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유통업체들의 납품업체에 대한 온갖 부당행위 강요가 여전한 것으로 조사됐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해 4~11월 19개 대형유통업체와 4807개 납품업체를 대상으로 벌인 유통 분야 서면 실태조사의 결과를 10일 발표했다.
조사에 응한 877개 납품업체의 66.5%는 대형 유통업체의 법 위반 행위를 최소 한 건 이상 경험했다고 답했다.
업태별로는 대형서점(71.8%), 대형마트(70.1%), 편의점(68.8%), 인터넷쇼핑몰(68.1%), 전자전문점(64.3%), 백화점(56.4%), 홈쇼핑(52.3%) 순으로 높았다.
◆ 판촉행사 서면 미약정
납품업체들이 겪은 불공정 행위 중 가장 빈도가 높은 것은 ‘판촉행사 서면 미약정’이었다.
응답업체의 44.9%가 대형 유통업체 주도의 판촉행사에 서면약정 체결 없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29.6%는 판촉비용을 절반 이상 부담했으며 16.4%는 전액 부담했다.
특히 대형 서점은 납품업체의 57.1%가 서면 미약정을 겪었으며, 인터넷쇼핑몰(51.1%), 편의점(50%) 등도 절반 이상에 달했다.
대형 유통업체가 판촉비용을 부당하게 전가하는 것을 경험한 응답업체도 12.5%에 달했다. 특히 편의점은 부당 전가를 경험한 납품업체가 36.6%에 이르렀다.
대규모유통업법은 “판촉비용은 유통업체와 납품업체의 경제적 이익비율에 따라 분담하되 납품업체 분담비율은 50%를 넘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한다.
판촉사원을 유통업체에 파견한 125개 납품업체 중 19.2%는 유통업체의 강요나 인력지원 요청 등으로 파견했다. 14.4%는 사전 서면약정도 없었다.
이 또한 “유통업체는 납품업체의 자발적 요청 등에 한해 사전 서면약정을 하고 해당업체 상품의 판매 목적으로만 종업원을 파견 받을 수 있다”는 대규모유통업법 규정에 어긋난다.
◆ 부당반품
응답업체의 16.2%가 경험한 ‘부당 반품’도 빈번하게 일어나는 불공정 행위다.
인터넷쇼핑몰(24.1%), 대형서점(22.4%), 전자전문점(21.4%) 등은 부당 반품을 경험한 납품업체의 비율이 20%를 넘었다. 반품 사유는 고객 변심, 과다 재고, 유통기한 임박 등이었다.
대규모유통업법은 유통업체가 정당한 사유없이 납품받은 상품을 반품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 계약조건 부당변경
응답업체의 4.6%는 계약 기간에 수수료 인상, 매장위치 변경 등 계약조건의 부당한 변경을 경험했다. 이중 일부는 사은행사 비용부담을 거절했다는 이유 등으로 거래가 중단됐다.
법은 계약 기간에 부당하게 계약조건을 변경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 제도 개선사항
제도 개선사항과 관련해서는 판매장려금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판매장려금은 유통업체가 납품업체 상품을 사들여 일정 마진을 붙여 판매한 후 납품업체의 매출 일부를 추가로 받아 챙기는 것을 말한다.
응답업체의 19.4%는 판매장려금을 지급했다고 답했다. 이 중 16.5%는 기본장려금 외에 추가장려금을 지급했다.
추가장려금 지급업체 중 매출 증대에 따라 자발적으로 지급했다는 업체는 38.5%에 불과했다. 18%는 유통업체의 추가지급 요구에 따라, 12.8%는 발주량 감소 우려에 따라 지급했다.
대규모유통업법에 따르면 유통업자는 납품업자와 사전 약정을 했을 때만 판매장려금을 받을 수 있다.
대형 유통업체는 2011년 말부터 판매수수료를 인하했으나 그 대상이었던 납품업체 중 일부는 지난해 계약 갱신 때 수수료가 다시 인상됐다. 인테리어 등 추가 비용으로 전가됐다는 업체도 있었다.
공정위는 조사 결과 법 위반 혐의가 있는 대형 유통업체에 자진시정을 촉구할 예정이다. 법 위반 혐의가 중대하거나 자진시정을 하지 않는 업체는 현장 직권조사를 하기로 했다.
공정위 관계자는 “제도 개선이 필요한 것으로 나타난 판매장려금 등은 개선 방안을 확정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