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식품.외식업체 등 저염화 노력 부족
김치.찌개.라면 등 염분함유 여전히 높아
보건당국이 나트륨 저감화 정책을 진행한 최근 5년 사이 되려 우리나라 국민의 평균 나트륨 섭취량이 늘어난 데에는 보건당국의 정책이 근본적인 식습관을 바꾸는 데 역부족이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0일 식품의약품안전청과 관련업계에 따르면 국민건강영양조사 4차 사업에서 우리나라 국민의 1인당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은 2007년 4387.5mg에서 2008년 4553.0mg으로 늘었다.
패스트푸드 등 대형외식업체와 학교급식업체를 대상으로 나트륨 함량 표시와 저감화 사업을 추진해 왔으나 나트륨 섭취량은 꺾일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2005년 3차 국민건강영양조사 당시 1인당 하루 평균 나트륨 섭취량 5279㎎보다는 줄어들었지만, 4차 사업에서는 조사방법과 대상규모가 크게 달라져 직접비교가 어려워 보인다.
특히 국내 나트륨 섭취량이 WHO 기준 2000mg의 두배를 훌쩍 넘고 있는데다 나트륨 과잉섭취에 따른 심혈관계 질환 발병률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높아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 같은 결과는 나트륨이 트랜스지방과 같은 비만요인에 우선순위가 밀린 데다 보건당국의 나트륨 저감화 정책이 나트륨 함량이 높은 전통음식을 개선하거나 나트륨 함유량이 상대적으로 높은 한식 외식업체에 대해 저감화를 실시하는 데에는 소극적이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인제대 백병원 가정의학과 강재헌 교수는 "우리나라 국민의 외식비중이 매우 높은데 패스트푸드나 가공식품을 다루지 않는 일반 식당에 대한 나트륨 저감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다"면서 "또 음식문화는 꾸준히 변한다는 점에서 영원한 한식은 없다"며 중장기적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강 교수는 "일본의 경우 지자체를 통해 저염화 식단을 제공하는 식당에 '건강식당' 인증을 주고 보건소를 통해 저염식단을 제공하며 국민의 인식을 바꿔나갔던 것처럼 우리나라도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실제로 2005년 국민건강영양조사에서는 우리 국민의 나트륨 섭취량이 가장 많은 김치의 염분을 단계적으로 5~10% 줄일 것을 권고했다.
또 김치 다음으로, 국ㆍ찌개 및 라면의 염분 기여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형 패스트푸드점 보다 한식업계의 변화가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보건당국은 김치의 경우 전통음식이라는 이유로 염분 저감화 우선순위에서 제외해 왔으며, 나트륨 저감화 사업 대상도 학교급식업체와 패스트푸드 식당이 대다수인 대형 외식업체를 위주로 표시 의무화 사업을 진행해 왔다.
라면의 경우 2007년 농심이 신라면과 안성탕면 등이 1봉지에 2000mg을 넘던 것을 한 차례 낮췄을 뿐 여전히 1800~1900mg으로 2000mg에 육박하고 있다.
당시 나트륨 함량이 가장 높게 나타났던 한국야쿠르트의 왕뚜껑도 나트륨을 줄였으나 현재 1개 제품 당 2050mg으로 하루 권고치를 넘는 상태이다.
식약청 영양정책관 관계자는 "나트륨 저감화는 입맛을 바꿔야 한다는 점에서 단기간에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어렵다"며 "다만 그동안 적극적으로 대처하지 못했고 향후 저감화 성과를 정확하고 분석하는 한편 체계적인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