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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특집] ‘음식문화바꾸자’ 시리즈 ① 음식쓰레기 줄이자

음식물 쓰레기 경제·환경까지 버린다

발생원인 70% "푸짐한 상차림 선호"
식품개발연구원, 연간 6백여만톤 손실


‘자장면 반배기 주세요’
명절날 아침을 라면 한그릇으로 때우는 무의탁 노인이 많고 결식아동이 16만명이나 되는 현실인데도 아직 우리에게는 낯선 모습이다.
얼마나 많은 음식물이 쓰레기로 버려지고 있는 걸까. 골목 골목에는 음식점이 참으로 많다. 먹는 장사가 남는 장사라는 말이 있듯이 너도 나도 음식점을 하나보다. 이러한 상황이다 보니 전국적으로 따지면 음식점의 숫자는 정말 엄청나다. 그리고 버려지는 음식물 쓰레기 또한 엄청나다.


우리의 음식 문화

우리나라의 음식문화는 푸짐한 상차림이 미덕으로 인식되고 있으며 오랜 관행으로 지속되어 오고 있다.

평소에는 잘 먹지 못하다가 잔칫날이나 제삿날이 되면 음식이 그야말로 한 상 가득 나왔기 때문이다. 더구나 물림상이라 하여 차린 음식을 다먹지 않고 남기는 것이 예의였다.
이러한 관행은 지금에 와서 음식물 쓰레기 발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영양보다는 반찬가지수를 중시하는 풍토, 음식물도 자원이라는 의식의 부족, 각종 모임이나 행사에는 반드시 음식이 있어야 한다는 의식, 음식을 약간 남기는 것을 예의로 생각하는 관습 등이 자연스럽게 우리 의식에 배어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의식을 통해 볼 때 생활폐기물 중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큰 것은 전혀 이상하지 않다.

음식물 쓰레기 발생 원인

음식물은 그 특성으로 인해 쓰레기 발생이 쉽다. 다시 말하면 식품을 생산해서 유통하는 과정에서 기간이 너무 길어질 경우 쓰레기가 된다. 또 음식을 조리할 때도 다듬는 과정에서 먹지 못하는 부분은 버리게 된다. 게다가 먹고 남은 음식들, 부패된 음식들까지 있다.

가정에서 음식물 쓰레기가 발생하는 원인으로는 ‘야채를 집에서 다듬기 때문에’가 39.2%, ‘보관 중 상해서’ 24.7%, ‘실제 먹는 양보다 많이 차리는 습관 때문에’ 23.7%로 조사됐다.

음식점에서의 쓰레기 발생원인을 보면 음식업주의 70%는 ‘소비자들이 푸짐한 상차림을 선호하고 적정량 이상으로 주문하기 때문’이라고 지적한 반면 소비자들은 ‘음식점에서 제공하는 양이 많기 때문’이라고 답한 사람이 52%가량 이었다.

또 음식을 취급하는 단계별로는 조리 이후에 발생하는 쓰레기 양이 60%를 차지해 음식의 양이 문제가 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단체급식소에서는 음식 준비 단계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량이 50% 이상을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급식 인원을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도 쓰레기 발생 원인이었다.

음식물 쓰레기 발생량과 그 가치

한국식품개발연구원에서 농수산물 중 먹을 수 없는 부분을 제외한 식용 공급량 중에서 최종소비자에게 섭취되지 않고 버려지는 식량자원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한 결과, 순식용으로 25,807천톤의 식품이 공급되었으나, 총 섭취량은 19,552천톤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연간 6,255천톤이나 손실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식품손실량 6,255천톤 중 액상식품을 제외한 음식물 쓰레기량은 4,832천톤으로 1일 13,239톤으로 추정된다.

식품 손실에 따른 경제적 가치는 가정식에서 6조2,797억원, 외식에서 8조4,679억원 등 총 14조7,500억원(1999년 기준)이나 된다.

음식물 쓰레기의 일일발생량은 97년 13,063톤에서 2002년 11,270톤으로 감소하고 있지만, 외식 금액의 증가 및 물가 상승 등 경제가치는 높아져 경제가치로 환산하면 오히려 증가한 것이다.

음식물쓰레기 줄이기 방안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는 노력은 정부의 대책 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고 국민들의 자체적 노력만으로 되는 것도 아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는 현재 환경부와 보건복지부에서 동시에 관할하고 있다. 공무원이란 무사안일주의에 빠져서 눈가리고 아웅하기 일쑤다.

쓰레기 줄이는 일은 범국민적 운동으로 전개돼야 하는 만큼 우선 관할기관인 환경부와 보건복지부가 서로 미루거나 책임회피식의 일처리는 하지 않아야 한다.

