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 부회장이 지난해 롯데에게 인천터미널을 뺏긴 것에 대한 반격으로 롯데가 두 번이나 인수 의사를 보였던 서울고속터미널을 인수했다.
신세계의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지분 인수는 롯데그룹의 행보를 견제하는 동시에 강남권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강남 반포동에 위치한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은 지난해까지 금호산업, 한진, 천일고속 등이 공동으로 지분을 보유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최대 주주였던 금호산업이 지난해 구조조정에 돌입하며 보유자자산을 패키지 형태로 매각했으며, 신세계는 서울고속버스터미널의 지분 39% 가량을 2300억원대에 인수했다고 알려졌다.
지난해 10월 신세계는 1조 250원을 투입해 신세계 강남점과 메리어트 호텔 등이 포함된 센트럴시티 지분 60.02%를 매입한 바 있다.
신세계백화점 강남점은 지난해 1조2300억원의 매출을 올리며 단일 점포로는 신세계 전점 중 1위를 기록한 메가톤급 점포다.
따라서 이번 인수로 신세계는 잠실 ‘롯데 타운’에 버금가는 상당한 부지를 확보하게 됐다.
개발이 완료되면 지하철 3개 노선(3, 7, 9호선)과 경부·호남 고속버스 고속터미널이 만나는 이 일대는 명실상부한 ‘신세계 타운’이 된다.
신세계 관계자는 “고속터미널 부지를 인수한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하면서 “구체적인 개발계획은 가닥이 잡히지 않았지만 반포 일대를 쇼핑과 엔터테인먼트 시설이 어우러진 종합 쇼핑몰로 개발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업계는 신세계가 이번 인수를 통해 인천터미널 인수를 놓고 롯데에게 패배한 자존심을 회복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지난해 9월 인천터미널 부지를 임대해 영업하던 신세계는 땅과 건물을 매입한 롯데에게 퇴출 통보의 설욕을 겪은 바 있다.
실제 신세계는 롯데와 현대백화점 등 동종업체가 고속터미널 부지에 관심을 보이자 배타적 협상 자격을 요구하며 적극적으로 매수의사를 타진했다. 롯데는 2009년부터 인수를 추진해왔지만 신세계의 판정승에 대해 관심 없다는 반응이다.
롯데 관계자는 “2009년과 2012년에 고속버스터미널 부지 인수를 긍정적으로 검토한 것은 사실이지만 신세계의 부지 개발은 신세계가 알아서 할 일”이라고 못박았다.
업계 관계자는 “유통 재벌의 자존심을 건 싸움은 10년째로 신세계가 고속터미널을 개발하려는 계획보다 경쟁사인 롯데의 반포 진출을 막기 위한 측면이 더 큰 것으로 보인다”며, “이번 ‘땅 따먹기’에서는 신세계가 승자지만 서울 양재동 파이시티와 광주광역시 터미널을 두고 정용진 부회장과 신동빈 회장의 자존심을 건 싸움이 계속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