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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음식문화바꾸자’ 시리즈 ③ 외식문화를 바꾸자

“한식 선호하지만 딱히 갈 곳 없다”

증가하는 외식 수요자 양식·일식 등에 빼앗길 판
한식에 대한 편견 버려야…정부 지원, 협력 요구
한식 전문가 양성 절실…해외시장 진출 가능성


“라면쪼가리, 빵부스러기 먹지 말고 밥 먹어 밥!”

귀가 따갑게 들어 온 말이다.
왜? 라고 물으면 우리 어른들은 딱히 무어라 말하지 않고 목소리만 높인다.

‘우리 몸에는 우리 것이 좋은 것이여’라는, 귀에 박힌 이 말 한마디가 모든 이유를 대신했던 것이다.

하지만 최근, 우리 한식이 몸에 좋다는 과학적 근거들이 쏟아지고 있다. 전통음식인 된장은 암과 고혈압 등 현대병 예방에 탁월하다는 것을 과학적으로 입증 받았으며 또 김치는 동맥경화증 예방에 효과가 높아 이미 세계적인 식품으로 인정받고 있다.

대한영양사협회에 따르면 밥과 국, 생선 등 우리의 평범한 밥상은 비만도 예방한다. 또 쌀에는 밀가루보다 서너배 많은 식이섬유가 있어 소화가 빠르고 구리, 아연 등과 결합해 인체에 해로운 중금속 흡수를 막아준다.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요즘, 이 같은
소식은 우리의 밥상을 변화시키기 시작했다. 실제로 백화점 등의 유통매장에서는 한식 재료의 매출이 눈에 띄게 증가하기도 했다.

외식 문화는?
집안 식탁과는 달리 좀처럼 변할 줄을 모르고 있다.

시중에 한식음식점은 고가메뉴만을 취급하는 곳 아니면 된장찌개, 김치찌개가 전부인 기사식당, 동네 식당이 대부분이다. 그래서 한식은 직장인들의 어쩔 수 없는 점심 한끼가 아니면 중산층 중년층의 손님접대용의 한계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우리에게 한식외식이란 너무 부담스럽거나 너무 가벼운 것이었다. 극과 극을 달리고 있는 우리네 한식외식산업에 중간 수요자들은 도대체 갈 곳이 마땅치 않아 헤매다 양식, 일식 등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맞벌이 부부 및 독신자의 증가와 함께 주5일 근무제로 외식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실제로 최근 설문조사에서 한달에 2회 이상 외식을 하는 소비자가 전체의 88.5%로 지난해(77.3%)에 비해 월등히 높아지고 있는 반면 거의 하지 않는다는 응답은 지난해(4.5%)에 비해 대폭 감소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문가들은 앞으로 외식 수요자는 계속 증가추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맛도 좋고 몸에도 좋은 최고의 음식문화를 가지고 있으면서도, 늘어나는 외식소비자들을 양식, 일식 등에 대거 빼앗겨버릴 모양새이다. 불안하고 억울한 일이다.



한식은 돈 안되고 어렵다?
“한식은 항상 먹는 것이어서 소비자들이 외식메뉴로는 꺼려할 것이라는 생각 때문에 업체들이나 사업가들이 한식사업에 뛰어들지 못하고 있다”

국내 한식의 대표브랜드 놀부의 김미은 홍보담당자는 업체와 사업가들의 편견을 지적했다.

한식은 무조건 복잡하고 어렵다는 생각, 돈벌이가 안 된다는 생각은 모두 편견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로 외식을 할 때 주로 어떤 음식점을 찾는가에 대한 외식선호도 조사에서 총 응답자 중 41.6%가 ‘한식당’이라고 답했다.

지난해에는 35.3%를 나타내는 등 한식에 대한 선호도는 앞으로도 증가추세를 보일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고객들은 한식을 선호하고 있지만 막상 둘러보면 마땅히 먹을 만한 곳이 없다. 확실한 수요자가 있는데 그만한 공급자가 없는 꼴이다.
한편 음식노동조합 주성주 부위원장은 전문인력의 부재를 한식외식산업의 문제로 꼬집었다.

외식업체 전반과 업계 종사자들이 대부분 한식조리사를 양식, 일식 조리사에 비교해 덜 전문적으로 인식하고 있다는 것이다. 주 부위원장은 요즘의 조리사들 대부분도 양식과 일식 등을 선호하고 있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전국 대학 수십여개의 제과제빵학과와 호텔조리학과가 있는 반면 한식외식관련 학과는 서라벌대학의 한식조리창업학과 단 1곳뿐이라는 것은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서울시내 한 조리학원 관계자는 “전문적으로 조리기능을 배우는 수강생의 대부분들이 한식을 양식과 일식 등을 배우기 위해 기초과정이라고만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업체와 업체 관련자들의 의식전환과 더불어 전문가들은 정부의 협력지원이 절실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이제 막 프랜차이즈산업에 관심을 보이기 시작한 상태다. 한식외식업체들은 무수한 프랜차이즈사업 중 하나인 한식 외식프랜차이즈에 관심을 보이기는커녕 전체 외식 프랜차이즈에도 아직 아무런 지원이나 대책이 없다며 불만을 토로했다.

