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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흐지부지

농식품부 장미빛 청사진 제시 예산만 낭비

토지보상 마찰 장기화 우려 연내 착공 불투명
예산확보 어려움 국내 식품기업 투자 지지부진

 

전북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이 잘 안풀리고 있다.


전북도(도지사 김완주)는 올해 익산국가식품클러스터 시설공사 착공을 위해 서둘렀으나 주민들과 보상 마찰로 늦어져 지금은 연내 착공마저 불투명한 상황이다.


농림축산식품부(장관 이동필)는 지난해 7월 동북아의 식품산업 허브(hub)를 꿈꾸며 전북 익산에 조성하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종합계획(마스터 플랜)'을 확정, 발표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국가식품클러스터 종합계획'을 보면 2015년까지 익산시 왕궁면 등의 일대 232만㎡에 1단계 식품전문산업단지가 조성된다. 식품전문단지의 면적만 보면 여의도의 5분의 4 규모다. 또 2단계로 인근의 126만㎡에는 배후 복합도시가 건설된다.


산업단지에는 국내외 식품기업 150개, 연구소 10개가 들어서 식품 공동연구와 개발, 가공, 수출 작업을 하게 된다.


농림수산식품부는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이 활성화되면 식품기업의 매출이 15조원, 일자리는 2만2000개 등의 기대효과가 발생하고 고부가 식품관련 기술이 개발, 농어업 소득 향상 및 지역발전의 견인차 역할을 할 전망이라고 낙관적인 장미빛 청사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장미빛 전망은 그리 밝지만은 않다.

 

산업단지를 조성하는 LH(한국토지주택공사)는 오는 12월 착공을 위해 지장물 현지조사 및 감정평가 등의 절차를 거쳐 지난 5월 말 보상금 지급에 착수할 계획이였다. 


그러나 토지 보상을 놓고 시작 단계부터 주민들과 진통을 겪고 있다. LH공사가 토지 보상비를 보상 개시일로부터 6개월까지는 채권보상, 이후 2개월은 현금과 채권, 그 이후에는 현금 지급 방침을 밝히자 주민들이 전액 현금보상을 요구하며 강경하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1일에는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주민대책위와 편입토지주 150여명이 LH익산사업단 사무실 앞에서 대규모 집회를 열고 채권보상 철회를 요구하기도 했다.


주민대책위 한 관계자는 "몇 십년을 살아온 터전을 빼앗아 가면서 채권으로 보상한다는 것이 말이 되냐"며 "보상을 앞서 실시하는 감정평가는 주민들에게 설명과 이해를 구해야 하는데 무시로 일관하며 밀어붙이는 LH에 분노를 느낀다"고 성토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주민 설득에 나서 현재 LH공사에서 감정평가 법인에 의뢰해 편입토지와 기장물에 대해 감정평가를 진행 중"이라며 "현금보상의 최종 결정권은 LH공사에 있다. LH공사 측에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의 중요성을 알리고 현금보상을 유도하고는 있지만 아직 결정난 사항이 아무것도 없다"고 밝혔다.


전북도는 감정평가가 마무리 되고 8월에 보상금 지급에 착수할 계획이라고 밝혔지만 전문가들은 올해 안에 보상 문제가 해결되기란 어렵다는 전망이다.


지역 부동산 전문가는 "8월에 보상에 착수한다는 것은 도의 계획일 뿐 조속히 마무리 되기는 어렵다"고 단언했다.


그는 "현재 1차 감정평가가 들어갔을 뿐 앞으로 2차 감정평가에 이어 감정에 따른 주민 동의도 얻어야 하는데 장기전으로 갈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이어 "주민들 사이에 여러가지 말이 많다. 도에서 평당 40~50만원 정도 보상이 이뤄질 것 같다는 얘기를 했다는 등... 최근 집을 내 놓고 간 한 주민은 토지와 집을 포함해 평당 50만원은 보상 받을 것으로 예상한다"며 "평당 40만원에 내놓고 갔지만 거래는 이뤄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상황이 이렇자 전북도 측은 "올해 착공하는 것을 목표를 가지고 추진하고 있지만 계획이란 것이 여러가지 조건에 의해서 안될 수도 있다"며 국가식품클러스터 산단조성의 어려움을 실토했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장미빛 청사진의 걸림돌은 토지 보상 뿐만이 아니다.


