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농림수산식품위원회 소속 민주통합당 김춘진 의원(고창․부안)은 5일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 앞서 정책자료집 '동물복지의 현황과 과제: 동물보호를 넘어 동물복지로'를 발간했다고 밝혔다.
김춘진 의원은 동물복지라는 시대적 흐름 앞에서 한국의 동물복지 현황과 실태를 점검하는 한편, 외국의 동물복지 사례와 동향을 알아보고 한국 동물복지가 나아가야할 구체적인 방향과 과제를 짚어 봄으로써 동물복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여론을 환기시키고 동물복지 수준을 한층 더 신장시켜야 한다는 정책자료집 발간 취지를 밝혔다.
김춘진의원은 이날 농림수산식품부 국정감사에서 “반려동물 인구가 급증하면서 반려동물 수혈의 수요도 높아지고 있으나, 현재 반려동물 혈액 관리에 대한 기준이 전무하다”며 조속한 기준마련과 관리시스템 구축을 촉구했다.
이번 정책자료집에서 김 의원은 우리 사회에서 동물복지는 많은 경우 동물보호 수준이었으며 총체적인 관점이 결핍돼 있다고 밝히면서 우리 사회가 동물보호를 넘어 동물복지로 나아가 위해 다음과 같이 제안했다.
첫째,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개정할 것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물복지는 동물이 태어나서 인간과 반려하거나 축산물용으로 키워지다 도축 등 생을 마감할 때까지에 대한 총체적인 개념이기 때문에 현재 동물보호법을 동물복지법으로 바꾸어 인간과 동물과의 새로운 관계를 정립할 필요가 있다.
둘째, 유기동물 보호소 인증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
유기동물 보호소의 90%가 민간에게 위탁하여 운영하도록 하고 있으나 유기동물 보호가 어떻게 이루어지고 있는지 관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동물복지적 관점에서 유기동물이 적절하게 보호되기 위한 훈령을 마련하는 등 국가 차원의 기준이 필요하다. 그리고 인증제를 도입하여 지방자치단체가 설치․운영 혹은 위탁하는 유기동물 보호소의 경우 인증제를 통과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물론 이미 유기동물 보호소가 운영되고 있는 곳에 대해서는 일정 기간 유예기간을 두는 것도 함께 검토돼야 할 것이다.
셋째, 동물복지직불제 도입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
동물복지, 특히 축산업에서 동물복지가 안착하기 위해서는 유기농 농수품과 같이 동물복지형 축사품을 위한 시장 형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그러나 동물복지에 대한 일반 국민의 인식은 아직 일천하다. 반면, 전통형 축산농가가 동물복지형 축산업을 하기 위해서는 추가 공간확보를 비롯한 시설투자가 필요하다.
넷째, 동물복지 연착륙을 위해 학교급식을 활용해야 한다.
동물복지형 축산농가의 소득보전으로 동물복지 직불제는 지속가능한 제도가 아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이루어지고 있는 직불금은 소득보전의 최소한의 금액에 불과하여 실질적인 농가소득보전제도로 그 역할을 못하고 있다. 가장 대표적인 직불금인 쌀직불금의 경우 ha당 연간 70만원에 불과하다.
가축농가들에게 지급되는 친환경안전축산물 직불제도의 경우 한우는 출하할 때 마리당 유기축산물에 17만원 무항생제 6만5천원을 지급하며 육우는 한우의 절반만을 지급하고 있다. 이러한 직불금 금액을 감안하면 보다 안정적이고 실효성 있는 동물복지형 축산농가의 소득대책이 필요하다. 학교급식은 그러한 맥락에서 동물복지형 축산농가를 위한 블루오션이 될 것이다.
다섯째, 동물복지로 비관세무역장벽에 대비해야 한다.
한-EU FTA를 통하여 동물복지가 공식적으로 양자 간의 협정의 의제가 되었다. 우리나라 농업에서 축산이 차지하는 비중은 벼 다음으로 매우 높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축산품 주요 수출지는 동남아가 대부분이다. 유럽의 경우 축산업이 발달하여 가격 경쟁력이 없는 것도 한 가지 이유이나 다른 주요 이유는 축산 위생 등의 문턱이 높기 때문이다.
동물복지가 유럽을 필두도 앞서 나가는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국내 축산농가에서 동물복지기준을 높이는 것은 바로 유럽 등 축산 강국에 축산물 수출의 문턱을 낮추는 무기가 될 것이다.
