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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영의 맛집 여행] 중국요리전문점 ‘노독일처’

수타로 빚은‘포청천개봉만두’

야들야들 쫄깃쫄깃한 만두피와 담백한 고기의 조화




찢어질 듯 야들야들한 만두피는 쫄깃하면서도 고소하다.

포청천개봉만두 만두소인 고기는 다질 때 숨은 비법 탓에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는다. 입자가 살아있으면서도 잘 뭉쳐져 씹는 맛이 그만이다. 다부진 맛이랄까. 또 만두를 한 입 베어 물면 육수가 그득 터져 나오는데 담백한 고기와 어울려 감칠맛을 더한다.

부추딤섬은 실제 중국 산둥성 본토에서 현지인들이 아침식사로 널리 애용하고 있는 음식이다. 일반 딤섬과 달리 기름에 튀기지 않고 온열에서 구워 조리되기 때문에 전혀 느끼하지 않은, 담백하고 깔끔한 맛이다. 담백한 반죽 속에 푸짐한 부추 때문에 건강식으로 추천할 만 하다.

매콤한 해물소스와 각종 해물이 버무려진 노독일처특면. 공들여 자체 개발한 소스 때문에 시내 내노라 하는 중국음식전문점에서도 맛볼 수 없는 말 그대로 노독일처만의 ‘특면’이다.

포청천개봉만두와 부추딤섬, 노독일처특면은 모두 즉석수타로 만들어진다. 주문이 떨어져야 만두와 딤섬을 빚고 면도 그제서야 반죽되기 시작한다.

미리 만들어 놓으면 만두는 속재료에서 물이 나와 피가 늘어지고 탄력이 떨어지고, 국물요리도 미리 조리된 것을 재탕해 나가면 그 향과 맛이 떨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즉석으로 밀고 빚어내는 만두는 아무리 빠른 손놀림이더라도 찜통을 거쳐 전달되려면 어느 정도 시간이 걸린다. 하지만 황홀한 미각행복은 기다림 끝에서 진정 맛있는 만두를 먹는 그대의 몫. 기다리느라 지루했던 기억은 금세 잊혀지게 마련이다.

수타로 만든 만두피와 면은 쫄깃쫄깃하면서도 부드럽다. 밀가루 고유의 텁텁한 맛도 말끔히 사라져 신기할 지경이다. 면발에 이미 양념이 베어져 있거나 텁텁한 맛이 느껴지기 전에 입안에서 스스르 녹아버린다. 칼칼한 게 한입한입 여운이 오래, 그리고 깊이 남는다.

생각만으로 다시 입맛 당기기 시작한다.

신사동에 위치한 노독일처는 수유리에 원조 노독일처에서 나온 분점. 분점이라 해도 사장이 같고 조리장이 수시로 왕래하기 때문에 맛은 절대 본점 못지 않다.

우연히 길을 스치다 유리창 넘어로 수타장면을 보고 자장면을 먹으러 들어오고 자장면이 맛 좋아 다른 요리도 주문해 먹는다. 또 맛 좋아 점심시간마다 한끼를 때우기 위해 매일 출근도장을 찍고 저녁식사에는 귀한 손님을 접대하기 위해온다. 그리고 주말에는 가족과 함께 온다. 문을 연지 막 3년이 되었는데 이렇게 단골이 된 손님이 전체 80~90%정도라고 한다.

심지어 본토 중국인들이 찾을 지경. 굳이 맛있다고 줄줄이 자랑하지 않아도 금방내 노독일처의 맛솜씨를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가격무시 오로지 맛내는데 최상의 재료를 사용해야 한다는 게 이 집 조리장의 고집이다. 재료에서부터 맛이 제대로 나기 시작한다는 생각 때문이다.

일반 중국요리전문점에서 볼 수 있던 유이(?)한 반찬이 김치와 단무지인데 비해 각종 저림과 볶음 등 6가지 이상이 차려지는 정갈한 한 상 찬도 인상적이다.

또 이곳 조리장은 1년에 한 두번은 중국본토를 방문하게 되는데, 새로이 나온 음식을 찾기 위해서다. 그리고 새로운 메뉴는 우리 입맛에 맞춰 개발 시식 후 메뉴판에 선보이게 된다. 새로운 메뉴개발은 물론 있는 음식도 날로 그 맛이 더 나아져야만 한다. 노독일처의 맛에 대한 고집은 대단한 것이었다.
노독일처에서는 계절별로도 색다른 메뉴들이 소개되는데 겨울에는 오리고기찜이 여름에는 수타냉면과 굴짬뽕 등이 선뵌다. 모두 주메뉴 못지 않는 인기를 누리는 요리들이다.

된장찌개, 김치찌개 뻔한 점심메뉴에 지루해 지기 시작했다면, 애인이나 친구를 만날 때 맛있는 음식으로 분위기를 더 돋우고 싶다면, 할아버지부터 막내딸까지 어우르는 주말외식메뉴를 찾는다면, 혹 목적 없이 ‘그냥’ 입맛당기는 음식이 먹고싶다면... 적극 노독일처를 권할 만 하다.

“꽃빵 한 접시라도 챙겨주고, 만두 몇 개라도 더 올려줘야지 마음이 좋아요”

어쩌면 시끄럽고 현란한 이 거리에서 소박한 모습으로 꿋꿋이 살아남을 수 있었던 노독일처의 저력은 모두 손맛과 함께 손님을 대하는 정성에 있다.

친절함까지 더해진 안 그래도 맛있는 음식, 식사때가 가까워질수록 환장하게 입맛 당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