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당과 원맥 등으로 시작된 곡물값 폭등이 코코아, 커피, 오렌지, 대두유, 옥수수 등으로 확산되면서 농산물 원료의 90% 이상을 수입해서 쓰는 국내 식품업체들의 올 4분기 실적에 빨간 불이 커졌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말 기준으로 면·과자용 밀 가격은 1메트릭 톤(MT, 1000kg) 당 250달러에 달하며 지난해 평균보다 15%나 올랐다. 제빵용 밀도 지난해 평균보다 11% 올라 1MT 당 300달러를 넘었다. 사료용 밀도 무려 49%가 올랐다.
옥수수 가격도 지난해 평균보다 38% 올라 1MT 당 200달러에 달한다. 보리와 귀리도 각각 39%, 44% 상승했다. 식용유 원료인 대두유도 24% 올랐다. 국제 원당가격도 지난해 평균보다 41% 오른 상황이다.
커피믹스 및 음료업체들의 수요가 큰 커피가격도 44% 올라 1MT 당 3570달러, 오렌지주스원액 가격도 100% 올라 1MT 당 2500달러를 각각 기록했다.
국제 곡물가격이 급등세를 타기 시작한 것은 지난 6월경부터지만, 원료를 구입해 가공하는 식품업체들의 경우 실제로 오른 가격이 구매단가에 반영되기까지는 3~6개월의 시간이 걸린다.
이 때문에 설탕, 밀가루 등 소재식품 비중이 높은 제당 및 제분업체들을 제외하면 가공식품업체들의 지난 3분기 실적은 대체로 양호하다는 게 증권업계의 분석이다.
하지만 당장 올 4분기부터는 원가부담을 직접적으로 떠안게 돼 식품업체들의 실적에 비상등이 켜졌다. 설상가상으로 국제 원유가격도 지난해 평균보다 25%나 오른 상황이다. 원/달러 환율이 지난해 평균보다 10%가량 빠져 1100원대라는 점이 그나마 원가부담을 희석시켜 주는 유일한 요소다.
특히 국제 소맥가격 급등에 따른 직격탄을 맞는 것은 CJ제일제당, 대한제분, 동아원 등 밀가루업체다. 6~7월 소맥가격 급등으로 밀가루업체는 오는 12월 전후로 밀가루 판매가를 인상할 것으로 보인다.
CJ제일제당의 경우 원재료인 원당가격 하락에 따른 실적 개선이 기대되고 있지만 최근 소맥가격 급등에 따른 밀가루사업의 수익성 악화가 이를 반감시킬 전망이다.
다만 실적에 미치는 영향은 단기적인 곡물가 급등보다는 상승 기간이 보다 중요한 것으로 지적된다.
또한 밀가루 원재료 비중이 높은 농심, 오뚜기, 삼양식품 등 라면업체도 원가부담으로 타격이 크다. 특히 라면 제품은 주요 생필품으로 분류돼 있어 판매가 전가도 쉽지 않다.
농심은 이미 올해 초 밀가루 판매가 하락으로 라면가격을 인하한 바 있어 수익성 악화가 더욱 우려된다.
이와 관련해 한 식품업체 관계자는 "최근 배추값이 최고 1만원을 넘었다가 진정국면에 접어들었지만 식품업체들에게는 애그플레이션은 이제 시작일 뿐"이라며 "정부가 필수품가격현황을 예의주시하고 있지만 원가부담이 워낙 크다보니 일부 제품의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부딪히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