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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영의 맛집 여행] 이북요리전문점 - 눈나무집

새콤한 '김치말이' 부드러운 '떡갈비' 일품

봄 마음까지 배부른 집



"뭔가 특별한 먹거리를 찾아야 한다"

봄에는 그냥 봄이라는 이유만으로 뭔가 특별하고 입맛 당기는 음식을 먹어야만 한다.

봄이면 어김없이 도지는 이 뱃속 허전함을 달래기 위해 삼청동 '눈나무집'을 찾았다.

눈나무집(대표 박영자)은 이북요리 전문음식점이다. 이곳에서 제일 유명한 김치말이 역시 간간히 맛 든 김치를 송송 썰어 그 국물과 함께 밥이나 국수에 말아 내어놓는 전통 이북음식이다.

김치말이의 새콤하면서도 시원한 국물을 먹다 보면 배 부르는 게 아까울 정도다. 특히 국수는 시골에서 올라온 수타면이라 그 쫄깃쫄깃함이 그만이다.

사실 김치말이는 물 말은 김치에 참기름, 깨소금과 김 약간, 계란 반쪽이 전부인데도 은근하게 고소하고, 적당하게 새콤해서 배불러 뒤돌아서도 금방 생각나게 하는 것이 신기할 지경이다.

김치말이의 김치는 너무 많이 익어도 너무 덜 익어도 안된다.
김치는 누구나 담글 수 있지만 '제대로 된 김치'는 아무나 담글 수 없다. 제대로 된 김치말이를 만들기 위해서는 제대로 된 김치가 필수, 10년 넘게 '제대로 된 맛'을 한결같이 고수했다면 그 솜씨는 두말하면 잔소리...

끄트머리는 바삭거리고 안쪽은 부드러운 떡갈비와 푸짐한 평양만두도 눈나무집의 대표메뉴다. 적당히 달짝지근한 떡갈비의 양념은 끊임없이 먹게 하려는 속셈인지도 모르겠다.

눈나무집의 떡갈비는 특이하게도 떡이 함께 나오는데 '떡'갈비인데 왜 떡이 없느냐는 손님들의 질문이 의외로 많았던 탓에 곁들여지게 됐다. 고추장 없이 소고기볶음과 구워지는 떡은 쫄깃하고 달콤한 맛이 한 번 맛본 사람이라면 반드시 미리 한 접시를 추가하게 마련이다.

평양만두는 주문하는 즉시 빚어 나오기 때문에 여느 냉동만두와는 견줄 수 없는 쫄깃한 만두피와 생생한 만두속을 느낄 수 있다.

"눈나무집의 모든 메뉴에는 화학조미료가 일체 들어가지 않는다. 그래서 그 맛의 깊이가 확연히 다른 것을 느낄 수 있다. 화려한 조미료 술수에 길들여져 둔중해진 우리네 입맛으로도 놀랄만 하다.

주말 일요일 오후 2시 정도가 적당할 듯 싶다.

종로3가에서 영화를 보고 삼청동행 마을버스를 타 3시쯤 경복궁에 도착, 경복궁 앞마당을 가로질러 삼청동 공원쪽으로 한참을 걷는다. 입춘이 지나서인지 찬기운도 덜하고 햇볕도 따뜻하다.

그렇게 한참동안 오르막길을 오르다보면 오른편으로 금융감독연수원이 보이는데 그 맞은편 지하에 바로 눈나무집이 있다.

가끔은 한참동안 줄을 서야하지만 기다림 끝에 오는 황홀함을 경험하기 위해서 이 정도쯤은 감수해야 한다.
유명세와는 달리 비좁은 공간에 작은 테이블 서너개가 한 사람이 겨우 지나다닐 정도의 공간만 두고 배치돼 있다. 하지만 초등학교시절 학교앞 분식집에서나 볼 수 있는 황금빛 도는 테이블도 마음에 들고 색색종이에 삐뚤삐뚤 쓰여진 메뉴판도 마음에 든다. '눈나무집'이라는 간판을 봤을 때 어딘지 모르게 깊숙하게 여운이 느껴졌던 것 마냥, 답답하다 할 지경의 아담함조차 마음에 든다.

시원한 김치말이와 부드러운 떡갈비에 떡볶음 한접시 추가해 배불리 먹고 오랫동안을 앉아 눈나무집의 후덕한 아주머니들과 수다를 떨어볼까.

느즈막히 문을 나서며 혼자 집을 지키고 있을 막내 동생을 위해 평양만두를 포장해 달라고 부탁한다. 따끈한 만두를 가슴팍에 껴안으니 찬 밤을 오래도록 누벼 걸어도 따뜻한 느낌뿐이다.

* 전화 : 02-720-5454
* 주소 : 서울시 종로구 삼청동 12-5
* 영업시간 : AM11:30∼PM9:00
* 좌석 : 30석
* 주차 : 가능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