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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계, 파업은 끝났어도 파장은 길어질 듯

수입손실에 민원발생까지… 이중고

병원 노사는 22일 실무교섭을 벌여 토요 격주휴무제 등을 골자로 한 `2004년 산별교섭 노사합의안'에 극적으로 서명했다.

하지만 파업으로 인한 경영손실과 향후 주5일제 도입으로 인한 인력충원 등 추가 비용 분으로 인해 파업은 끝났어도 병원경영 악화 등 그 여파는 상당히 오래갈 것으로 예상된다.

대한병원협회는 주요대학병원의 파업으로 인한 직접적인 진료 손실액은 병원별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을 상회하는 것으로 나타나 향후 병원경영에 또 다른 한파를 예고한다고 전했다.
이번 파업으로 인해 K의료원은 6월20일 기준으로 18억원의 진료수입 손실액이 발생한 것으로 조사되는 등 외래환자 및 입원환자 감소율이 두드러진 것으로 나타났다.

E의료원의 경우 외래 환자 수는 파업중인 타병원에 비해 크게 줄지 않았지만 입원 환자 수는 일평균 620명 수준에서 540명 정도로 줄어든 것으로 조사됐다.

파업한 병원의 사정은 다들 마찬가지로 H의료원 산하병원의 경우 전년도 동기 대비 초진환자수가 47.6%, 외래환자는 12%, 입원환자는 23% 이상 줄었으며, 진료수익도 외래의 경우 약 14%, 입원은 28% 정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병원의 경우 수술건수 감소폭도 커 병원 경영악화의 한 원인으로 꼽힌다.

이번 파업으로 병원경영 악화는 물론 환자들의 불편과 이로 인한 민원발생도 극에 달했다.

우리나라 대표 의료기관인 S병원의 수술건수(21일까지 현황)가 평소의 30%에도 미치는 못하는 34건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나 환자들의 불편이 어느 정도인지를 반증하고 있다.

특히 이 병원의 경우 전체 40개 병동 가운데 간호사 1명만 근무하는 병동이 23개에 달했으며, 원무과 수납창구 직원의 파업참여로 수납대기시간이 길어져 환자들의 불편도 컸다.

이 같은 집계상황은 직접적인 진료수익 손실분만 계산했을 뿐 간접적인 수익손실은 전혀 반영되지 않아 향후 그 여파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아울러 병원 노동자들이 근로시간 단축을 위해 파업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국민들은 ‘병원파업’으로 인식, 불신과 따가운 눈총을 보내고 있어 이 또한 향후 병원계가 풀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무엇보다 향후 주5일제가 시행될 경우 인건비 등의 비용이 늘어나는데 반해 수가통제 정책으로 가격은 정해져 있고, 병원 문을 여는 날은 줄어들어 진료수익은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

대한병원협회는 "비용이 크게 늘어나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지만 병원자체의 경영효율화 노력만으로는 더 이상 해결할 수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며 ”근무시간 단축이라는 정부정책의 변화로 추가비용이 발생된 만큼 정부차원의 병원경영수지 보전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일부 병원 관계자는 “차라리 병원을 경영하는 것보다 장례식장을 경영하는게 나을 것”이라며 무거운 심정을 토로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이 같은 상황에서 토요일 진료공백을 메워 환자들의 불편을 줄이고 병원이 제 기능을 다하도록 하기 위해선 토․일요일을 대비한 응급의료체계 강화, 야간수가할증제도 재정립 등 정부의 발 빠른 대응이 요구된다.

배민경 기자/jin@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