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쇠고기이력추적제 '겉돌아'

쇠고기 이력제와 원산지표시제가 전면 시행된 지 1년이 넘었지만 이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의 이원화로 인한 비효율과 턱없이 부족한 단속인력 등 문제점이 잇따르면서 제도가 겉돌고 있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현재 가장 큰 문제점으로 제기되는 것은 관련 법률이 이원화돼 행정기관의 업무에 혼선을 초래하고 있다는 점이다.

모든 음식점이 단속 대상인 ‘농산물품질관리법’과 100㎡(30평) 이상이 대상인 ‘식품위생법’의 적용이 그것이다.

이러다 보니 농산물품질관리원과 식품의약품안전청간 갈등이 빚어질 소지가 클 뿐만 아니라 업소 입장에서는 단순히 면적에 따라 1개 또는 2개 법률 모두가 적용되는 모순을 안고 있다.

또 일선 시·군에서의 업무 혼란도 큰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2개의 법률이 시행되다 보니 주관부서가 명확하지 않아 서로 업무를 떠넘기고 책임을 회피하려는 현상까지 나타나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가 유통 전 단계를 담당하고 유통 후 단계는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지방자치단체가 담당하도록 해 이 문제는 처음부터 불거질 수밖에 없는 문제였다.

최종 행정조치 담당자인 지자체는 음식점을 포함해 판매점들이 여론 주도 층이라는 이유로 단속과 과태료 부과에 미온적인 태도를 보여 문제를 키워왔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4월 28일 한나라당 김학용 의원이 대표 발의한 ‘소 및 쇠고기 이력추적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 법률안’을 일부 수정한 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의 ‘소 및 쇠고기 이력추적에 관한 법률 전부개정 법률안’ 대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수입쇠고기 유통관리에 대한 법제화를 통해 수입쇠고기의 국산 둔갑을 막고, 안전성을 확보한다는 것이 이번 법률안 개정에 담긴 주요 내용이다.

하지만 이번 개정안 역시 가장 큰 문제점으로 떠오른 원산지표시 등 부정유통 단속의 일원화 돼 문제는 포함되지 않았다.

사실 ‘식품안전’ 업무의 일원화 문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MB정부 출범 전에도 이 문제가 거론된 적이 있지만 부처 간 첨예한 대립으로 논의조차 제대로 이뤄지지 못했다.

당시 대통령직인수위원회는 생산·유통을 담당하는 농수산식품부가 안전성도 함께 감독할 경우 효율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아들여 논의를 유보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특히 일반 농산물의 경우 생산단계만 농림부가 맡고 그 이후 소비자 식탁까지의 가공·유통단계는 모두 식품의약품안전청이 담당하고 있는 상태여서 일원화가 되지 않으면 행정의 효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농약·중금속 오염, 항생제 과다 사용 등 식품안전 사고의 대부분이 생산과 가공과정에서 발생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그런 점에서 식품 관련 행정이 이원화될 경우 식품산업 진흥은 물론 우리 농업의 경쟁력 제고도 발목이 잡힐 가능성이 크다.

식품안전 문제는 식약청 중심의 사후관리가 아닌, 생산부처 중심의 사전안전관리체계로 일원화하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또다시 논란만 벌이다 원점으로 돌아가는 전철을 밟지 않기 위해서도 식품안전 업무를 농림부로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힘을 얻고 있다.

쇠고기 이력제와 원산지표시제를 관리·감독하는 기관이 일원화로 정리되지 않는다면 그렇지 않아도 인력 면이나 모든 면에서 부실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현장점검이 더 부실해질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리고 여기서 오는 피해는 고스란히 소비자의 몫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