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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음식문화바꾸자’ 시리즈 ④ 전통식단을 되살리자

전통식단, 암·성인병 예방에 최상

10년새 고혈압 줄고…대장암 늘어
짠 음식 ‘절제’…우유·과일 ‘권장’
현대인에 맞는 新메뉴 개발 시급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나라의 전통식단이 성인병 예방 등에서 우수하다는 연구결과가 나와 화제다.

대한의사협회 산하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식은 적절한 칼로리를 공급하면서도 콜레스테롤과 포화지방산 등이 적당히 함유돼 있고 불포화 지방산, 채소, 콩류, 엽산 등을 풍부하게 섭취할 수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요즘들어 우리 식탁만큼 변화가 빠른 곳이 없고, 또 그만큼 주객전도가 심한 곳이 없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로 1992~1996년에는 식탁용 가구중 전통적인 숟가락 및 젓가락의 출원 비중이 약 83%로 대부분을 차지했으나, 1997~2001년에는 포크 및 테이블나이프의 출원 비중이 약 40%나 돼 그 비중이 점차 커진다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은 우리의 식생활 문화가 점차 서구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이만큼 우리의 식생활은 우리의 것보다는 남의 것을 쫓는 상황이다. 그러나 우리의 전통식단의 우수함이 입증된 이상 전통식단을 개선·발전시키는데 소홀해서는 안되겠다.

전통음식이 따로 있나요
전통식사란 쌀에다 보리, 조 등을 섞어 밥을 지어 주식으로 하고 콩으로 장을 담그고 육류, 어패류와 채소로 구이와 나물을 만들어 주식과 부식으로 분리된 형태다.

특히 탄수화물,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지방이 고루 조화를 이루고 있다. 쌀은 다른 곡류에 비해 영양학적으로 우수해 밥 중심 식사는 균형잡힌 식사이다.
하지만 전통식사라 하면 복잡하고 번거롭다는 생각이 많이 깔려 있어 요즘들어서 간편한 인스턴트, 패스트 푸드를 찾는 사람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전통음식 이만큼 좋아요
우리나라는 최근 10년간 비만, 당뇨, 심장병 등이 증가하고 있는 반면, 뇌졸증, 고혈압, 간질환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또한 폐암, 대장암, 유방암, 전립선암은 증가하지만 위암, 간암, 자궁경부암은 정체 또는 감소하고 있다.

이는 한국 전통음식이 가지고 있는 장점 때문이다. 전통식단은 칼로리를 적절하게 섭취할 수 있고, 콜레스테롤도 적절하다. 또 식이섬유와 채소, 콩류 등을 풍부하게 먹을 수 있어 건강에 도움을 준다.

또한 우리만의 식생활도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먼저 밥과 함께 여러 가지 음식을 한상에 차려놓고 먹기 때문에 다양한 식품 섭취가 가능하다. 또 식물성 식품의 섭취가 높고 동물성 식품의 섭취가 적을 뿐 아니라 담백한 조리방법을 많이 사용해 열량이 높지 않다. 그리고 김치 등 발효식품은 독특한 맛과 함께 장의 건강과 만성질환의 예방에 도움이 된다.

전통식단 이것만은 좀...
하지만 우리 전통식단은 보완 할 점도 많다. 우선 조리시간이 길고 복잡한 것을 보다 단순화해야 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아침식사를 거르는 사람들이 꼽은 이유 중 대부분을 차지하기 때문이다.

또 주요 암의 원인이 되고 있는 염분이 많은 발효음식, 저장음식을 반찬으로 사용하는 비중을 줄여야하겠다.

마지막으로 현미, 잡곡 등을 함께 사용한 다양한 주식을 개발하고, 전통음식을 현대 생활에 맞게 먹을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우유 및 유제품, 과일의 섭취를 권장해야 하겠다.

전통식단 앞으로는
최근 학생, 젊은이들 사이에서 늘어나고 있는 조식 결식은 다음 끼니의 과식을 유발하여 비만을 유도하므로 이에 대한 대책으로 간편한 죽이나 떡을 이용한 다양한 식단 소개 및 홍보, 계몽이 있어야 겠다.

또한 밥 중심 식사의 다양화 및 어린이, 청소년, 청년층에게 매력적인 메뉴와 간식의 개발, 쌀 가공식품의 다양화가 필요하다. 미래 국가의 근본이 되는 어린이 청소년에 대한 올바른 식생활 교육과 우리 전통 식사 형태인 밥중심 식사의 우수성에 대한 교육이 학교와 가정에서 필요하다.

실제로 서울 시청에서는 건전하고 위생적인 우리 음식문화의 정착을 위해 ‘음식문화개선’이라는 주제로 매년 공모전을 열고 있다.

