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류 자체가 발암물질로 지정된 가운데 주류 속에서 검출되는 하위등급의 발암물질에 대한 안전관리 요구가 높아지자 보건당국이 난감해하고 있다.
19일 식품의약품안전청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 산하의 세계암연구소(IARC)는 지난 2007년 와인 등 과실주에서 주로 검출되는 에틸카바메이트의 발암물질 등급을 2B에서 2A로 상향시켰다.
2A등급 발암물질이란 인체 발암 증거는 제한적이고 부정확하지만, 동물실험에서 발암증거가 충분히 확보된 물질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서도 수입 포도주에서 안전기준을 넘어선 에틸카바메이트가 다량 검출되면서 관리기준 마련에 대한 요구가 높아졌고, 식약청은 현재 에틸카바메이트의 안전관리 가이드라인 마련을 추진하고 있다.
그러나 주류 자체가 1등급 발암물질인데, 주류의 유통이 자유로운데 주류보다 발암성이 낮은 주류 내 발암물질에 대한 관리기준을 마련해 단속하는 보건정책의 앞뒤가 맞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세계암연구소는 훨씬 앞선 1998년 주된 성분이 에탄올인 주류(Alcohol beverage) 자체를 1등급 발암물질로 분류한 바 있다.
세계암연구소가 1998년 발표한 보고서에는 '주류의 인체 발암성은 충분한 증거가 확보됐다'며 '알코올 섭취는 후두암, 식도암, 간암, 구강암 등을 발병시킨다'라고 기재돼 있다.
주류 섭취량이 높은 사람의 경우 구강ㆍ후두암 발병률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고 다른 연구에서도 하루 주류 섭취량이 높을수록 사망률이 2~5배 높게 나타났다.
현재 국내에서는 주류 속 메탄올, 알데하이드 등이 유해물질로 판단돼 안전관리 기준이 마련돼 있다.
식약청 식품기준과 관계자는 "주류는 발암성이 있지만, 오랫동안 우리 사회가 소비해 온 품목"이라며 "에틸카바메이트에 대한 관리기준 마련 여부도 효용과 위험을 따져봐야 하는 만큼 각 분야의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우선 주류업계가 자율적으로 저감화할 수 있는 자율시행 가이드라인을 마련한 다음 제대로 이행되지 않을 경우 안전기준을 마련해 관리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