여섯째, 전시동물에 대한 사각지대를 해소해야 한다.
동물원이나 수족관은 관련법에 따라 설치운영 할 수 있는 근거를 갖고 있으나, 동물원이나 수족관에 있는 동물들에 대해서는 딱히 동물복지차원에서 정하는 바가 없다. 뿐만 아니라 이들 동물에 대하여 소관이 따로 존재하지도 않는다.
식약청이 실험동물에 관한법률을, 농림수산식품부가 동물보호법에 따라 반려동물, 농장동물을 담당할 뿐 전시동물에 대해서는 사업도, 예산도 존재하지 않는다.
따라서 동물보호법에 전시동물에 대한 정의를 명시하고, 해당 전시동물은 농림수산식품부와 동물원과 수족관을 관리하는 주관부처가 공동으로 담당하도록 하게 할 필요가 있다.
일곱째, 실습동물 사체 공급 시스템 구축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
동물 관련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하여 사체와 생체 실습은 불가피하다. 그러나 수의대에서 동물 사체를 유상 구매하여 이루어지는 경우가 흔치 않게 있다. 일부 수의대의 경우 인근 군부대의 특수임무 군견을 안락사 시킨 후 기부 받아 사체 실습으로 사용할 수 있으나 이것은 해당 대학이 군부대라는 지역사회와의 협의를 통한 방식이다. 이와 관련하여 농림수산식품부는 어떠한 지침도 마련되어 있지 않다.
유기견 보호소에서 보호 개체수가 늘어나는 경우 이를 안락사 시키고 있으나, 안락사한 반려동물 사체가 실습용으로 사용되는 것이 체계화 되어 있지는 않은 듯하다. 이러한 점에서 유기견 보호소와 안락사 된 사체가 수의대 사체 실습에 활용되는 방안에 대한 모색이 필요하다.
여덟째, 특수임무 은퇴 동물에 대한 공통 처리기준이 필요하다.
특수임무 동물들은 혹독한 훈련과정을 거쳐 탄생하며, 고도의 임무로 인하여 같은 종 동물보다 빨리 노화하는 등 은퇴 후 많은 어려움을 겪는다. 그러나 은퇴 이후 이들 동물에 대한 각 부처별 처리기준이 제각각이어서 특수임무 은퇴 동물에 대한 사후처리가 사회 문제로 제기 될 수 있다.
특수임무 은퇴 동물에 대한 주무 부처를 조속히 정하고 해당부처가 공통기준에 따라 특수임무 은퇴 동물들이 처리되도록 조치가 필요하다. 또한 정부 등의 재원 마련을 통하여 특수임무 동물들이 은퇴 후 일정 기간이라도 편안하게 생활할 수 있는 동물 시설 설치 운영에 대한 검토도 함께 이루어져야 한다.
아홉째, 동물혈액을 제도권내로 끌어 들여야 한다.
동물혈액에 대한 관리는 몇 가지 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우선 공혈동물의 적합성 여부를 통한 동물건강측면에서 이루어져야 한다. 충분한 크기인지, 적합한 나이인지, 질병 감염의 우려는 없는지 등이 이에 해당한다.
공혈동물에 대한 복지적 측면도 고려돼야 한다. 공혈의 회수, 양 등에 대하여 관리가 필요하다. 공혈하는 과정에서 고통은 가급적 줄여야 할 것이다. 이울러 동물혈액업무의 담당부처도 정해져야 할 것이다.
마지막으로 동물복지 관련 R&D 투자를 확대하고 관계자에 대한 교육 및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홍보를 강화해야 한다.
동물복지가 걸음마 단계인 우리나라에서 동물복지의 필요성과 우수성에 대한 연구비는 매우 미미하다. 동물복지가 농장동물과 축산물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과학적인 연구성과를 통하여 소비자는 동물복지형 축산물 소비를, 축산농가는 동물복지형 축산으로 전환하도록 하는 핵심 열쇠에 해당한다.
과학적 연구에 기초한 동물복지형 축산물의 안전성, 환경성, 영향성분과, 기능성분의 차별성과 우수성을 알리고 보급함으로써 잠재적 동물복지형 축산물 소비자 발굴과 동물복지형 축산물 시장 생성이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
김춘진 의원은“동물복지는 인간과 동물의 관계에 대한 철학의 문제로 반려동물, 가축동물 등 특정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든 동물에 대해서 이루어져야 한다”면서“동물복지로 나아감에 있어서 충분한 사회적 합의와 준비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