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청, “국제기준일 뿐 강한 규제 아니다”
식품의 표시기준 개정을 놓고 식품의약품안전청과 식품업계가 정면충돌 양상을 보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은 지난 6월 4일 원칙적으로 모든 원재료명 및 성분명을 표시하도록 한 ‘식품등의 표시기준’ 개정안을 입안예고한 바 있다.
이 개정안은 모든 원재료 또는 성분을 제조시 많이 사용한 순서에 따라 표시해야 하고, 식품첨가물의 경우 고시된 명칭으로 표시해야 하며, 복합원재료를 사용한 경우 그 복합원재료 명칭을 표시하고 괄호로 많이 사용한 순서에 따라 5가지 이상의 원재료명 또는 성분명을 표시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를 논의하기 위해 최근 개최된 식품위생심의위원회에서 식약청은 가공식품의 원재료 표시와 관련해 100% 표시하는 것이 원칙이라는 뜻을 고수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식품업계는 불합리한 규정이라며 수정해 줄 것을 요구하고 있어 정부와 업계간에 첨예한 대립각이 세워지고 있다.
식품업계에 따르면 실제 판매되고 있는 라면에는 약 72가지의 원재료가 들어가지만, 실제적으로 하부원재료까지 표시를 하면 약 200여가지의 원재료가 표시돼야 하기 때문에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개정안이 시행돼 원재료명을 다 표시하려면 라면에는 속지를 넣어야 한다”며 “이것은 자원낭비란 측면이 크다”고 지적했다.
특히 식품제조 기술은 구성 원료가 핵심인데, 식품의 원재료가 다 공개되면 그 업체만의 노하우가 다 드러나는 것이므로 핵심 기술의 유출 우려가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식품업계는 식약청에 전체 중량 배합비 2% 이내의 복합원재료는 표기를 면제토록 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업계는 또한 빙과류에 대해 제조일자를 표시하게 한 규정에 대해 빙과류는 충진공정 이후 약 영하 35~40℃로 동결과정을 거쳐야 하므로 해당 제품의 재질에 관계없이 제조일자를 표기하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빙과류의 개별제품에 제조일자를 표시하려면 잘 동결된 양질의 제품을 다시 상온에 방치해야 하고, 제품에 열을 가해야하기 때문에 상품의 가치저하 및 안전성이 떨어지는 문제점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이를 골판지 박스 등으로 포장하는 최소 유통단위별로 제조일자를 표기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식약청 관계자는 이와 관련해 이번 표시기준 개정은 소비자에게의 정보제공 확대와 국제기준과의 조화, 건전한 식생활 유도 등을 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미국, 일본과 Codex 기준과 수준을 맞춘 것이라고 밝혀 업계의 요구에 대해 수용불가 입장을 보였다.
그는 외국 사례처럼 원재료를 100% 공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되 면제규정을 잘 활용하면 업계에서 우려하는 핵심기술이 유출 등의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그는 빙과류에 제조일자를 표시하는 사항에 대해선 ‘불필요하다’는 식품위생심의위원회의 의견을 적극 반영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승현 기자/tomato@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