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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사선 조사식품 "답은 없나"

정부 '표시제 시행' 앞세워 적극 대처 외면
전문가들도 소비자에 선택권 맡긴채 '침묵'



“내가 먹는 건어물이 방사선 처리가 됐으리라고는 꿈에도 생각지 못했습니다.”

살균이나 살충 및 저장수명 연장 등을 목적으로 방사선을 쬘 수 있는 식품이 크게 늘어나며 시장규모 또한 빠르게 증가하고 있다.

지난해 한국원자력연구원 이주운 박사는 방사선 조사 식품의 세계 시장규모가 매년 36%씩 커지고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해외 컨설팅업체 GIA의 2006-2010 예측 자료를 따르면 지난 2005년 방사선 조사 식품의 세계 시장규모(매출액 기준)는 7660억원이며 2010년에는 1조9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중국산 농산물 등 수입농산물 상당량이 방사선 처리가 되고 있는 것으로 추정돼 사실상 방사선 조사식품을 식탁에서 대하지 않을 수 없게 됐다.이에 따라 방사선 조사식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논란이 끊이지 않고 있다.

식품당국도 방사선을 일정하게 조사한 식품의 안전성을 인정하고 지난해부터 허가대상 품목을 확대하고 있지만 시민·소비자단체들은 여전히 안전성에 우려를 표명하고 있다.

방사선 처리 코발트(Co)60이나 세슘(Cs)137 등 방사성 동위원소에서 나오는 감마선을 농축산물이나 가공식품에 쬐는 보존처리법으로 발아를 억제시키거나 숙도를 지연시켜 보존관리가 쉽고 미생물이나 기생충, 해충 등을 사멸시키는 첨단 식품가공기술로 활용되고 있다.

감자나 양파 등 농산물에 10kGY(그레이:특정물체에 쪼이는 방사선 흡수 선량 단위) 이하로 방사선을 쬘 경우 발아와 부패를 막을 수 있어 장기간 보존할 수 있고 표면의 해로운 해충이나 미생물을 효과적으로 제거할 수 있다는 것이 학계와 식품당국의 주장이다.

국제적으로는 지난 50년대부터 미국 등을 중심으로 연구가 시작된 후 각종 실험을 통해 안전성이 입증돼 최근 10년 전부터 각 국가들이 이를 상용화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식량문제 해결은 물론 위생관리가 우수하다는 이유로 방사선 조사를 적극 권장하고 있다.

방사선 조사가 첫 허용된 지난 87년 이후 지금까지 허용된 대상품목은 26개에 달한다.여기에는 우리 식탁에 자주 오르는 감자 양파 마늘 외에도 밤 버섯 된장 고추장 건어물 인삼 계란류와 가공식품, 제조원류용 식육과 곡류, 메주 등이 포함돼 있다.

방사선 처리를 하게 되면 급증하는 국제 농축산물 교역시 불필요한 무역마찰을 없애고 국내 영세업체들이 가공원료와 제품을 장기간 보존할 수 있는 기술력을 갖출 수가 있다.

보존기한이 1∼2일에 불과한 자연산 송이에 방사선을 쬘 경우 무려 15일 이상 수확초기 자연상태로 보존할 수 있다.

하지만 방사선 처리에 대해서는 시민·소비자단체에서는 일부 연구결과에서 방사선 조사가 식품의 영양소를 파괴하고 인체에 유전적 변화를 초래할 수 있는 요인이 될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며 반대 입장을 보이고 있다.

이에 대해 세계보건기구(WHO)와 국제식량농업기구(FAO), 국제원자력기구(IAEA) 등이 50년 이상 관찰한 결과를 바탕으로 안전성을 인정하고 있다.

국제조사식품자문위원회(IGGFI)는 "현재까지 연구된 조사식품의 방사선화학, 독성학, 미생물학 및 영양학적 연구결과 식품저장에 이용되는 수준의 방사선은 인체에 해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특히 세계보건기구(WHO)나 유엔식량농업기구(FAO)도 식량문제 해결은 물론 위생관리가 우수하다는 이유로 방사선 조사를 적극 권장하고 있기까지 하다.

하지만 문제는 이 같은 논란이 계속되고 있는 데도 정부는 올해 초부터 시행된 표시제 만을 내세우며 ‘할 일을 다했다’는 태도다. 전문가들 역시 첨예하게 엇갈린 문제를 ‘표시를 보고 알아서 선택하라’며 결국 선택권을 소비자에게 떠넘기고 있는 형국이다.

방사선 처리에 대한 유해성 여부를 더 확실하게 가려줄 책임이 있는 당국과 전문가가 ‘나 몰라라’ 식으로 뒷짐을 지고 있는 동안 경국 피해를 볼 수밖에 없는 이들은 소비자와 ‘방사선조사식품=방사능 오염식품’으로 오인을 할 수 밖에 없는 ‘표시’를 달아야 하는 식품업체다.

이제는 당국과 전문가가 나서서 방사선 조사식품의 안전성을 둘러싼 끊이지 않는 논란을 잠재울 때라는 것이 이를 지켜보는 많은 이들의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