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은 최근 제기되는 `애그플레이션' 우려와 관련해 국제 곡물가격 급등이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에 반영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 김명기 경제통계국장은 9일 기자들과 만나 "기존의 계약 물량이 있기 때문에 당장 국내 물가에 반영되지는 않지만 시차를 두고 국내 물가를 상승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은 분명하다"며 "다만 언제 얼마만큼 상승 요인으로 작용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고 말했다.
그는 국제 곡물가격이 국내 인플레이션으로 이어지는 애그플레이션의 경로는 크게 두 가지라고 설명했다.
우선 수입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최종 소비재의 가격을 올리는 직접적인 경로와 수입물가 상승으로 수입품에 대한 수요가 줄고 국산품에 대한 수요가 늘어 생산자물가(도매물가)를 올리는 간접적인 경로가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제통화기금(IMF)이 국내 물가통계 편제의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개선을 권고한 것과 관련해서는 "전혀 문제될 게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국장은 "우리나라는 계절 농산품을 55개 품목으로 세분화해 조사·공표하기 때문에 제철이 지나 출하되지 않을 때 유사 상품을 찾기 힘든 현실적 제약이 있다"며 "주요 선진국에서도 우리나라와 비슷한 방식으로 편제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IMF의 권고대로 하면 오히려 통계의 일관성을 떨어뜨리고 불신을 가져올 수 있다"며 "물가 통계가 보다 현실에 맞도록 매년 가중치를 다르게 적용하는 `연쇄가중법'을 2013년 물가 기준연도 개편 때 적용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앞서 IMF는 계절적 요인으로 생산되지 않는 12개 농산품의 물가에 바로 전 달의 가격을 적용하는 `보합 처리 방식'에 대해 이 방식 대신 유사 상품의 가격을 적용해 물가를 편제하도록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