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장에서 식탁까지(Farm to Table)’. 식품안전 분야에 관심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본 표어다. 그만큼 식품안전은 일상적이면서도 국민의 삶을 지키는 기본 조건이다. 수많은 표어가 등장했지만 소비자에게 명확하게 인식된 시스템은 많지 않다. 이런 점에서 소비자 인지도 89.2%(2024년 식약처 조사)에 달하는 해썹(HACCP)은 지난 30년간 우리나라에서 가장 성공적으로 자리 잡은 식품안전 제도라 할 수 있다.
1995년 식품위생법에 도입된 해썹은 각종 식품안전 사고의 해결사 역할을 해왔다. 의무적용 확대, 스마트 해썹 등을 발판 삼아 국민에게 안심 먹거리를 제공하는 대표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과자·빵·유제품 등 생활 속 대부분의 식품이 해썹 인증을 받았고, 국내 가공식품 생산량의 91.2%가 해썹 체계 아래 관리되고 있다. 중국산 김치 불신 해소를 위해 수입 배추김치에 100% 해썹 의무화를 적용한 것 역시 그 신뢰의 연장이다.
이처럼 해썹은 교과서에도 수록되는 등 국민의 일상 속에 깊이 스며들었으나 국제 시장에서는 한계를 보인다. 국제적으로 식품안전관리 체계는 기후변화, 원료 수급의 불안정 등의 국내외 식품 제조 환경 변화에 대응하기 위해 의도적 오염과 부정행위까지 사전 예방하는 포괄적인 시스템으로 변화하고 있다.
이러한 흐름에 대응하기 위해 정부는 제조 공정 관리 중심의 우리나라 해썹 관리를 국제 수준으로 한층 더 높이고 케이 푸드(K-food)의 수출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기 위해 지난 8월 ‘글로벌 해썹’제도를 도입했다. 글로벌 해썹은 식품위생과 안전을 넘어 식품방어, 식품사기 예방, 알레르기 유발물질 관리, 식품안전문화, 식품안전경영시스템 등 국제식품규격위원회(CODEX)의 최신 지침과 미국의 식품안전현대화법(FSMA), 국제식품안전협회(GFSI)의 인증 규격(FSSC22000, BRC GS, IFS, SQF)을 반영한 제도이다.
글로벌 해썹은 내외부의 고의적인 오염이나 테러 등을 방지하기 위한 식품방어 체계, 원료의 원산지나 품질등급 등을 속이는 행위를 막는 식품사기 대응전략을 포함한다. 또한 국내에서는 상대적으로 관리가 소홀한 알레르기 유발물질의 교차오염 방지계획을 수립하고, 최고경영자부터 현장 직원까지 동일한 수준의 식품안전 의식 및 목표, 정보를 공유하며 검증과 개선 활동을 지속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글로벌 해썹은 기존 해썹의 80개 평가항목에 72개의 글로벌 해썹 평가항목을 추가하고 FSSC 22000이나 BRC GS 등의 GFSI 승인 규격보다 더 명확한 관리 기준과 현장의 실행 결과에 따른 기록을 요구한다. 따라서 글로벌 해썹은 세계에서 가장 강력하고 엄격한 제도로서 우리 수출기업이 국제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한 것이다.
식약처와 한국식품안전관리인증원은 앞으로 글로벌 해썹을 인증받은 기업들의 원활한 수출을 지원하기 위해 아프라스(APFRAS) 회원국과 수출국 재외공관을 대상으로 홍보를 강화하고, 기존 국제 인증제도와의 동등성 확보를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수출기업과 교육기관, 식품산업 종사자를 대상으로 전문 교육을 운영해 역량을 높일 예정이다.
지난 30년간 해썹이 국민의 식품안전을 책임지는 대명사였다면 이제 글로벌 해썹은 전 세계의 소비자에게 케이 푸드(K-food)와 함께 신뢰받는 국제 식품안전의 대명사로 자리 잡아야 한다. 정부, 산업계, 학계 등 모든 분야의 전문가들이 함께 힘을 모아 우리 식품안전의 새로운 역사를 써나가길 기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