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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르포]40대 라이더의 죽음...속도경쟁 주장한 배민은 말이 없었다

[푸드투데이 = 조성윤기자] "우리는 언제나 소비자들에게 음식을 빠르게 갖다주고자 목숨을 걸고 도로 위를 달린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서비스일반노조 관계자의 말이다.

 

지난 26일 선릉역 인근 도로에서 23톤 화물차에 치여 40대의 라이더 A씨가 숨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화물차의 운전자는 운전석 위치가 높아 바로 앞에 정차해있던 A씨를 발견하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현장에는 고인이 타던 오토바이에 국화꽃을 놓고 작은 상에 막걸리·소주·맥주 등을 놓으며 사망한 운전자를 추모하고 있었다. 국화를 헌화하거나 주류와 음료수로 추모하는 시민들도 보였다.

 

현장에서 만난 노조 관계자는 "플랫폼 회사는 사고를 줄일 수 있도록 정차해서 주문 콜을 받으라고 하지만 배달 중 울리는 콜을 받아야 허비하는 시간이 적다"면서 "어쩔 수 없이 도로 위에서 휴대전화를 봐야 하는 것이 현실"이라고 털어놨다.

 

묵묵히 이야기를 듣고있던 라이더 B씨 역시 "사고 장면을 보면서 가슴이 먹먹하고 두려운 마음이 들지 않은 라이더는 없을 것"이라며 "그 라이더가 나나 동료가 될 수 있다. 사망한 라이더가 우리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라이더유니온도 이 사고를 산업재해로 인정해줄 것을 촉구 중이다. 박정훈 라이더유니온 위원장은 "라이더가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근무조건의 보장이 시급하다"면서 "사실상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 배달사업자들을 규제하고, 신호를 지켜서 배달 하더라도 적정한 소득을 보장하는 안전배달료 도입과 과도한 시간압박에 대한 제한 등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이동수단에 대한 문제도 지적했다. 그는 "이륜차로 배달을 하는 이유는 차 사이로 주행해서 신속하게 배달하라는 것"이라며 "대만의 경우 이륜차 전용 정지선을 만들어서 오토바이가 정지선 맨 앞에서 대기할 수 있도록 보장한다"고 설명했다.

 

이륜차 사고가 나면 라이더가 치명적인 부상을 입을 수 있다는 특성을 이해하고 공존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 박 위원장의 의견이다.

 

하지만 무엇보다 속도경쟁을 부추기는 플랫폼에게 문제가 있다는 지적도 있다. 라이더 B씨는 "강남.서초.송파는 서울 배달의 30%가까이 차지하는 배달 격전지로 떠오르며, 배민과 쿠팡이 '단건배달'로 경쟁을 부추겼다"면서 "단건 배달은 묶음 배달 보다 시간적인 압박이 더 크기 때문에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 것이 일상"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