지난해 충북도는 도내 23개 음식점을 ‘대물림 전통음식 계승업소‘로 지정하는데 이어 서울시는 ‘Hi Seoul’기념행사로 자랑스러운 한국음식점 19곳을 선정했다. 전통음식을 살리고 지역 관광상품으로 활용하겠다는 생각이다.

하지만 선정된 음식점들은 대부분 심사만 요란했을 뿐, 이후 지원과 홍보가 기대에 전혀 미치지 못했다고 말하고 있다.

일시적 행사는 일시적 효과만을 가져다 줄 뿐, 업계와 협력을 강화해 좀 더 장기화, 체계화된 지원과 정책이 필요하다는 게 한결같은 목소리다.

이 밖에 한식외식을 대규모로 발전시키는데는 조리방법과 맛을 어떻게 표준화하느냐도 관건이다.

한쿡의 양원일 홍보담당자는 “한식은 양식과 같이 음식에 들어가는 양념과 재료 등 정확히 떨어지는 조리법이 없기 때문에 한식 전문화가 어렵다”라고 밝혔다.

무수한 각 지방마다의 음식의 맛이 다르기 때문에 맛을 표준화하는 것은 어쩌면 불가능한 일일는지도 모른다는 설명이다.

한식외식업체들이 가장 중점을 두고 우선 연구개발 해야 할 부분이다.

또 전 연령대를 통합할 때에는 한식메뉴의 선호도가 월등히 높았지만 10대와 20대는 각각 18.2%, 30.6%로 30대 이후의 연령층에 비해 비교적 낮은 수치를 나타냈다. 그만큼 인테리어, 매장관리, 메뉴 개발 등 젊은층을 섭렵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돼야 한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한식외식발전은 국민건강과 우리문화 지키는 일
한식외식산업에 대한 정부의 관심과 협력에 대한 요구는 막연한 주장이 결코 아니다.

패스트푸드, 인스턴트 식품들을 보면 최근 감자튀김에서 발암물질이 다량 함유된 것이 확인됐고, 이들 음식에 함유된 지방과 인공적으로 첨가된 화학물질은 비만과 각종 성인병을 유발하는 등 패스트푸드의 문제점이 속속 드러나고 있다.

과학적 검증을 받은 한식을 외식산업을 통해 발전시키는 것은 국민의 건강을 지키는 일이기도 하다.

또 국내산업 성장에 이어 해외시장에서 한식외식산업이 성공한다면 우리 나라가 얻을 수 있는 경제·사회적 이익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우선 수천 명의 인력 수출이 가능하고 국산 농수산물의 수출도 가능하다.

더욱이 한국이미지가 제고되는 등의 문화적 이익은 수치화 할 수 없을 만큼의 것을 안겨줄 것이다.

물론, 음식을 보기 좋게 꾸미는 각종 기술, 외국인들의 취향에 맞는 실내 장식 등의 연구가 우선시 되어야 할 것이다.

‘놀부’는 이미 98년 말레이시아와 미국에 진출했으며 내년에는 중국진출을 계획하고 있다.

‘우리들의 이야기’는 중국에 이어 미국과 일본 진출을 서두르고 있으며 미국내 프랜차이즈를 확장하기 위해 교섭 중에 있다.

한식은 맛도 무난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서양 음식은 조리 음식이 빈약하고 중국이나 중동 음식들은 기름을 너무 많이 쓰거나 특유의 향료로 느끼한 맛이 있다. 반면에, 우리 음식은 느끼하지 않고 담백한데다 섬세한 미각을 충족시키는 까닭에 세계적인 음식으로 손색이 없다는 것이다.

놀부 마케팅 담당자는 “내실위주의 점포관리와 별미식 등의 메뉴차별화와 철저한 현장 조사가 동반된다면 한식외식산업의 세계진출은 충분하다”고 말했다.

해외에도 한국 음식점이 많이 있지만 대부분 자본이 영세하고 음식 솜씨 또한 국내 대형 음식점들의 수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자본과 기술, 그리고 솜씨, 대기업의 경영 기술, 그리고 정부의 지원이 있다면 세계의 식도락가와 외식 업계를 평정하기란 어렵지 않을 것이다.


