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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식품사업 진출 '러시'

전북.전주.부경대 등 시장서 두각
정부 지원 힘입어 기업설립 추진도


학생은 교육·취업, 학교는 수익창출 이른바 ‘일석삼조'. 대학들이 먹을거리 사업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현재 시중에 대학 마크를 달고 나와 소비자들의 선택을 기다리는 제품은 전북대 햄, 부경대 고추장, 서강대 라면, 경상대 한우, 고려대 막걸리, 서울대 된장, 경희 오가피홍삼대보원, 백석 만나베이커리, 경상대 한우 등 손가락으로 다 헤아리기도 힘들 정도다.

이미 오래 전부터 산학협력분야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전북대는 2003년 학교기업을 설립하고 햄사업에 뛰어들었다.

‘전북대 햄’은 이미 한 해 매출이 12억원을 넘는 대박상품이다.

친환경·무색소·무방부제 고급 수제햄이라는 장점을 부각시키며 친환경 유기농 전문매장을 중심으로 인기를 끌고 있다. 이 햄 덕분에 전북대는 국립대 최초로 위해요소중점관리기준(HACCP) 지정 학교기업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전주대가 2004년 내놓은 ‘궁중약(藥)고추장’의 인기도 꾸준하다. 굴비장아찌와 궁중약고추장 및 여행용 세트 등을 포함해 2004년 학교기업 설립 후 현재까지 15억5000만원의 적지 않은 매출을 올렸다.

부산에 위치한 부경대도 2007년 식품가공센터를 설립하고 ‘마늘고추장’ 시판을 시작했다.

마늘과 고춧가루를 1 대 1 비율로 섞어 만든 마늘고추장으로, 마늘 특유의 냄새는 없애고 항암효과는 높였다는 게 학교 측의 설명이다. 기술력을 인정받아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학교기업지원사업 대상자로 선정됐고 한 해 1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부산 지역의 경우 이 대학 외에도 동의대 한방식품연구소가 세운 오리엔탈바이오텍은 ‘동의홍삼액’을 판매해 연 10억원가량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진주 경상대도 ‘GAST’라는 이름의 학교기업을 세워 ‘족보 있는 한우 및 고급 수제햄·소시지’를 생산하고 있다.

건국대와 전북대 등도 축산학과의 강점을 살려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한우 판매에 나섰고, 강원대는 학교기업 ‘에코포리스트’는 잣과 도토리 분말 등을 판매하고 있다.

서울의 경우 서강대와 고려대는 새로운 제품을 내놓을 채비를 모두 마치고 카운터 다운에 들어가 있는 상태다. 서강대가 서강대의 ‘맛’을 선보일 제품은 라면이다.

서강대는 지방 함량을 줄인 ‘서강라면’을 올 하반기에 출시하기로 했다. 이 제품은 기존 제품보다 지방 함유량을 70% 이상 줄이고, 염분 함량도 절반 수준으로 낮춰 소비자들의 입맛을 벌써부터 유혹하고 있다.

7년 전 ‘고대 와인’을 선보였던 고려대도 올해 막걸리를 상품화해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이 제품은 소화 촉진 성분을 막걸리에 넣었다는 점이 특징이다.

벌써부터 주류업계에서는 이 막걸리가 소비자들로부터 어떤 평가를 받게 될 지 축각을 곤두세워 지켜보고 있다.

상품개발을 넘어 아예 기업 설립에까지 나선 대학들도 있다.

한의학과로 유명한 경희대는 지난 2004년 ‘한방재료가공 학교기업’을 설립했다. 당시 교육인적자원부의 ‘학교기업육성지원사업’에서 3차에 걸친 경합을 통해 최종 지원 대상 학교로 선정되기도 했다.

성장세도 꾸준해 설립 첫해 6000여만원에 불과했던 매출액은 현재 한해 매출 30억원 수준까지 크게 올랐다. 웬만한 중소기업 못지않다.

이 같은 기존 학교기업들의 성공사례에 정부 지원까지 가세하며 대학들의 기업 설립이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미 지난해에 2015년까지 대학 및 연구소에 출자하는 기술지주회사를 50개, 자회사(벤처기업)는 550개까지 늘리겠다는 지원 방침을 발표했다.

교과부는 또 2011년부터 현재 60억원인 TLO 지원 예산을 200억원까지 확대하고 지원 대학도 현재 18개에서 80개까지 늘릴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렇게 되면 대학 재정 확충과 더불어 일자리 창출에도 도움이 될 전망이다. 교과부는 계획대로만 된다면 약 1만개의 일자리가 생기고 3조3000억원의 매출을 올릴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교육부의 방침에 대해 일부에서는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이런 우려는 과거 대학의 창업보육센터를 지원하겠다고 정부의 발표가 있자마자 전국의 모든 대학이 창업보육센터를 우후죽순처럼 만들고 나서는 바람에 단 하나도 제대로 된 곳이 없다는 평가가 나온 적이 있었다.

이런 일이 되풀이되지 말란 법도 없는 것이 현실이다. 그것은 외국의 대학과 비교해 보면 지금 국내 대학의 부족한 점이 무엇인지 짚어볼 수 있다.

선진국 대학의 유명한 기술지주회사들을 보면 한마디로 탄탄하다.

사업화 대상이 될 기술도 풍부하고 이를 외부에 세일즈할 전문인력도 충분히 보유하고 있다. 이와 비교할 때, 과연 국내의 대학기업이 선진국 대학 수준으로 발전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 수밖에 없다.

이런 우려의 목소리를 불식시킬 수 있는 해답을 찾는 것이 현재 학교기업과 정부 앞에 놓인 과제인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