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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김정숙 식약청장에 대한 중간평가

김병조 편집국장
김정숙 식약청장이 부임한지 5개월이 되면서 김 청장에 대한 평가가 나오기 시작하고 있다. 결론부터 말하면 식약청 내부에서나 외부 업계로부터 대체로 합격점을 받고 있는 것 같다.

전문성은 높지만 그동안의 경력으로 볼 때, 또 일부에서는 여성이라는 점 때문에 과연 식품안전의 총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을까? 라고 우려를 표시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았는데 일단은 우려보다는 기대 쪽으로 높은 점수가 매겨지고 있다. 왜일까.

지난 27일 아침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사)한국식품공업협회가 주최하는 김정숙 식약청장 초청 조찬간담회가 열렸다. 김 청장은 이 자리에서 자신이 어릴 적 먹을 것이 없는 이웃들이 매일 김 청장의 집에 밥을 얻으러 오는 것을 보았으
며, 이들에게 밥을 주기 위해 어머니가 가마솥에 많은 양의 보리밥을 짓는 것을 본 적이 있다는 말을 했다.

그런데 지금은 먹고 남은 음식쓰레기를 처리하는 데만도 수 천 억원이 들 정도로 잘 먹고 잘 사는 시대가 됐다고 말했다. 세 끼 먹는 걱정을 할 때는 어머니가 비록 보리밥이지만 많은 양의 밥을 지어 나눠주듯이 정부의 정책도 생산위주여야 하지만 지금처럼 잘 먹고 잘 사는 시대에는 소비자 위주의 정책을 펼 수밖에 없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한 비유였다.

김정숙 청장은 그러면서 “식약청은 동전의 양면처럼 ‘소비자보호’와 ‘식품산업 진흥’을 모두 관리해야 한다”면서 “소비자들에게는 무리한 요구를 하면 산업이 망한다며 설득하고 있다”고 전제 한 뒤 “식품업체들도 소비자를 항상 염두에 두고 사업해 줄 것”을 당부했다.

소비자들의 식품안전에 대한 의식이 높아져 가고 있는 만큼 그동안 규제개혁 차원에서 지나치게 완화된 식품산업 관련 규제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자연스럽게, 그리고 설득력 있게 설명하는 재치를 보였다.

김 청장은 또 지난해 12월 13일, 취임 100일을 맞아 가진 기자간담회 자리에서는 “주머니 속에 항상 1,100원을 넣어 다닌다”고 말한 적이 있다. 주머니 속에 1,000원짜리 한 장과 100원짜리 동전 한닢을 넣고 다니며 국회와 관련 부처 등을 상대로 식약청의 중요성과 열악한 환경을 설득하기 위한 도구로 삼기 위해서라는 것이었다.

김 청장은 식약청의 총 예산 중 인건비와 기본 경비를 제외하면 500원억원이고 이를 우리나라 인구 4천8백만명으로 나누면 1,100원이 나온다는 계산에 따라 1,100원을 갖고 다니면서 국민의 안전한 식탁을 책임지기 위한 식약청의 예산이 턱없이 부족함을 한마디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필자는 이 두 가지의 사례를 직접 듣고 보면서 김 청장이 성공할 수밖에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을 감히 했다. 기업적 개념으로 비유하자면 김정숙 청장은 한마디로 기가 막히게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든다.

특히 자기의 뜻을 적절한 비유를 대면서 다른 사람에게 설득력 있게 전달하는 화술(話術)이 뛰어난 사람이다. 김정숙 청장은 오랫동안 미국에서 생활을 했기 때문에 우리말 솜씨가 좀 서툰 편이다. 그런데도 본인의 의사를 정확하고 설득력 있게 전달할 줄 아는 사람으로 평가되고 있다.

김 청장은 또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도 업무에 백분 활용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밝은 색의 옷차림에 항상 웃는 얼굴로 직원들이나 업체 사람들을 대함으로써 편안한 분위기를 연출하고 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대외활동도 매우 적극적이다. 전임 심창구 청장과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활발하다.

따지고 보면 사람의 능력은 크게 차이가 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마케팅이다. 요즘은 사람도 기업의 경우와 마찬가지로 마케팅 개념을 도입해야 한다. 그것이 소위 말하는 PI(Personal Identity)다. 같은 능력을 갖고 있어도 PI를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대외적으로 비쳐지는 능력은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숙 청장은 PI 정립에 성공하고 있는 셈이다.

취임 5개월째 되는 시점에서 김정숙 청장에 대한 중간평가는 합격점이다. 엄밀하게 말하면 청장 개인에 대한 시험대는 무사히 통과한 것이다. 이제 김 청장에 주어진 과제는 식약청에 대한 이미지를 개선하는 일이라고 볼 수 있다.

다른 어떤 기관보다도 열악한 환경에 있으면서도 사실 식약청 직원들은 상대적으로 많은 일을 하고 있는 편이다. 그런 실상을 제대로 이미지 매이킹 해서 식약청에 대한 국민적 신뢰가 제고되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