대표적인 제과업체 ‘모리나가’사가 지난달 말 국내 유명 법률사무소를
통해 크라운제과의 소프트캔디 ‘마이쮸(MYCHEW)’가 한국시장에서 판매되고 있는 자사의 ‘하이츄(HICHEW)’를 모방했다며 이에 대한 시정조치를 요구하는 내용증명을 크라운제과 측에 보냈다는 내용이다.

모리나가는 내용증명에서 “마이쮸 제품의 상표와 제품 포장이 자사 제품과 유사해 소비자에게 혼동을 줄 우려가 있다”면서 상표 및 제품포장 사용 중지를 요구했다. 이와 함께 마이쮸 제품의 생산과 판매, 광고를 즉시 중단하고 제품 회수 및 재고품 폐기, 손해배상을 요구했다는 것이다.

상표권의 침해 여부는 법적으로 가려지겠지만 유명 국산 제품들이 일본 제품을 모방한 사례는 마이쮸와 하이츄 외에도 많은 것이 사실이다.

롯데제과의 유명 제품 ‘빼빼로’는 일본 그리코 사에서 생산하는 ‘포키’와 ‘프리츠’란 과자와 흡사하다. 맛은 물론 제품의 모양과 포장지 및 디자인까지 닮았다. 생산연도는 일본 제품이 67년부터이고 국산은 83년부터다.

농심에서 생산하는 ‘새우깡’ 역시 일본의 카루비 사에서 생산하는 ‘캇빠 에비셍’과 영락없이 닮은꼴이다. 이들 두 제품도 모양뿐만 아니라 포장지와 디자인, 맛까지 거의 흡사하다. 이밖에도 롯데제과의 ‘칸초’나 크라운제과의 ‘카라멜콘과 땅콩’ 등도 일본 모리가나 사의 ‘파쿤쵸’나 토우하토 사의 ‘카라멜콘’ 등을 그대로 모방한 제품이 아닌가 하는 의혹을 사는 제품들이다.

국내 식품업계의 일본 제품 모방은 과자뿐만 아니라 음료에서도 마찬가지다. 대표적인 것이 아미노산 음료 제품들이다. 아미노산 음료는 일본 음료시장에서 최근 몇 년간 음료업계 최고의 히트상품으로 부각된 제품이다. ‘아미노서플리’, ‘다카라’, ‘챠지’, ‘아미노 바이탈’ 등 일본에서는 아미노산 음료가 이미 2002년 히트상품으로 선정된 바 있다. 그 중에서 가장 공전의 히트를 기록한 제품은 일본 기린사의 ‘아미노서플리’다.

국내에서도 지난 1월 해태음료에서 ‘아미노업’이라는 제품을 출시한데 이어 한국야쿠르트(아미노센스), 동아오츠가(아미노벨류) 등 10여 개 업체가 아미노산 음료 제품을 내놓고 있다. 그 중에 가장 인기를 끌고 있는 해태음료의 ‘아미노업’은 일본 기린사의 ‘아미노서플리’와 병 모양에서부터 색상, 디자인 등 모든 면에서 너무나 닮은꼴이다.

모방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을 주장하는 바는 아니다. 일본이야말로 모방 천국이고, 모방으로 오늘의 경제대국이 됐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일본의 경우 모방에서 그치지 않고 ‘창조적 모방’이라고 보는 것이 옳다. 모방을 하되 독창성을 부여한다는 의미다.

우리 사회에는 ‘일본에서 잘 되는 것 따라하면 망할 리 없다’는 속된 말이 있다. 한국과 일본은 여러 가지 면에서 닮은 점이 많기 때문에 일본에서 잘되는 사업은 한국에서도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그렇다하더라도 ‘일본 따라하기’가 ‘창조적 모방’이 아니라 단순히 베끼기 차원의 모방에 그친다는 것은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사회 곳곳에 ‘일본 따라하기’가 유행병처럼 난무하는 것 자체가 자존심 상하는 일이기도 하지만 모방했다고 법적 소송까지 당하는 일은 수치스러운 일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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