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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3년 최고의 화두 '웰빙(well-being)'

외식·식품 업계도 웰빙바람
건강메뉴 저칼로리식 강화, 고구마·와인 판매량 급증


올해 젊은 층 사이에서 가장 두드러진 화두는 ‘웰빙(well-being)’이다. 웰빙센타, 웰빙서비스, 웰빙식품, 웰빙잡지, 웰빙족, 웰빙가전, 웰빙스타일, 웰빙산업, 웰빙패키지 등 잇따라 등장한 무수한 신조어들만 봐도 웰빙열풍을 대강은 짐작할 수 있다.

웰빙이란 말은 평생직장 개념이 사라지는 추세와 더불어 ‘자신을 위한 투자’가 중요해지면서 등장한 것으로 분석된다.

웰빙이란 말 그대로 ‘well(건강한, 만족한, 안락한) being(인생)’을 살자는 뜻이다. 최근에는 ‘몸과 마음의 건강을 추구하는 삶’이란 개념으로 쓰이면서 젊은 층에게 이상향으로 자리잡았다. 스스로 ‘웰빙족’이라 자처하는 젊은 세대들도 늘고 있다. 명상이나 운동으로 스트레스를 날려버린다는 웰빙족을 위한 요가가 인기 급상승하고 있으며 이에 따라 요가센타와 비디오 등 요가상품·서비스도 선보여지고 있다. 몸과 마음의 건강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는 인터넷사이트와 인터넷서비스도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이들 ‘웰빙족’이 늘어나면서 가장 바빠진 곳은 각계의 업체들이다. 업체들은 웰빙족을 겨냥한 각종 상품과 서비스아이템을 개발·판매하는데 주력했다.
이 웰빙바람이 가장 강하게 불었던 곳은 단연 외식, 식품업계들이다.

웰빙족들은 유기농생식 등 건강식품을 찾으며 값비싼 레스토랑이나 패스트푸드점을 멀리한다. 이에 튀김요리가 많은 패스트푸드는 즉시 저칼로리식품을 쏟아냈다.

KFC는 야채를 보강한 ‘치킨샐러드’와 그릴에 구운 ‘치킨그릴버거’, 저지방 고단백의 닭가슴 살로 만든 ‘고고샌드위치’를 출시했다. 롯데리아는 밀가루빵 대신 식이섬유가 많은 호밀빵으로 만든 ‘호밀빵새우버거’를 출시했으며 최근 ‘라이스버거’ 메뉴를 대폭 강화하여 웰빙족의 입맛을 끌어당겼다.
식품업체들도 마찬가지 상황, 오뚜기는 일반마요네즈의 칼로리량을 반으로 줄인 ‘하프마요네즈’와 ‘라이트식물성마요네즈’를 선보였다. 서울우유는 저지방우유 ‘미즈’를, 매일유업은 ‘로우팻우유’를, 파스퇴르는 ‘저지방’우유를 선보이는 등 우유업계에서도 웰빙족들을 위한 저칼로리 제품을 선보이는데 열을 올렸다. 하림도 저지방 고급햄 ‘챔’을 선보였으며 롯데칠성의 ‘플러스마이너스’, CJ의 ‘팻다운’, 매일유업의 ‘슬림워터씬’ 등을 내놓으며 웰빙족들의 주머니를 열었다.

매출효과도 기대이상

웰빙바람은 상품의 매출량에도 큰 영향을 미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건강식품들이 대형할인점과 백화점에서 높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묶음상품도 당초 예상을 뛰어넘는 매출을 기록하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올해 웰빙바람이 몰고 온 고구마를 재료로 한 식품이 인기를 끌면서 실제 고구마 소비가 20~30%, 많게는 50%이상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오기도 했다. 일반 쌀과 달리 씻지 않고 밥을 지을 수 있어 편리하고 밥맛도 좋은 라이스텍의 ‘씻어 나온 쌀’도 웰빙바람 덕에 지난해보다 올해 매출이 2배 가량 늘어났었다.

얼마 전 국내에 시판된 보졸레누보도 웰빙바람 덕을 톡톡히 보고 있다. 백화점 와인매장의 한 직원은 다른 주류들이 저조한 판매율을 보이는 반면 보졸레누보는 젊은 층 소비자들뿐만이 아니라 높은 연령층의 소비자들에게까지 최고 인기상품이 됐다고 전했다.

웰빙바람은 사치바람?

한편에서는 웰빙바람에 대한 문제점이 불거지고 있다.
웰빙바람이 거세지면서 고가 식품들도 봇물 터지 듯 쏟아져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한 단지(3kg)에 12만5,000원인 고추장, 한 모(420g)에 2400원인 두부, 한 갑(6개들이)에 2,200원 하는 껌 등, ‘과연 팔릴까’하는 초기의 의심들을 뒤로하고 불황 속의 효자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다.

대상은 올해 한 단지에 12만 5,000원이나 하는 ‘순창고추장 찹쌀발아현미’를 내놓았으며 샘표에서 내놓은 ‘유기농 콩간장’은 1리터에 9,000원으로 일반 간장보다 약 3배 가량이 비싸다.

풀무원에서 나온 ‘콩두부’도 일반두부보다 2배 이상 높은 값을 받고 있다. 해태제과의 신제품 ‘제로트레스’는 낱개 당 가격이 366.6원으로 일반 껌의 가격(300원)을 훨씬 뛰어넘는 수준으로 웰빙바람이 몰고 온 먹거리 고급화를 가장 단적으로 보여준다.

업체는 상술에만 치중하지 말고 거품 없는 상품개발주력에 노력해야 한다고 소비자들의 목소리가 높아가고 있다.

거세게 불어닥친 웰빙바람은 올해에 이어 내년까지 그 열기를 더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으며 각계 업체들도 웰빙이 최우선 마케팅 컨셉 아이템이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구인영 기자/001@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