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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인영의 맛집여행]니들이 짜지 않고 고소한 참게 맛을 알아?(호박식당편)

"뽀얗게 올라온 살은 꽉 차서 한 번에 쪽 빨아들이기 힘들고, 등딱지는 숟가락 뒷등이나 젓가락으로 안쪽 살을 긁어 내장과 함께 김나는 밥을 얹어 살살 비벼서 먹어야..."

서울에서 태어나 경기도에서 학교를 다니고 다시 서울에 올라와 지내고 있는 기자는 평생 깔끔하다 못해 심심한 서울음식, 경기도 음식만을 먹고 지내온 터라 '전라도 음식' 이라 말하는 사람들의 말을 이해할 수 없었다.

10년의 전통을 갖고 있는 안산시의 호박식당.
'입에 맞는 음식은 오랫동안 습관에 의해 입에 맞춰진 음식이다' 라는 제 멋대로 음식관을 가진 기자의 코를 바짝 눌러버리며 전라도 음식의 진수를 보여준 집이다.

'발없는 음식맛이 천리간다'

미식가들은 천리밖에서 나는 음식냄새도 맡을 수 있는 코가 있다. 기자는 대단한 미식가는 아니지만 서울에서도 아는 사람들은 아는 음식점이라 하기에 고속도로를 한참동안이나 내달리고 헤매고 또 헤맨 끝에 찾았다.

좌식테이블 6개, 그나마 4개는 높은 천장을 이용해 만든 다락방에 올라 있는 아담한 호박식당.

사장 주성미(46)씨는 25년의 조리경력을 갖고 있는 맛도사다.

"여기 있는 모든 반찬은 하루 먹기 위해 오늘 당장 만들어진 게 없어요"

상이 너무 큰 게 아닌가 싶더니만, 오히려 한 상 넘치게 나온 반찬을 두고 주 사장이 말했다.

물김치, 갓김치, 어리굴젓, 토화젓, 전과 각종무침... 대략 스무가지쯤 나온 반찬은
1년에서 길게는 3년까지 가장 맛있을 때를 기다려 숙성된 것들이다.

"전라도 솜씨 그대롭니다"

한 상 그득 받은 어느 손님의 말이 호박식당의 솜씨를 단번에 대변해 준다.

음식은 향으로 먼저 맛을 본다는 말이 딱이다.

달달한 향이 코를 찌르는데 체면차리며 기다릴 것이 못되게 사람을 안달하게 만든다.

천연조미료만으로 맛을 낸 게장정식, 굴비정식, 갈치정식, 홍어회무침 어느 것 하나 정성을 덜 들이지 않은 게 없고 맛도 덜 하다 할 만한 것이 없지만 그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랑'을 독차지 하고 있는 것은 단연 게장정식이다.

그럴 만 한 것이 지금껏 먹어본 게장 맛과 뭔가 틀린 절묘한 맛이 밥 두 공기에 구수한 누룽밥 한 그릇까지 뚝딱 해치운 기자만 봐도 알 수 있다.

이런저런 애교 아닌 애교를 부리며 '절대로 말할 수 없다'했던 맛 비결 중 하나를 알아냈는데, 그것은 다름 아닌 고추씨기름에 있었다.

으레 게장은 간장맛이라고 하는데, 어찌된 게 이 집의 게장은 간장의 짠맛이 없었다.

뭔가 고소한 맛이 확 풍겨나는데 그것이 고추씨기름의 향과 맛이라 한다.

아쉽게도 나머지 '백가지 비밀'은 과한 애교작전을 펼쳤음에도 불구하고 알아내지 못했다.

뽀얗게 올라온 살은 꽉 차서 다리 하나를 잡으면 한 번에 쪽 빨아들이기가 힘들어서 껍질을 까내어 먹는 게 낫다.

남은 등딱지는 숟가락 뒷등이나 젓가락으로 안쪽 살을 긁어 내장과 김나는 밥을 얹어 살살 비벼서 먹는다.

손가락 끝에 남아있는 양념간장 냄새에 흐믓해 하는 기자를 추접스럽다고 흉보지 않기를...

부모님을 모시고 가면 효자, 효녀 소리를 분명 들을 수 있다.

젊은이들의 입맛뿐만 아니라, 요즘 음식은 먹을게 없다하시는 어르신네들의 입맛에 딱 맞는다 할만 하다.

* 전화 : 031-408-5298
* 주소 : 경기도 안산시 본오동 87-5
* 찾아오는 길 : 4호선 상록수역을 나와 소방서 방향으로 우회, 일방통행길에 위치
* 영업시간 : AM9:00∼PM9:30
* 좌석 : 24석
* 주차 : 가능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