한식외식산업을 선도하는 기업들

놀 부

놀부부대찌개 등 전국 360여곳 가맹점 운영


1987년 신림동 뒷골목의 5평 점포의 ‘놀부보쌈’이 모태인 ㈜놀부는 현재 국내 최대 한식프랜차이즈 기업으로 자리하고 있다.

놀부는 보쌈을 시작으로 지금까지 놀부부대찌개, 놀부솥뚜껑삼겹살, 시골상차림 놀부집, 놀부유황오리진흙구이, 놀부순대국밥점, 석쇠구이한판 등의 아이템으로 전국에 약 360개의 가맹점을 운영하고 있다.

보쌈, 유황오리 등의 특화메뉴와 철저한 매장관리, ‘고객에게 이익을 줘라’는 경영철학이 사업성공의 비결.

놀부에서 주목해야 할 것은 철저한 현장중심의 경영방식이다. 놀부는 고객이 식사하는 공간, 일선직원이 일하는 영업현장, 그리고 고객의 목소리를 직접 들을 수 있는 점포 현장을 모든 경영의 기초로 여기고 있다. 360개가 넘는 점포를 한달에 2회씩 방문해 문제점 등을 본사와 긴밀한 협력을 통해 해결하고 있다.

(주)놀부는 현재까지 각종 프랜차이즈 대상, 지식경영대상, 산업포장 등을 수상했으며, ISO 9001 인증을 획득하는 등 지식경영과 품질경영을 접목해 내실경영의 기반을 다지는 데에 주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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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들의 이야기

반찬 위주 메뉴서 개인 요리화 선택폭 넓혀


외식업계 최초 벤처기업인 ㈜JK Food Tech의 우리들의 이야기는 조리 과정에서 조리하는 사람에 따라 그 맛이 좌우되는 우리 음식을 항상 일정한 맛과 조리 상태를 유지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해 한식외식사업의 가장 중요하고도 어려운 표준화 문제를 많이 해결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러한 기술성과 사업성에 힘입어 우리들의 이야기는 2000년 11월에는 중소기업청으로부터 외식업계 최초의 기술평가 벤처기업 인증을 획득하기도 했다.

특히 우리들의 이야기는 전문 요리점이나 반찬 위주의 기존 한식집과는 달리 모든 메뉴를 개인 요리화하여 선택의 폭이 넓다는 장점을 가지고 있다. 전채요리, 특선요리, 면요리, 찌개요리, 쟁첩요리로 구분되어 있으며, 2인용 세트메뉴 및 코스메뉴까지 준비돼 있다.

더불어 우리들의 이야기는 매달 이벤트를 벌이는 등 다양한 프로모션으로 고객유치에도 앞서 나가고 있다.

㈜JK Food Tech는 현재 우리들의 이야기 이후 제2의 브랜드인 칼국수 샤브샤브 전문점 ‘황실이야기’를 오픈해 프랜차이즈 전개 중에 있으며, 앞으로도 다양한 형태의 한식 레스토랑을 개발해 사업다각화를 이룰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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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쿡

각 지방 별미등 먹거리 볼거리 공간제공


CJ푸드빌이 5년여의 준비기간 끝에 소개한 뷔페형식의 신개념의 한식음식점 한쿡.

한쿡은 전통과 현재가 공존하는 고급스러움, 신선한 야채를 사용한 전통 한정식 요리를 편안하고 자연스러운 서비스와 함께 맛 볼 수 있는 한국형 패밀리레스토랑이다.

한쿡은 특히 대중화되지 못하고 있는 한식의 대중화를 위해 가격책정과 술을 포함한 메뉴설정에 세심한 신경을 써 가격대비 만족도를 높였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한쿡은 자연, 건강, 전통을 테마로 하고 있으며 친환경 우리 농산물을 이용한 한정식 메뉴를 전통 가옥을 응용한 현대적인 분위기의 매장에서 맛 볼 수 있다. 또한 좀 더 색다른 메뉴 변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집에서 먹기 힘든 각 지방의 특색 별미를 선보이기도 했다.

이외에도 한식에 익숙하지 않은 어린이들을 위해 어린이 전용코너, 전통 소품 등을 이용한 다양한 볼거리등이 있어 온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간을 제공하고 있다.

한식레스토랑이라는 주제를 살려 레스토랑내에 한국의 전통 소품을 전시하는 등 교육의 장으로도 매출향상과 함께 좋은 평가를 받기도 했다. 쾌적한 분위기에서 합리적인 가격대로 전통 한식을 맛볼 수 있다.

CJ푸드빌은 지난해 대치동 1호점 오픈한데 이어 올 7월 2호점을 오픈 할 계획이다.


‘음식문화바꾸자’ 시리즈 ② 위생안전 더 높이자

‘음식문화바꾸자’ 시리즈 ① 음식쓰레기 줄이자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