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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일본을 다시 생각하자

김병조 편집국장
‘전 세계에서 일본을 우습게 아는 나라는 한국밖에 없다’는 말을 들어본 적이 있을 것이다.

36년이란 오랜 세월 동안 핍박을 받은 민족으로서 일본에 대해 두려움을 가질 만도 한데 왠지 우리 국민들은 일본에 대해 우월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왜 그런지 이유는 모르지만 필자는 일본을 우습게 아는 우리 국민의 정서가 그리 바람직한 것만은 아니라고 말하고 싶다.

일본을 두려워하지 않는 국민 정서가 일본에 대한 자신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는 물론 긍정적인 면이 없지는 않다. 그런데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고 우월감만 갖고 있다고 해서 우리가 일본을 이길 수 있을까?
미안한 이야기지만 일본을 제대로 알지 않고서는 결코 일본을 이길 수가 없다.

일본 시마네현 의회의 ‘다케시마(독도)의 날’ 조례안 제정을 계기로 한일간에 일촉즉발의 첨예한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다. 필자는 전투경찰 시절 독도를 지키는 ‘독도수비대원’으로 근무한 적이 있기에 더욱 참담한 심정이다. 독도 영토권 문제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닌데도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과연 우리 정부에서는 그동안 어떤 노력을 해왔는지 의문이 가기에 더욱 안타까운 심정이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어떤가. 독도분쟁 관련 국제심판에서의 승리를 위해 오래전부터 치밀한 준비를 해왔다. EEZ(배타적경제수역) 설정을 바탕으로 한 한일어업협정이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라 동해를 일본해로 표기한 지도 배포 등 각종 수단을 동원해 치밀하고 조직적으로 준비해온 것이 눈에 보인다.

최근 ‘다케시마의 날’ 조례안 제정은 독도 영토권 분쟁을 의도적으로 조장해 국제심판소로 끌고 가기 위한 수순에 불과한 것이다. 일본 입장에서는 ‘이제 준비는 끝났다’는 선전포고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정광태씨가 부른 ‘독도는 우리땅’이라는 노래의 가사 일부가 언제부터인가부터 수정된 부분이 있다. 원래 가사는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일본땅, 독도는 우리땅’이었는데 지금은 ‘하와이는 미국땅, 대마도는 몰라도, 독도는 우리땅’으로 바뀌었다. ‘대마도도 우리땅’이라는 학설이 있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우리 역사 학자가 자료를 입수하기 위해 대마도의 토호를 찾아간 적이 있다고 한다. 그때 일본인 토호가 하는 말이 “어찌 이제 오십니까?”였다는 것이다. 일본 학자들은 이미 수십 명이 수십 차례 다녀갔다는 것이다.

문제는 준비다. 준비가 없으면 우환을 겪게 되어 있다. 무비유환(無備有患) 하게 되는 것이다. 엄연한 우리 땅을 자기네 땅이라고 억지를 부리는 일본을 탓하기 전에 명쾌하게 매듭을 짓지 못하고 일본에 의해 질질 끌려가는 우리정부는 이번 기회에 반성을 해야 할 것이다.

최근의 독도분쟁을 식품업체들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일본이 한국 식품업체들을 상대로 무슨 짓을 저지를지 예의주시해야 할 것이다. 얼마 전 일본 동경TV에서 필자에게 인터뷰를 한 적이 있다. 한국 식품업체의 일본 제품 베끼기에 대해 취재를 한 것이다.

일본은 지금 한국 업체의 일본 제품 베끼기를 지적재산권 보호 차원에서 치밀하게 대응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미 국내 모 제과업체가 일본 업체로부터 소송이 걸려 있는 상태다. 앞으로도 얼마나 많은 분쟁이 발생할지 모르는 상황이다. 준비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치밀한 일본인들의 전략에 말려들기 십상이다.

우리 국민들이 TV모니터 앞에서 왜적을 막아낸 ‘불멸의 이순신’ 드라마를 보면서 감동에 젖어 있고, 일본 열도에 부는 ‘욘사마’ 열풍에 흐뭇해하고 있을 때도 일본은 은밀하고 치밀하게 흉계를 꾸미고 있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김병조 편집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