2001년부터 열리고 있는 ‘음식문화개선을 위한 수필공모전’은 우리 전통음식에 관해 생각해보는 기회를 제공하고 의식의 변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03년 3회 공모전에서는 초등부 은상에 ‘우리몸엔 우리것이’(이현지, 번동초등)가 당선됐고, 중등부 대상에는 ‘가장 한국적인 것이 가장 세계적인 것이다’(이슬아, 경희여중)가 당선됐다.

또한 고등부 대상에는 ‘자라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전통음식을’(김아름, 광문고), 금상에는 ‘된장찌게가 제일 좋아요’(김준국, 세화고), ‘우리 전통, 향토음식의 계승 발전방안’(강나루, 세화여고) 등이 당선됐다. 일반부에는 ‘우리전통음식 이젠 좀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요’(박종희 일반인)가 대상에 꼽혔다.

이같은 공모전은 일반인들도 전통음식에 대해 생각해보는 시간을 갖게 해 패스트푸드에 물들어 있는 아이들도 전통음식에 대한 인식을 바꿔줄 뿐 아니라, 일반 가정에서도 전통식단을 더욱 활성화시키는데 큰 기여를 하고 있다.

면역력 강화해주는 한국식이
최근 사스와 조류독감 같은 면역력 약화로 인한 질환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 면역력을 강화하는 영양요소로는 김치, 어류, 녹차, 비타민 A, C, E가 있다. 영양를 과다섭취나 반대로 결핍은 면역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다.

쌀밥과 김치가 중심인 한국식이는 비타민과 무기질을 골고루 포함하고, 칼로리나 지방질의 과다를 초래하지 않아 체내 면역기능을 유지하는데는 이상적인 식이다. 면역기능과 관련해 자세히 알아볼 필요가 있겠다.

= 한국식이는 쌀에 의한 밥 중심 식사로 대부분 백미를 이용하고 있다. 백미는 당질이 주성분이나 양질의 단백질이 7% 정도 포함되어 있으며, 지방은 1% 밖에 되지 않으며 75% 이상이 불포화지방산으로 구성되어 비만과 고지혈증 같은 영양과잉을 초래하는 경우는 드물고, 오히려 혈중 콜레스테롤 저하 효과가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현미는 백미에 비해 각종 비타민과 필수지방산 및 섬유질의 함량이 높아 영양적으로 더 우수하다.

현미에 많이 함유된 비타민, 섬유소, 무기질, 페놀화합물, 불포화지방산 등이 면역기능의 활성화를 유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김치 = 김치는 우리나라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음식으로 대부분의 사람들이 부식으로 상용하는 음식이다. 김치는 식단에서 각종 비타민과 무기질을 공급하며, 현대인에게 부족한 식이섬유의 훌륭한 급원이 되고 있다. 이러한 김치는 그 자체 뿐 아니라, 부재료로 사용되는 고추, 마늘 등도 면역작용을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김치의 섭취는 유용균의 장내 증식을 촉진하고 유해균의 증식을 억제하여 감염성 설사, 장염, 자발성 감염을 예방하는 감염 방어효과가 있을 뿐만 아니라 비타민과 아미노산 합성 및 해독작용을 통해 면역 강화의 효과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또한 고추의 매운맛 성분인 캡사이신(capsaicin)은 김치의 풍미를 향상시킬 뿐만 아니라 식욕촉진 효과 등 다양한 생리적 효과를 나타내고, 적당량을 사용할 경우 면역세포의 활성이 증진된다.

마늘도 그 독특한 향기를 주는 함황아미노산인 알린(alliin) 때문에 항균작용을 한다. 뿐만 아니라 김치 발효에 관여하는 생유산균도 면역증강작용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상용식이지방 = 참기름, 들기름, 우지를 사용하여 식이지방의 종류와 수준이 면역능력에 미치는 영향을 실험한 결과, 세포성 면역반응 능력이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면역능력을 더욱 향상시키기 위해서는 식이지방의 수준이 높지 않아야 하고, 식이내 지방의 총량이 적을 때는 불포화 지방산으로 섭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버섯 = 예부터 향미 및 풍미성분이 풍부하고, 당질,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과 같은 영양소를 골고루 함유하고 있어 건강 및 기호 식품으로 널리 이용돼온 버섯은 항암활성, 면역증강효과 및 항산화 효과 등이 뛰어나다.

해조류 = 김, 미역, 다시마, 톳 등의 해조류는 식이섬유로서 섭취시 장의 활동이 원활하게 하고 배변을 잘 되게 하여, 유독 성분이 장내에 머무르는 시간을 줄이고, 대변량을 늘림으로써 유독 성분을 희석시켜 대장암의 발병률을 낮춰준다.

