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노태영기자] 찬 기운이 익숙해지는 계절이 왔다. 거리에 나무들은 붉은색 옷으로 갈아입고, 사람들도 두꺼운 옷을 껴입는다. 온기가 그리워지는 계절, 정읍 쌍화차 거리에는 구수한 내음과 따뜻함이 가득하다.
전북 정읍시(시장 이학수)는 10일 수십가지의 한약재를 넣고 우려낸 쌍화차와 문화에 대해 소개했다.
시에 따르면 장명동 정읍세무서 후문에서부터 정읍경찰서, 비빔짬뽕으로 이름난 양자강까지 이어지는 ‘정읍 쌍화차 거리’에는 18개소(11월 6일 기준)의 전통찻집이 들어서 있다. 이밖에도 정읍 곳곳에 자리한 26개소를 포함해 총 44개소의 전통찻집이 정읍의 쌍화차 문화를 이끌고 있다.
쌍화차 거리에 들어서면 진한 한약방의 향기가 풍겨온다. 찻집에 들어가 쌍화차를 주문하면 곱돌로 만든 찻잔에 담겨 나오는데, 곱돌이 보온 역할을 해 차를 다 마실 때까지 온기를 느낄 수 있다.
쌍화차 안에는 잣, 대추, 은행, 밤 등 다양한 견과류가 담겨 있다. 여기에 진한 한약 향이 풍겨 견과류와 조화를 이룬다. 만약 한약의 향이 너무 강하게 느껴진다면, 함께 제공하는 설탕을 한 스푼 넣으면 정제된 맛을 느낄 수 있다.
이와 함께 가래떡구이와 조청, 요거트, 누룽지, 구운계란 등 찻집 마다 각기 다른 주전부리도 함께 제공해 한 끼 식사로도 부족함이 없다.
정읍의 쌍화차가 특별한 것은 쌍화차의 주재료인 ‘지황’의 주산지가 정읍이기 때문이다.
쌍화차는 숙지황과 당귀, 작약 등 20여 가지가 넘는 한약재를 옹기나 가마솥에서 우린다. 여기에 찻집마다 다양한 부가 재료를 넣어 더욱 풍부한 맛을 내기도 한다.
쌍화차의 백미는 숙지황이다. 지황을 9번 찌고 말려 만든 숙지황은 동의보감과 본초강목에도 기록돼 있는 명약으로 꼽힌다. 쌍화차에서는 향과 색깔을 더욱 진하게 하는 역할을 한다.
숙지황과 경옥고, 십전대보탕의 주재료인 ‘지황’은 정읍시 옹동면의 특산물으로, 조선시대에는 임금에게 진상될 정도로 특급 품질을 자랑한다. 한때 전국 생산량의 70%를 차지할 정도였다. 정읍지황은 그 역사를 이어받아 지난 1992년 농림축산식품부로부터 주산단지로 지정됐고, 2015년에는 지리적 표시 단체표장을 등록했다.
특히 시는 정읍지황의 명성과 품질을 이어가기 위해 ‘지황 농촌융복합산업지구 조성사업’을 통해 4년간 총 사업비 30억원을 투입, 지역 특화산업 클러스터를 육성하고 지황 재배면적 확대와 재배기술 상향 평준화를 위해 영농교육, 현장 지도 등을 지원하고 있다.
정읍은 예로부터 쌍화차를 비롯한 차 문화가 번성한 지역이었다.
전라북도 동남쪽 노령산맥 줄기의 내장산과 섬진강 물줄기가 시작되는 옥정호와 동진강에 접해 있는 정읍은 북방한계선 위에 위치해 일찍이 차(茶)와 약재 재배에 최적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세종실록지리지(1454)와 신동국여지승람(1530) 등의 기록에 따르면 정읍현과 고부군 등 정읍의 각 지역은 주요 차 생산지였고, 뛰어난 품질을 인정받아 조선 왕실에 진상되거나 약재로 활용했다고 전해진다.
또한, 일제강점기인 1913년 ‘오가와’라는 교사가 정읍시 입암면 천원리 일대에서 자생 차(茶)를 발견하고 우리나라 최초의 근대식 차밭인 천원 다원을 조성해 대규모로 차를 재배하기도 했다. 연간 7000여 근의 천원 차를 생산해 일본 오사카로 수출했다는 기록이 전해지기도 한다.
정읍 자생차는 일본, 인도 등 외래 차나무와는 품종이 섞여 있지 않아 자생 품종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어 명성을 얻기 시작했다. 차가 자생할 수 있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고, 일교차도 커 차 재배지의 적절한 기온을 갖추고 있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