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달성하지 못한 세 가지가 있다.”
삼성그룹을 창업한 고 이병철 회장이 생전에 입버릇처럼 했다는 말이다. 그 가운데 하나가 바로 조미료시장에서 ‘미원 앞지르기’였다.
아직도 많은 이들은 그때의 일을 ‘조미료 전쟁’으로 기억하고 있다.
고 임대홍 대상 창업주가 1956년 국내 최초의 복합조미료 생산공장을 설립한 뒤 조미료시장에서 승승장구하자 1960년대 말 삼성그룹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조미료 전쟁은 시작됐다.
결과는 대상의 ‘승’이었다. 삼성은 자금력과 여러 계열사를 앞세워 공세를 폈지만 조미료사업 하나밖에 없는 대상 직원들은 ‘밀리면 끝장’이라는 생각에 사력을 다한 것이 ‘승리’의 비결이었다.
두 기업의 경쟁은 삼성에서 분리된 CJ로 이어져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다.
고추장·홍초 등 약진 제2 전성기 견인
올 영업익 1천억 돌파 목표 질주 계속
국산 1호 조미료 ‘미원’ 탄생
조미료시장에서는 ‘천하의 삼성’도 따라 오지 못할 정도로 그 자리를 지키고 있는 대상도 어디든 마찬가지겠지만 처음은 미약했다.
국산 1호 조미료 ‘미원’은 1956년 1월 31일 부산 서구 동대신동 약 150평 남짓한 작은 공장에서 탄생했다.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라는 문패 아래 크고 작은 옹기 항아리와 5마력의 발동기 한 대가 전부였다.
이 공장에서 창업주인 고 임대홍 회장은 30여 명의 직원과 매월 500kg의 조미료를 생산했다.
비가 올 때 장화 없인 돌아다니지 못할 정도로 시설이 허술하고 생산량도 적었지만 미원은 당시 국내 조미료 시장을 휘어잡고 있던 일본 ‘아지노모토’를 밀어내고 한국 음식사에 한 획을 긋는 제품으로 자리 잡았다.
미원으로 출발한 동아화성공업주식회사는 1997년 대상그룹으로 이름을 바꿨다.
현재 대상그룹은 지주사인 대상홀딩스 아래 대상, 대상FNF, 대상정보기술, 상암커뮤니케이션즈, 나드리화장품 등 자회사 5개와 대상문화재단을 거느린 대기업으로 성장했다.
대상그룹의 근간인 대상은 지난해 매출 1조 원을 돌파한 종합식품회사다.
대상FNF는 김치, 두부, 콩나물 등 신선식품을 위주로 한다.
영화계 훈남인 정우성 이정재 씨가 선전하는 ‘청정원’, 유기농 전문인 ‘청정원 오푸드’, 건강기능식품 분야의 ‘대상웰라이프’가 주력 브랜드다.
그 외 인도네시아와 베트남에 조미료 제조사 및 생산시설을 갖고 있다.
2008년 해외 사업 전체 매출은 약 6000억 원에 달한다.
청정원 브랜드로 시장 평정
종합식품기업 대상을 키운 핵심 브랜드는 청정원이다.
청정원은 찬란한 햇살, 아름다운 산, 깨끗한 물, 푸른 녹음이 어우러진 우리의 자연이 빚어낸 맛이라는 뜻을 내포하고 있다.
청정원은 특별한 제품을 지칭하는 게 아니라 대상에서 출시하는 장류, 식용유, 홍초 등 다양한 제품군을 포괄하는 패밀리 브랜드다.
서로 특성이 다른 제품을 ‘청정원’이라는 동일 브랜드로 묶어 소비자들이 보다 친숙하게 느끼도록 했다.
청정원 주력제품은 청정원 ‘순창 우리쌀로 만든 고추장’과 ‘마시는 홍초’, ‘맛선생’, ‘천일염’, ‘카레여왕’ 등으로 가파른 성장세를 이어가며 식품부문의 제2의 전성기를 이끌고 있다.
차별화된 신제품 출시를 위한 연구개발과 함께 적극적인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
이승기를 모델로 진행한 청정원 누드콘셉트의 광고는 건강하고 안전한 청정원 제품을 자신감 있게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다.
가수 이효리를 모델로 내세운 우리쌀로 만든 고추장 역시 소비자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청정원 순창 고추장’은 연 매출 1200억으로 청정원 제품 중 최고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상품이다.
매운맛을 5등급으로 나누어 소비자가 기호에 따라 선택해 먹을 수 있도록 했다.
