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밥이 보약이다’는 말이 있다. 쌀을 주식으로 하는 우리민족에게는 예로부터 내려오는 격언이다. 그런데 밥이 왜 보약인지를 아는 사람은 그리 많지가 않다. 옛날에야 먹을 것이 밥보다 나은 것이 흔치 않았으니 보약이든 아니든 선택의 여지가 없이 주로 밥만 먹고 살았지만 요즘은 그렇지 않다. 밥이 보약이라면 과학적 근거에 의해 납득이 가게 설명을 해줘야 한다. 그래야 아이들이 빵이나 햄버거 대신에 밥을 먹지 그렇지 않고서는 억지로 밥을 먹게 할 방법이 없다. 밥뿐만 아니라 요즘 아이들은 김치나 된장 등 전통음식을 즐겨 먹지 않는다. 전통음식 자체가 아이들 입맛에 맞지 않는 것도 이유가 되겠지만 필자는 교육의 부재 탓으로 돌리고 싶다. |
그런데 문제는 가르칠 사람이 없다. 기성세대가 식문화(食文化)에 대해 너무 모르기 때문이다. 60~70대의 개발세대들은 보릿고개 세대로 허기를 때우기에 급급했고 40~50대들도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다보니 돈을 벌고 출세하는 쪽으로만 신경을 썼지 먹는 문제가 그리 중요한 과제는 아닌 편이었다.
내가 모르니 아이들에게 가르쳐 줄 것이 없다. 기성세대조차 소득수준이 좀 높아지고 건강에 대한 관심이 증대하면서 이제야 언론매체 등을 통해 배워나가고 있는 정도다.
상대적으로 일본은 어떤가. 일본은 이미 식생활을 둘러싼 현상과 문제점을 근거로 후생성과 문부성, 농림수산성이 공동으로 ‘식생활 지침’이라는 것을 만들어 모든 국민을 상대로 ‘식육(食育)’을 실시하고 있다.
‘식육’은 음식에 관한 적절한 판단력을 길러 일생에 걸쳐 건전한 식생활을 실현하는 것으로 국민의 심신 건강의 증진과 풍부한 인간형성에 이바지하는 것으로 모든 세대에 걸쳐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유아 및 청소년기는 미각이나 식습관, 인격형성 면에서도 중요한 시기이기 때문에 아이들에 대한 ‘식육’은 심신의 성장 및 인격의 형성에 큰 영향을 미쳐 일생에 걸쳐 건전한 심신이나 풍부한 인간성을 양성해가는 기초가 되는 것이라고 보고 있다.
일본은 이에 따라 ‘식육’을 범국민운동으로 전개해나가고 있다. 특히 농림수산물의 생산과 식품의 제조, 유통 등에 있어서는 체험활동을 통해 음식에 대한 국민의 관심과 이해를 증진하는데 중요한 의의를 가진다며 적극 권장하고 있다.
아이로부터 어른에 이르기까지 실제의 체험에 의한 ‘식육’으로 음식에 대한 의식을 향상시키고 조리기술 뿐만 아니라 몸에 좋은 음식이나 식사 밸런스의 중요성, 올바른 식습관이나 음식에 대한 감사의 마음, 풍부한 감성을 고취시키고 있다.
일본에서는 또 누군가와 함께 식사를 즐기는 공식(公食)이 심신의 건강에 매우 중요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고령자나 장애자, 독신생활자 등이 폭넓게 지역사람들과 부담 없이 식사를 함께 즐기며 커뮤니케이션을 도모하는 장소로서 운영하는 ‘커뮤니티 레스토랑’이나 ‘커뮤니티 카페’를 통해 ‘코미레스(Communication Restaurant)' 운동도 추진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늦었지만 이제부터라도 체계적인 식육(食育)을 할 때다. 食育은 국민 개개인의 건강한 삶을 위해서도 필요하지만 국가를 위해서도 반드시 필요한 과제다. 그것이 농업과 농촌을 살리는 길이고 연간 15조원에 이르는 음식물쓰레기로 인한 낭비를 줄이는 것이며 크게는 식량안보의 위협을 예방하는 방책이기 때문이다.
한때 身土不二 운동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요즘은 시들하다. 구호만 신토불이를 외쳤지 왜 제땅에서 난 제철 음식이 몸에 좋은지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프로그램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국가가 나서서 식육(食育)에 필요한 교육프로그램을 개발하고 자라나는 어린 학생들은 물론 기성세대에게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해야 한다.
특히 청소년들에 대한 음식문화 교육은 절실하고 시급하다. 식량자급률이 위험수위로 곤두박질치고 있는 상황에서 이미 패스트푸드 등 서구 음식문화에 길들여진 아이들의 입맛을 전통음식으로 돌려놓지 않으면 훗날 우리나라가 식량대국의 종속국이 되지 말라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