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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럼 깨며 한해 무사안녕 기원해볼까

대보름날 음식 풍속... 오곡밥, 복쌈, 귀밝이술

예로부터 설, 단오, 추석과 더불어 4대 명절로 지내온 정월 대보름이 성큼 다가왔다.

우리 선조들은 정월 대보름 이틀 전 아침에 오곡밥을 해먹고 장독대에 까치나 까마귀밥을 주고, 낮에는 짚신을 1죽 삼아 마을에 바치고, 수수대궁이로 오곡형상을 만들어 거름에 꽂고 풍년을 기원했다.

사실 이런 풍속은 단순한 습관이 아니라 각종 병을 다스리는 과학적 근거를 갖고 있다.

특히 1년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하며 깨물던 대보름의 부럼은 선조들의 건강 지혜가 고스란히 담겨있다.

부럼의 밤은 전분을 비롯해 단백질, 지방, 탄수화물, 비타민B 등이 풍부해 허약한 사람과 회복기에 있는 환자에게 좋다.

또 위와 장의 기능을 강화시키며 입맛을 돋궈 피로와 원기를 회복시켜준다.
호두는 호흡기 기능을 보강하고 기침, 가래를 삭여주므로 천식해소에 좋고 양질의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해 정력증진,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크다.

또 잣에는 단백질과 지방유가 있어 관절 신경통 환자에게도 좋으며 변비를 없애주고 건조한 호흡기의 윤활제로 기흉, 천식에 사용한다.
은행은 진해제로 호흡기 기능을 도와주고 기침과 담을 다스린다.

소변이 잦거나 조루증이 있을 때 구워서 장복하면 좋고 대추는 노화방지식품으로 빈혈, 식욕부진, 소화불량에 좋다.

대보름 속에 이어오던 풍속과 음식문화는 현대문명에 밀려 점점 사라져 가고 있지만 그 속에 담긴 선조들의 지혜와 정신은 쉽게 잊혀져서는 안될 것이라는 생각이다.

* 오곡밥

한국 전통의 찹쌀, 차조, 붉은팥, 검은콩 등을 섞어 5가지 곡식으로 지은 밥.

음력 정월 대보름날의 전통적인 절식으로 지방에 따라 약간 다른 점도 있다.

근래에는 반드시 정해진 곡식으로 정확한 비율에 따라 오곡밥을 짓지 않고 그 중 2∼3가지는 다른 재료로 하여 별식으로 지어먹는다.

* 복쌈

취, 호박고지, 고비, 고사리, 도라지, 가지, 시래기 등을 가을에 말려두었다가 볶아서 먹고, 밥을 싸서 먹거나, 김을 구워서 쌌는데, 개성 등지에서는 들깻잎으로 싸서 먹기도 한다.

복쌈은 여러개로 만들어 그릇에 노적 쌓듯이 쌓아서 성주님께 올린 다음에 먹으면 복이 있다고 하는데, 때로는 복쌈 쌓듯이 돌을 노적처럼 마당에 쌓아놓고 풍작을 기원하기도 한다.

* 귀밝이술

이명주(耳明酒), 명이주(明耳酒), 치롱주(治聾酒), 총이주(聰耳酒)라고도 한다.

옛날부터 전해 오는 풍속으로 정월 보름날 아침에 대우지 않은 술(청주) 한 잔을 마시면 귀가 밝아지고, 그 해 1년 동안 즐거운 소식을 듣는다고 하여 남녀노소 모두가 마셨다.

* 부럼깨기

부럼은 음력 정월 보름날 밤에 까먹는 잣, 날밤, 호두, 은행, 땅콩 따위의 총칭으로 자기 나잇수대로 깨문다.

여러 번 깨물지 말고 한 번에 깨무는 것이 좋다고 하여 한번 깨문 것은 껍질을 벗겨 먹거나 첫 번째 것은 마당에 버리기도 한다. 깨물면서 1년동안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뜻대로 되며 부스럼이 나지 말라고 기원한다.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