또한 오뚜기의 카레시장 강세 속에 대상은 카레 시장에 재진입했다.
‘청정원 카레여왕’은 지난 2년간 대상 식품연구소가 카레전담반을 구성하고, 차별화된 카레제품 연구 끝에 개발한 노력의 산물이다.
카레의 원료인 수입밀 가루 대신 100% 우리쌀을 도입해 맛이 깔끔하고 신기술(EMT)공법을 적용한 ‘스노우 과립’타입으로 만들어 조리시 잘 풀어지지 않는 기존 분말카레의 단점을 줄였다.
뿐만 아니라 ‘카레여왕’은 매운맛을 조절할 수 있는 ‘별첨 스파이스’를 넣어 온 가족이 기호에 따라 함께 즐길 수 있다.
오븐에 구운 소고기 뼈에 볶은 야채와 마늘, 양파, 허브 등을 넣고 우려낸 정통 프랑스식 퐁드 보육수를 사용해 카레의 맛을 깊고 풍부하게 살려주는 것이 특징이다.
즉석·신선식품 부문에 주력
국내 음용식초 시장에서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시는 홍초’는 지난 5월부터 일본 동경역에서 6개월간 홍초부스를 설치하고 시음회를 진행하는 등 해외 마케팅을 본격적으로 진행하고 있다.
또 국산원료 100%로 리뉴얼을 단행한 청정원 ‘맛선생’도 자연재료 조미료 시장에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처럼 대상의 제품들이 소비자들로부터 ‘변함없는 사랑’을 받는 이유는 간단하다.
바로 `품질최우선주의`를 기본으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품질에 문제가 있는 제품은 절대 판매하지도 생산하지도 않겠다는 것이 회사의 변화지 않는 진리다.
또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품질 안전을 확보하는 투자는 절대 줄이지 않고 있다.
하지만 대상의 ‘질주’는 여기서 멈추지 않는다.
올해 비전을 ‘혁신을 통한 가치창조로 공격적 성장을 이루어가자’로 정했다.
또 ‘2010년 영업이익 1000억 원 돌파’를 목표로 내세웠다.
해외 사업 부문 매출을 두 배로 늘리고 주력 제품군도 장류와 조미료 부문에서 즉석식품, 신선식품 부문을 강화할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대상이 가장 앞에 내세우는 것은 역시 ‘품질 우선주의’다.
푸드뱅크 등 나눔사업 활발
대상은 요즘같이 경기가 어려운 상황에서도 사회공헌의 규모와 의미를 꾸준히 늘려 나가고 있는 기업이다.
대상은 2006년 3월 사회공헌팀을 신설해 이를 실천하고 있다.
또 사회공헌활동 슬로건을 ‘나눌수록 맛있는 행복’으로 정하고, 전사적으로 임직원과 사회공헌활동의 중요성에 대한 의식을 공유하고 있다. 직원들도 자원봉사활동, 기부릴레이, 바자회 등 사회공헌활동에 적극적이다.
지난 1998년부터 어려운 이웃과 음식을 나누는 푸드뱅크사업에 적극 참여해 연간 약 15억원, 현재까지 총120억 상당의 제품을 지원하고 있으며, 저소득층 지원, 장학사업 및 학술지원 사업 등에 앞장서 왔다.
또 매년 11월 마다 대상과 대상FNF, 웰라이프 등 그룹계열사와 함께 ‘사랑 나눔 바자회’를 열어 발생한 5000만원 가량의 수익금을 한국녹색문화재단에 기부해 저소득층 어린이와 장애인들의 생활지원금으로 지원하고 있다.
이밖에도 고향경제에 활력을 불어넣는 ‘내고장 사랑운동’, 우리 농촌 살리기 ‘1사 1촌 운동’, 전 계열사가 참여하는 ‘휴가 전 헌혈 먼저’, 전 임직원이 참여하는 ‘사랑의 나눔 바자회’, 매년 연말연시 전국 빈곤 결손 가정 어린이를 위한 ‘아주 특별한 청정원 선물세트’를 해당 년도 수만큼 제작해 전달하는 사업을 하고 있다.
이 같은 사회공헌 활동을 인정받아 2004년 사회복지의 날 기념식에서 국민포장을, 2009년 9월에는 이웃돕기 유공자 대통령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머지않아 사람들은 ‘미원’하면 떠오르는 회사에서 ‘존경받는 기업’하면 대상이란 이름을 자연스럽게 떠올릴 지도 모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