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시론 ··· 만두사태 이후 해야 할 일

김병조 편집국장
‘불량만두’ 사태 이후 곳곳에서 식품위생안전과 관련된 각종 대책들을 쏟아내고 있다. 정부나 정치권, 시민단체 가리지 않고 마치 경쟁이라도 하는 듯 하다. 그러나 대부분의 경우 단속과 처벌을 강화하는 쪽에만 무게를 두고 있을 뿐 식품위생안전을 위한 근본적인 처방은 찾아보기가 쉽지 않아 씁쓸하다. 오히려 혼란만 가중시키는 느낌이다.

부정・불량식품을 추방하기 위해서는 단속과 처벌규정을 강화하는 것도 당연히 필요하다. 그동안 솜방망이 처벌이라는 지적이 많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단속과 처벌규정만 강화하는 것이 능사는 아니다.

또 효과도 의문시된다. 사형제도가 있는데도 불구하고 사형수는 나오는 게 현실이다. 처벌 이전에 부정・불량식품이 발생할 수 있는 원인을 분석하고 이를
근원적으로 차단시키는 것이 중요하다. 이것이 만두사태 이후 우리가 해야 할 일이다.

국내에서 식품위생 사고가 빈발하는 원인이 뭘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필자는 취약한 산업구조와 교육부재, 그리고 위생감시에 대한 인식 및 인프라 부족 탓으로 보고 있다. 식품제조회사 가운데 대부분이 종업원 10명 이내의 영세업체다.

이 같은 취약한 산업구조로는 빠른 시간 안에 국민이 만족할 만한 ‘식품위생 안전의 길’을 확보하기가 쉽지 않다. 30여년간 식품위생 안전을 위해 노력해온 국내 굴지의 대기업 산하 식품관련 업장에서도 위생사고는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1세기는 바이오 시대다.

국민 건강과 가장 밀접한 관련이 있는 식품산업에 대한 인식의 대전환을 통해 식품산업을 국가 전략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한 정부의 의지와 지원이 선행되지 않는 한 식품업계의 취약분야 해소는 요원할 것이며, 이런 가운데서 부정・불량식품이 근절되기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다음으로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교육이다. 영세한 업체들의 경우 뭐가 뭔지 모르고 범법자가 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식품위생과 관련해 지켜야 할 사항이 뭔지를 쉽게 이해할 수 있도록 관련 법령을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이를 적극적으로 홍보함으로써 무지로 인한 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시급하다. 사업자에 대한 교육과 홍보 못지않게 중요한 것이 국민들에 대한 교육이다.

특히 자라나는 청소년들에게 식품위생의 중요성에 대한 교육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가정에서 유통기한이 지난 식품을 냉장고에 보관하는 엄마가 있는 이상, 학교 현장에서 식중독 사고가 났는데도 별일 아닌 것처럼 식품위생에 대한 불감증을 드러내는 선생이 있는 이상 ‘식품위생 안전의 길’은 멀어질 수밖에 없을 것이다.

끝으로 우리가 해야 할일은 부정・불량식품 단속과 추방을 위한 인프라 구축이다. 이를 위해서는 시민들의 자발적인 참여가 중요하다. 식약청의 식품위생 감시요원은 고작 50여명에 불과하다. 식약청 공무원들을 통한 위생 감시는 기대하기 힘들다.

또 지방자치단체에도 전국적으로 2천여명의 위생 담당 공무원이 있지만 선출직 지자체의 ‘선심행정’ 등을 감안하면 역시 기대할 게 못된다. 그렇다면 결국 우리 국민 모두가 감시자가 되는 길 밖에 없다.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위생 감시요원이 되도록 유도하는 정책을 써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부정・불량식품 신고자에 대한 포상금 제도를 대폭 강화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 위생 감시에 대한 인식이 정착되지 않은 가운데서는 인센티브가 없으면 참여를 기대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현재 전국적으로 3천3백억원에 이르는 식품진흥기금을 신고 포상금으로 활용해 시민의 참여를 유도하는 길이 시급하다.

지난 17대 총선에서 금품수수 등 부정선거 신고자에 대해 금품수수 금액의 50배의 포상금을 줌으로써 만성적인 부정・금품선거가 획기적으로 개선된 사례를 우리는 주목해야 할 것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법과 제도 등 공권력보다 시민의 힘이 더욱 크게 작용한다는 사실을 식품위생안전과 연관지어 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