녹차 = 녹차의 섭취는 만성 위축성위염을 예방할 수 있다. 또한 녹차 추출물은 표피의 효소에 대한 항산화효과를 나타내서 염증 및 종양 촉진을 역제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자료협조 :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



전통식단연구 전문가 의견


“현대인 기호성 보강해야”
“한상가득문화를 코스요리문화로 전환 시급”


김은미 박사
식품개발연구원
우리 전통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것을 모르는 사람은 없다. 요즘은 특히나 웰빙이다, 몸짱이다 해서 건강에 좋다고 하면 너도나도 모여드는게 현실이다.

사람들의 입맛은 점점 까다로워지고 서양식은 계속해서 밀려오는 상황에서 전통음식을 개발하고 육성해야 한다는 것을 직접 느끼는 사람들이 있다. 바로 우리 전통식품을 현시대에 맞게 개발하고 개선하는 사람들, 바로 식품개발연구원에 있는 사람들이다.

식품개발연구원에서는 외식화가 가능한 전통식품의 발굴, 개선 및 편의화를 통해 소비확대, 전통식품의 우수성과 평가를 위한 과학적 프로그램 개발, 전통외식산업 활성화 및 국제화를 위한 전통식문화 및 국민 식생활 개선에 관한 연구를 수행하고 있다.
전통음식의 개선을 위해 가장 최일선에서 노력하고 있는 사람, 전통식품연구본부 외식산업연구팀의 김은미 박사의 얘기를 들어봤다.

- 전통음식이 처한 상황은 어떤가.
호텔에서 한식당이 없어지는 등 우리 전통음식이 설자리를 잃고 있다. 조선호텔에서는 이달 말까지 한식당을 모두 없애기로 했고, 신라호텔에서도 한식당을 다른 것으로 대체하고 있는 상황이다.

특히 호텔에서는 외국인이 얼마나 쉽게 접근할 수 있는가가 중요하다. 그런데 우리 전통음식은 다른나라 음식에 비해 어두운 이미지를 갖고 있어서 거부감이 크다. 또한 복잡하다는 인식도 우리 전통음식의 설자리를 없애는데 영향을 끼친다.

- 전통음식이 그 설자리를 잃는 이유는.
사람들의 기호가 변하고 있는 것이 문제다. 우리 음식은 경험해 본 사람이 아니면 먹기에 힘든게 사실이다. 우리 음식이 건강에 좋다는 연구결과가 속속 나오고 있지만, 아무리 건강에 좋다고 해도 음식은 입에 맞아야 한다. 자꾸 먹어보지 않으면 잘 안먹을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어렸을때부터 우리 음식을 먹어야지 패스트푸드나 인스턴트에 길들여지면 안된다. 친동생도 지금 나이가 마흔 정도 됐지만 어렸을때부터 김치를 먹어 버릇하지 않아 아직도 김치를 좋아하지 않고 잘 먹지도 않는다.

- 어떻게 개선해야 할까.
중국음식의 경우는 요리라는 인식이 강하다. 그래서 코스화가 일반화 되어있다. 하지만 우리 음식은 코스화가 안된다. 코스라고 해봐야 에피타이저와 디저트가 나오는게 고작이고 주요 식사는 한꺼번에 한상 가득 나온다. 한상 가득나오면 부담스러워지게 마련인데, 이것에대한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 식품개발연구원은 어떻게 하고 있나.
전통식을 현대인에게 맞게 기호성을 보강한다거나 편리성을 높이는 연구를 하고 있다. 그러나 개별적으로, 품목별로 개발을 하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것을 잘 조합한다면 하나의 좋은 식단이 만들어질 수 있을 거라고 본다. 현재 전통식을 현대화하는 개발을 기업들과 같이 하고 있고, 이렇게 개발된 식품들은 가공식품으로 나가 판매되고 있다.

- 전통음식에 대한 개인적 의견.
지금 우리나라의 식생활은 급격하게 서양식으로 바뀌고 있다. 극단적인 상황을 우려해 전통식으로 가자고 하는 목소리가 많아지고 있는데, 지금은 단지 과도기일 뿐이라고 생각한다. 우리도 일본처럼 전통식을 그대로 이어가는데 힘을 쏟고 여기에 남의 것을 가미하게 되는 때가 올 것이라고 본다. 지금은 이를 위한 시도를 하나씩 하고 있는 때다.

- 일하면서 느낀 점이 있나.
처음에는 전통음식의 현대화를 쉽게 생각했다. 그런데 점점 어려운 일이라는 생각이 든다. 또한 전통식품연구본부에 외식산업연구팀이 생긴 것은 작년 4월로 얼마지나지 않았다. 때문에 아직은 이런 저런 시도를 계속 할 생각이고, 또하다보면 정말 좋은 결과가 나오리라고 본다. 정부에서도 마찬가지로 쉽지 않은 일일꺼라고 생각하고, 모두 함께 힘을 모으는게 중요한 때라고 보여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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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현윤 기자/1004@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