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올해로 지정 68주년을 맞은 어버이날.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날”이라는 취지는 그대로지만 시대에 따라 효도의 방식과 선물도 크게 달라졌다. 달걀 한 판, 빨간 내복, 안마기, 현금까지, 어버이날 선물의 변화는 한국 사회의 소비문화와 경제 흐름을 고스란히 담고 있다. 2025년 현재, 효도는 ‘맞춤형’과 ‘실속’을 키워드로 진화 중이다.
1950~60년대: 달걀 한 판이면 효도 완성 – 결핍의 시대
1956년 지정된 ‘어머니날’(1973년부터 어버이날로 확대)은 당시 ‘무엇을 사 드린다’기보다 ‘무엇을 드릴 수 있을까’가 더 중요한 시대였다. 전쟁 직후 가난했던 시절, 자식이 손수 지은 쌀 한 됫박이나 기른 달걀 한 판을 건네면 부모는 그 자체로 감격했다. 농촌에선 감자나 보리, 뽕잎 같은 자급 농산물을 건넸다.
1970년대: 생필품과 빨간 내복, 실용이 최고
산업화가 본격화되면서 도시 인구가 증가하고, 생필품이 어버이날 선물의 중심으로 떠올랐다. 비누·면도기·설탕·밀가루 같은 생활용품은 고마움과 실용성을 함께 담은 효도 아이템이었다. 특히 ‘빨간 내복’은 부모님 선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당시 광고에서도 "효도는 빨간 내복으로"라는 카피가 유행할 만큼 시대 분위기를 반영했다.
1980년대: 건강식품의 등장, ‘건강 챙기는’ 선물 첫 전성기
1980년대는 고도성장기의 시작이었다. 저금리·저유가·저환율의 '3저 호황'이 이어지며 국민소득이 높아지자 선물도 고급화되기 시작했다. 백화점에서는 참치캔, 햄, 세안세트 등으로 구성된 ‘고급 선물세트’가 등장했고, 꿀과 인삼 같은 건강식품도 부모님 선물로 인기를 끌었다. 단순한 생필품에서 벗어나 ‘마음까지 챙기는 선물’로의 전환이 시작된 시점이다.
1990년대: ‘효도=건강’ 공식 본격화...안마기·검진권 인기
중산층이 자리 잡고, 건강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지면서 건강기능식품, 마사지기, 검진권 등이 선물의 주류가 됐다. 당시 설문조사에 따르면 부모들이 가장 받고 싶은 선물 1위는 ‘안마기’(30%)였다. 건강검진 상품권, 한방보약, 한약재 등도 인기였다. 효도=건강이라는 공식이 본격적으로 자리잡기 시작했다.
2000년대: 선택은 부모님이…‘취향 존중’ 시대
경제적 여유와 개별 취향 존중 분위기가 확산되며 ‘선택은 부모님이 직접’이라는 문화가 확산됐다. 현금·백화점 상품권·문화상품권 등이 주류로 떠올랐고, 연극이나 콘서트 티켓, 디너쇼 초대권 등 경험 중심의 선물도 인기를 얻었다. 부모님도 스스로 고르는 재미를 즐기기 시작한 시대였다.
2020년대~2025년: 효도도 실속! ‘현금+건강식품’ 조합 인기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쇼핑이 일상화되고, 고물가·고금리 시대가 이어지면서 어버이날 선물은 ‘가성비’와 ‘실용성’ 중심으로 재편됐다.
최근 롯데멤버스 조사에 따르면 부모가 가장 받고 싶은 선물, 자녀가 가장 드리고 싶은 선물 모두 ‘용돈’이 압도적인 1위를 차지해 실속 중심 소비 경향을 반영하고 있다. 실속 있는 소비와 맞춤형 선물이 트렌드로 떠오르며 ‘현금+건강기능식품’ 조합이 대표 효도 아이템으로 자리 잡았다.
평균 선물 예산은 29만 원으로 지난해보다 약 8만 원 감소했다. 이는 경기침체와 물가 부담에 따른 변화로 분석된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올해 어버이날 농식품 구매 품목은 ▲육류(38.0%) ▲과일류(29.4%) ▲건강기능식품(18.8%) 순으로 나타났다. 구매 목적은 가족 식사용(41.5%)과 건강 관리(32.2%)가 대부분을 차지했다.
가정의 달을 맞아 가족, 이웃, 친지에게 주는 선물로는 건강기능식품이 가장 많이 선택됐으며, 선호 가격대는 10만~15만 원이었다. 선물 선택 기준으로는 ‘받는 사람의 취향’(50.5%)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으며, 이어 ‘건강 고려’(30.3%), ‘가격 대비 품질’(10.4%) 순으로 나타났다.
시대는 바뀌어도 부모를 생각하는 마음은 변하지 않는다. 어버이날 선물은 단순한 물건 그 이상, 세대 간 정서와 가치관의 변화를 비추는 거울이다. 2025년 현재, 효도는 더 개인화되고 실용적이며, ‘맞춤형 배려’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진화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