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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od Frontier] 한국 김치의 국제화에 ‘일등공신’

기능성 버섯동치미 개발

이명기 박사
식품개발연구원
우리나라 식품연구계에 손꼽히는 이명기 박사가 최근 버섯동치미를 개발했다는 소식을 전해 듣고 그를 만나기 위해 나섰다.

신문사에서 이명기 박사가 근무하고 있는 식품개발연구원까지는 덜 보태어 2시간 반. 수백번을 타고 다닌 지하철인데, 멀미기운이 돌았던 것을 보면 분명 가까운 길은 아니었다.

오간 시간에는 못미치겠지만 이명기 박사에게 김치, 미생물에 관한 많은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듣는 중에는 고개도 끄덕이고 ‘그렇구나’ 무릎을 치며 김치전문가가 된것인냥 순간 스스로를 착각했던 건 이명기 박사의 세세하고 친절한 설명 덕분이었다.

토씨 하나라도 놓칠세라 열심히 받아 적는 기자를 위해 이 박사는 펜 가는 속도에 따라 말의 속도를 조절하며 기자의 이해를 자상하게 도왔다.
식품개발연구원은 식품자원이용연구본부, 식품기능연구본부, 전통식품연구본부 외 크게 7개 부서로 나뉘는데 그 중 전통식품연구본부내 김치연구단에 이명기 박사가 속해 있다.

전통음식김치연구단은 김치의 세계화를 위하여 김치, 절임류, 젓갈 등과 고추 등 원료에 관한 종합적 연구, 김치로부터 우수한 미생물유전자 자원의 발굴 및 개량 연구, 김치 발효기 수식화(數式化) 연구 및 우수성 규명, 김치의 세계화를 위한 제품화 기술개발, 김치산업 육성과 관련된 연구 수행 등을 목표로 조직되었으며 걸출한 성과들을 꾸준히 내놓고 있다.

최근에는 완성된 김치뿐만 아니라, 김치의 원부재료의 안정성까지 다루며 HACCP를 위한 기초자료를 데이터화 하는데에도 주력하고 있다.
이명기 박사는 92년부터 생물공학연구부라는 명칭에서 전통연구본부내 김치연구단이라는 이름으로 바뀌기까지 12년간 식품연구에만 몰두했다.

그간 거둔 연구 성과들은 관련식품업계들이 항상 그를 주목하게 했다. 얼마전에는 김치 숙성 및 보관 시간, 온도와의 관계 연구를 통해 10℃에서 저온숙성 한 뒤 20시간 급속냉각 하는 방식이 김치맛을 가장 좋게 한다는 연구결과를 발표해 업계의 이목을 끌었다.

이전까지 그는 팀원들과 함께 노동 절감형 김치자동화 기계 연구, 김치숙성도 감지 포장재 및 CO2 감소 포장재 개발, 김치상품수명 연장, 김치제품 균일화 연구, 새로운 김치 제품 개발, 김치의 기능성 탐색 등의 연구 실적들을 기록했다.

현재 그는 집집마다 재료 생산지가 다르고 만드는 조건이 틀려 색이며 맛이 천차만별인 김치의 과학화, 표준화 방법을 연구하는데 중심인 주재료 고추의 재배시기, 품종 등에 따른 색도의 등급화와 매운 맛의 등급화 연구에 한창이다.

이명기 박사와 김치연구단의 가장 근본적인 연구 목표는 뭐니뭐니해도 ‘김치의 국제화’에 있다.

순무는 과거 궁중에서 먹던 김치의 주재료로써 궁녀들은 미백효과가 있다는 이야기를 돌리며 즐겨먹었었다. 옛부터 기능성에 초점이 맞춰졌던 순무 동치미는 매운맛에 익숙치 않은 서양인들에게 가장 접근하기 좋은 김치. 그래서 이번 이명기 박사팀이 개발한 버섯동치미가 가지는 김치의 국제화에 대한 의의가 더욱 크다.

버섯동치미는 느타리버섯, 영지버섯, 상황버섯 등을 자실체가 아닌 땅 속의 균사를 직접 동치미에 배양하는 방법으로 개발되어 동치미의 기능성을 그대로 버섯의 기능성에 부가했다.

버섯은 면역증강, 항혈전, 콜레스테롤 저하, 항암성, 스트레스 저항, 항산화, 간 및 신장 보호 등의 기능을 가지고 있어 동치미 고유의 시원한 맛과 어울려 선호도가 높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다.

원래 자기분해가 잘되지 않아서 조건을 찾기 힘든 버섯을 연구한 탓에 이명기 박사팀은 시간도 결과도 보장되지 않는 지리한 개발에 꼬박 2년을 소요해야만 했다.

김치를 사랑하자는 막연한 목소리 뒤에 담담히 김치의 우수성을 연구성과를 통해 규명, 기술개발에 여념이 없는 이 박사의 꾸준한 수고가 든든하게 여겨진다.

김치 세계화의 명실상부한 일등공신으로서, 앞으로도 김치산업의 육성과 세계화에 활력을 불어넣어 줄 연구를 기대해 본다.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