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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식품업계 화두는 ‘변신’

‘남의 텃밭을 노려라’

기업들은 대내외 경제 상황과 방향에 따라 성장을 거듭하거나, 반대로 몰락의 나락으로 떨어지기도 한다. 세계적으로 내로라하는 기업일지라도 변화의 바람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면 2, 3류 기업으로 주저앉기 십상이다. 이 때문일까. 2010년 식품업계는 유난히 ‘변신’ 바람이 거세게 불었다.

첫 스타트는 사조해표. 사조참치로 잘 알려진 사조해표가 끊었다. 사조해표는 지난 5월 CJ제일제당의 '맛밤'을 겨냥해 '100% 국산 맛밤'을 내놨다. CJ제일제당의 맛밤은 단일 제품으로 연간 170억원의 매출을 올리는 효자 상품이다.

사조해표는 이어 음용식초 시장에도 진출해 대상과 샘표를 정조준 하기 시작했다. 1000억원 규모로 예상되는 음용식초 시장은 지난해까지 대상이 70% 이상 시장을 장악해 왔지만 샘표식품의 '백년동안', CJ제일제당의 '미초프루트올' 등이 가세하면서 4개 업체의 치열한 경쟁이 벌어졌다.

여기에 신선식품의 강자 풀무원식품도 냉동면 시장 공략에 나섰다. 풀무원은 지난 4월 '생가득 냉동면' '냉동 요리면' '중화짜장면' '중화짬뽕' 등 4종의 냉동면을 출시하고 시장 키우기에 나섰다.

1조5000억원 규모의 면 시장에서 냉동면이 차지하는 비중은 210억원으로 미미하다. 하지만 신선식품에서 강점을 지닌 풀무원이 가세하면서 이 시장은 작지 않은 파장을 일으켰다.

이 밖에 샘표식품은 대상과 CJ제일제당이 양분한 조미료 시장에 지난 4월 '연두'를 출시했다. 동원F&B는 참치를 우려낸 액상 조미료 '동원 참치맛장'으로 조미료 시장에 출사표를 던졌다.

1000억원 규모의 카레 시장에는 오뚜기, CJ제일제당이 시장을 양분한 상황에서 대상이 우리쌀로 만든 '카레여왕'을 내놓으면서 카레 시장은 불꽃 튀는 3파전이 펼쳐졌다.

이에 뒤질세라 식음료업체들의 영역파괴와 무한경쟁도 뒤를 따랐다. 웅진식품은 지난 5월 롯데음료와 해태음료가 주도하고 있는 냉장 주스 시장에 뛰어 들었다.

웅진식품은 국내 야채주스 1위 ‘자연은 생으로 가득한’ 브랜드를 내세워 프리미엄 냉장주스 시장에 도전장을 던졌다.

한국야쿠르트는 헬스케어 전문 브랜드 야쿠르트나무를 통해 천연원료 비타민 ‘브이푸드’를 선보이는 등 비타민사업을 ‘야쿠르트’에 버금가는 성장동력으로 육성할 계획이다.

롯데제과의 건강기능식품 전문 브랜드 헬스원은 지난 4월 다이어트 프로그램 제품군을 출시하는 등 건식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특히 유통채널 확대를 위해 신규 채널 확보에 주력하는 한편,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체험 마케팅도 강화하고 있다.

특히 매일유업의 경우 오는 2011년 2월부터 일본 삿포로맥주를 수입·판매할 계획이다. 매일유업의 100% 자회사인 '레뱅드매일'을 통해 맥주 시장에 진출하는 것이다. 주력사업인 우유·분유 시장이 정체를 보이자 사업군 다각화에 나선 것이다.

생존 위한 영역 파괴

이 가운데서도 가장 이목을 집중 시킨 소식은 커피업계 대표기업인 동서식품이 제과시장에 진출한 것이다.

동서식품은 자체 제과 생산공장을 갖추고 비스킷류를 중심으로 한 제과 제품을 생산, 판매하고 있다. 동서식품이 해외에서 생산된 제과를 수입해 판매한 적은 있지만, 국내에서 직접 생산판매에 나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동서식품은 제과사업을 위해 지난해 설립한 미가방 유한회사를 통해 강원도 철원군 김화농공단지에 위치한 청우식품 철원공장을 150억원에 인수했다. 부지면적이 2만9756㎡인 이 공장은 그동안 비스킷류을 생산해왔다.

동서식품의 제과시장 진출은 커피 사업이 포화상태에 접근한데다 음료와 식품들이 커피시장에 잇달아 진출하는 등 경쟁구도가 점차 치열해졌기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최근 커피 시장이 원두커피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기존 주력사업의 성장에 제동이 걸릴 수도 있다는 게 식품업계의 지적이다. 또 80%를 점유하고 있는 커피믹스시장에 롯데칠성음료 남양유업 등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시장 잠식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게 됐다.

동서식품의 제과시장 진출로 경쟁제품인 '롯데샌드깜뜨'와 '오리온 까메오' '크라운 사바나' 등이 부분적으로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들 제품은 각각 연간 100억원 내외의 매출을 올리고 있는 효자상품 중 하나다.

이 같은 식음료업체들의 신규시장 개척을 위한 영역파괴는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마련하는 것이 식품기업 입장에서는 절체절명의 과제가 돼버렸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경쟁 과열, 소비심리 불안 등으로 영업환경이 호락호락하지 않고 원재료 가격도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어 한 우물만 고집해서는 생존하기 버겁다"며 "정체된 성장에 숨통을 틔우기 위해서는 새로운 수익원 창출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앞서가는 기업들은 남들이 레드오션으로 치부하는 시장의 틈새를 공략해 새로운 수요를 창출하는가 하면 식품 기술을 활용한 소재사업 육성 등 사업 다각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미 ‘생존을 위한 선택’이 돼버린 영역파괴는 앞으로도 더 속도를 내며 진행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