전문가들은 1단계 식품전문산업단지에만 5535억원이 소요될 것으로 보고 원활한 예산 확보가 만만치 않다는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실제 기재부가 2014년도 국가예산안 1차 심의를 마무리한 가운데 전북관련 사업비 중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건설비도 대폭 삼각됐다. 국가식품클러스터는 451억원 중 290억원이 잘려나가 167억원만 반영됐다.


국가식품클러스터의 허브 역할을 담당하게 될 물류센터(공동집배송센터)도 예비 타당성 조사에서 제외돼 사업추진이 중단된 상태다.


물류단지가 확보되지 않아 물류유통을 체계적으로 관리하지 못할 경우 물류비, 배송의 신속성 결여, 환경오염 증가 등 문제가 발생할 것으로 전문가들은 우려하고 있다. 국가식품클러스터가 성공적으로 기업들을 유치하고 기업에 업무를 효율적으로 지원하기 위해 공동집배송시설이 우선적으로 조성돼야 한다는 것이다.


국토부는 국가식품클러스 조성으로 발생될 입주기업의 물류량은 2020년에는 900만톤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도 농림수산식품위원회 김우남 의원(민주통합당, 제주시을)이 "세계 4대 식품클러스터 중 하나인 네덜란드의 푸드밸리에 세계적인 식품기업들이 투자하는 이유 중 하나가 바로 우수한 물류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라면서 “물류유통시스템의 체계적 관리를 위해 필요한 시설이 공동집배송시설인데 이 시설을 설치할 예산 확보에 실패함으로써 공동집배송시설 설립에 차질을 빚게 됐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전북도는 물류센터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있지만 2단계 계획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2단계 사업에서 진행 될지 언제 진행이 된다고 단정지을 수 없다는 입장이라고 밝히고 물류센터의 부재로 발생할 문제에 대해서는 뚜렷한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상황이 이렇자 국가식품클러스터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투자도 지지부진한 상태다.


2008년 사업 시작 이후 2012년까지 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실적은 국내 41건, 해외 14건 등 총 55건으로 당초 계획 대비 34.4%에 불과하다.


일부에서는 MOU체결 건수가 적으면 결국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못해 결국 당초 국가식품클러스터 추진 계획에 차질을 빚게 될 것이라며 대책마련을 촉구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전북도와 국가식품클러스터 단지 내 입주를 위한 투자 협약을 체결한 하림 역시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에 투자 규모를 줄일 방침이라며 다른 장소를 찾고 있다고 밝혔다.


당시 하림은 국가식품클러스터에 육가공품 생산시설 건설과 고용창출을 위해 단지 안에 33만㎡(10만평) 규모로 투자하기로 했다.


하림은 새만금항구의 문제점을 들며 국가식품클러스터의 환경이 식품기업을 운영하는데 최적으로 만들어지지 않고 있다고 판단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MOU체결이 실 투자로 이뤄질지 확답은 못하지만 현재 MOU체결 투자 규모는 분양계획 면적을 약간 넘어섰다"며 "지속적으로 기업들을 대상으로 투자유치 활동을 펼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익산 국가식품클러스터 사업은 지난 2007년 12월 농식품부가 공모를 통해 국가식품클러스터 대상 시도로 전북을 선정했으며 전북도가 추천한 6개 후보지를 평가해 익산시를 최종 대상지로 결정했다.


당초 정부는 2009년 중 산업단지 계획안을 세운 뒤 2010년 착공해 2012년 준공할 계획이였으나 산업단지 시행자인 LH공사가 부채정리 등으로 구조조정에 들어가면서 초반에도 난항을 겪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