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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남 고성서 이타이이타이병 의심환자 발생

7명중 6명 혈중 카드뮴 농도 기준 초과
뒤늦은 정부 대처에 주민들 분개


경남 고성군에서 일본의 대표적인 공해병이었던 이타이이타이병으로 의심되는 환자가 집단으로 발병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지난 3일 환경운동연합 (사)시민환경연구소 수질환경센터에 따르면 지난달 고성군 삼산면 한 마을의 옛 구리광산 부근에 사는 주민 7명을 전문기관에 의뢰해 혈중 카드뮴 농도를 조사한 결과 6명이 2.51ppb ~ 6.64ppb로 측정돼 노동부 산하 산업안전공단의 작업환경기준을 적용, 일반인 함유 기준치인 2ppb이하를 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혈중 조사에 이어 소변조사에서도 이들 6명을 포함한 7명에서 카드뮴이 3.8 ~ 11.59 ppb가 검출돼 심각성을 드러냈다.

소변의 카드뮴 기준치는 국내에서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으나 일반인에 비해 훨씬 높은 수치여서 신장에 카드뮴 축적이 심각한 것으로 보인다고 수질환경센터 이상용 연구기획실장은 설명했다.

또한 폐광 갱내 유출수에서도 카드뮴 성분이 먹는물 수질기준 0.005ppm의 5배, 하천수 기준 0.01ppm의 2.5배(0.025ppm)나 검출됐다.

수질환경센터는 이타이이타이병으로 확인될 경우 국내 첫 사례라며 앞으로 고성군 삼산면 마을 주민 200여명을 대상으로 추가정밀 조사를 벌일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환경부는 삼산면의 삼산제일광산은 지난 92년 12월 폐광됐으며 산자부가 페석유실방지 등 광해방지사업으로 고성군에서 올해 1월부터 추진 중이라고 말했다.

환경부는 또 경상남도 오염실태 파악 및 인과관계 규명 조사결과를 토대로 토양오염 방지대책을 마련키로 했다.

또한 경상남도 보건환경연구원도 유입하천수, 갱내수, 간이상수도 수질검사와 토양오염도 검사를 현지에서 실시한 결과에 따라 구체적인 계획을 수립·시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남도와 고성군은 “이타이이타이병 의심환자가 발생했다는 언론의 보도를 접하고나서야 주민들의 질환상태를 처음으로 알았다”며 “내달부터 광산정비사업에 나설 것”이라고 지난 4일 밝혔다.

주민들이 이타이이타이병 공포에 휩싸이고 있는 가운데 보건당국이 뒤늦게 폐광산 정비공사에 나서 안이한 보건행정에 대한 질타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또한 마을 이장 양창수(58)씨는 “군청 공무원들은 수십년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공식적인 건의가 없다는 이유로 위험에 처한 주민들을 외면했다”며 분개한 사실이 전해지면서 무사안일 행정이 빚은 재앙이라는 비난이 커지고 있다.

이현윤 기자/1004@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