또한 한때 반짝하는 일처리도 지양해야 한다.
한 예로 환경부에서는 작년 6월 매주 첫째 수요일을 쓰레기 없는 날로 정해 국민적 관심을 높이고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려고 했다. 그러나 고작 6개월이 지난 지금 쓰레기 없는 날에 대한 국민적 인식은 매우 낮은 수준이다.

음식물 쓰레기를 줄이는 일은 시험전날 벼락치기 공부하듯 해서는 해결이 되지 않는다.

정부와 국민 모두가 동참해 꾸준히 노력할 때만이 앞으로 우리 자녀들에게도 쓰레기 없는 깨끗한 환경을 물려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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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식단' 시민문화운동 추진

방안1 - 정부 = 보건복지부는 낭비적인 식생활 습관과 푸짐한 상차림 문화를 지양함으로써 식량자원의 낭비를 막고 환경오염을 방지해 건강하고 알뜰한 음식문화을 정착시키기 위해 ‘좋은식단’ 실천업소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식단간소화를 시민문화운동으로 추진하고 있다.

‘좋은식단’ 실천의 세부사업으로는 개인별로 덜어 먹을 수 있도록 집게, 국자, 앞접시 등을 별도로 제공하고 또한 음식찌꺼기를 담을 수 있는 빈그릇을 비치토록 하여 위생적이고 청결한 식사 분위기를 조성하는데 기여하고 있다.

특히 2004년에는 ‘좋은식단’ 정착을 위해 지역별 모범업소의 자율실천결의대회를 추진하고, ‘좋은식단’ 미 실천업소에 대한 계도를 강화하며, 우리나라 고유 전통음식을 발굴·육성한다고 밝혔다. 또한 관련 단체 등을 통한 ‘좋은식단’ 실천유도를 위해 캠페인 사업 실시, 아이디어 공모전 개최 등을 열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회전식 요리세트등 아이디어 다양

방안2 - 민간 = 하선정요리학원의 하선정회장은 “음식 낭비를 줄이고 편리하게 음식을 먹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회전식 요리세트를 개발했다”며 “세계화 시대를 맞아 우리 식탁문화도 달라져야 한다”고 말했다. 회전식 요리세트는 밥과 국을 제외한 반찬은 한 곳에 담은 뒤 먹을 만큼만 각자 알아서 덜어 먹도록 한 것으로 음식물 낭비를 줄일 수 있는 좋은 방법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쓰시협(쓰레기 문제해결위한 시민운동협의회)에서는 주문 식단제를 통한 식단개선운동을 주장하면서 음식물 쓰레기 감량화 운동을 벌이고 있다.

정토회에서는 지렁이를 이용한 쓰레기 처리 시설을 실용화 시키기 위해 애쓰고 있다.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 위한 지혜

우리 생활 속에서 꼭 고쳐야지 하면서도 잘 되지 않는 음식물 쓰레기 줄이기에 대한 지혜를 소개한다.

반배기의 생활화
양이 적은 사람을 위한 반배기다. 보통 2인이 공기밥 하나를 추가하여 반식 나눠먹는데, 혼자일때는 반이상 남기게 된다. 이때 반배기는 낭비를 줄일 수 있는 더 없이 좋은 방법이다.

반배기의 가격을 반값 정도로 하면 음식업소에서는 곱빼기를 둘이 나눠 먹을 때보다 그 만큼의 영업 이익이 생길 것이다.

그린테이블 운영
우리 정서상 식당 전체를 뷔페식으로 운영하기는 힘들다. 식당 전체 테이블의 1/2정도를 그린테이블로 운영하여, 그린테이블에 앉은 사람은 자신의 양과 기호에 맞게 반찬과 밥을 스스로 담게하고 음식을 남기지 않는 손님에게는 음식값의 10%정도를 깎아주는 방안이다.

또 음식점에 대해서는 인센티브를 부여하자는 아이디어다. 음식점 측에서는 음식을 나르는 종업원 수를 줄일 수 있고 음식물 쓰레기 처리비용도 적게 들기 때문에 음식값을 10% 깎아주어도 그만큼 이익이 생긴다.

반찬 교환하기
누구나 좋아하는 음식과 싫어하는 음식이 있기 마련이다. 급식에서는 좋아하는 반찬만 먹을수는 없다. 친구와 음식을 교환하여 먹는다면 남는 음식 없이 먹을 수 있다.

음식점 차림표 개선
우리 나라는 소비자의 기호나 식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밥과 반찬을 제공한다.

차림표에 주메뉴 외에 반찬 종류도 게시하여 소비자가 기호에 맞게 반찬을 선택 주문한다면 불필요한 음식을 올리지 않게 되어 쓰레기도 많이 줄어들 것이다.

또 같은 음식이라도 대중소인에 따라 음식량 및 가격에 차등을 두는 방법도 효과적일 것이다.


이현윤 기자/1004@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