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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론 ··· 식량 植民地를 우려한다

김병조 편집국장
지난 6일 북한으로부터 의미 있는 기사가 하나 나왔다. 요지는 북한이 올해 농업부문 증산을 최대과제로 잡고 이를 위해 인민군까지 동원하고 있다는 내용이다. 북한은 농업증산을 외치는 5가지 이유도 밝혔다.

첫째는 식량과 채소, 고기를 비롯한 먹거리 보장, 둘째는 경공업에 필요한 원자재 공급, 셋째는 都農간 소득격차 해소, 넷째는 정치사상적 위력강화, 다섯째는 군사력강화라고 이유를 밝혔다. 이와 관련해 노동신문은 “인민들이 먹는 문제를 해결하지 않고서는 사회주의를 고수할 수 없고 강성대국 건설도 다그칠 수 없다”면서 “현 시기 농업전선은 반미대결전, 사회주의 수호전의 가장 첨예한 전선의 하나”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북한이 농업증산을 외치는 다섯 가지 이유 중에서 넷째와 다섯째 이유는 몰라
도 나머지 세 가지 이유는 필자가 개인적으로 공감할 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도 의미 있게 받아들여야 할 부분이라는 생각을 한다. 또한 전체적으로 보면 식량안보를 무척 의식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북한의 현재 식량자급률은 약 40% 정도 되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자급률이 26%에 불과한 우리나라보다는 그나마 사정이 나은데도 이처럼 농업증산을 최대과제로 부각하고 있는 이유가 뭔지에 대해 우리나라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할 것이다.

식량안보 차원에서 보면 우리나라나 북한이나 입장은 비슷하다. 지구촌에 남은 유일한 분단국가로서 만의 하나라도 한반도에 전쟁이 터진다면 남북한 모두 식량이 사실상 최대의 무기가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남북한의 특수한 관계를 배제하더라도 이미 세계는 식량전쟁을 치르고 있고 역사적인 사례에서도 식량안보의 중요성은 입증된 바 있다.

얼마 전 美국방성 펜타곤 비밀보고서에 ‘향후 세계는 기상이변과 인구증가로 인해 식량이 급격히 부족할 것이 예상되기에 미국은 식량으로 주도권을 장악해야 한다’는 내용이 실려 있었다는 사실이 21세기의 전쟁은 바로 식량전쟁이 될 것임을 예고하고 있다. 중국도 공업화로 인한 이농현상으로 농산물수입국가로 전락하면서 식량부족 현상을 심각한 현안으로 간주하고 있는 상황이다.

역사적으로는 구 소련이 식량자급률 5%밖에 안 되는 상황에서 결국은 미국의 ‘밀가루 포대’에 의해 무너졌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경각심을 주고 있다.

이에 앞서 19세기 영국은 공산품을 만들어 해외시장에다 비싸게 팔고 그 이익금으로 농산물을 싸게 사들이는 정책을 펴다가 2차대전이 터져 곡물을 사들여올 수 없게 돼 쌀값이 폭등하는 등 곤경을 겪은 바 있다. 그런 영국이 지금은 100% 이상의 식량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금 세계적 강대국들은 대부분 100% 이상의 식량자급률을 유지하고 있다. 프랑스가 190%, 캐나다 160%, 미국 130%, 독일 120%, 그리고 스위스와 이탈리아도 100% 이상의 식량자급률을 보이고 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어떤가. 26% 수준에 불과하다. 그나마 쌀을 제외하면 5%미만 수준이다. 국민들이 먹는 식품 중에 쌀밥을 빼고 나면 대부분이 수입산이라는 뜻이나 마찬가지다. 가공식품의 경우만 하더라도 2000년부터는 수출보다는 수입이 많아져 무역역조 현상을 보이고 있고 해가 거듭될수록 적자폭은 확대되고 있는 실정이다.

지난연말에 정부는 쌀시장 개방과 관련해 10년간 관세화를 유예하기로 결정했다. 10년 후에는 전면개방이 사실상 불을 보듯 뻔하다. 그런데도 우리 국민들은 심각성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지금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시장개방 조건이 유리하니 불리하니 따지는 논쟁도 아니요, 국산 농산물의 값이 비싸니 또는 품질이 좋으니 등을 따지는 것이 아니다.

지금 우리에게 가장 절실히 필요한 것은 언젠가는 우리에게도 식량이 무기화될 수 있다는 인식을 갖는 것이다. 그런 인식이 돼있지 않은 가운데서는 아무리 우리 농산물 사용을 확대하자고 해봤자 공허한 메아리에 불과하다.

식량안보에 대한 국민들의 정신적 무장이 갖춰지지 않은 가운데 5년 10년이라는 세월을 흘려보냈을 때 우리나라가 식량 강대국의 식민지가 되지 않으리라는 보장이 어디에 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