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에 고시되는 ‘어린이 고열량.저영양 식품 영양성분 기준’은 기업들에게 좀 더 영양성분이 강화된 제품을 만들도록 동기를 부여해 결국 우리나라 식품산업이 한 단계 도약하는 계기가 될 것입니다”
“이번 고시안이 시행되면 기업들은 식품안전 뿐만 아니라 식품영양까지 정부의 규제를 받게 돼 식품산업의 국제 경쟁력은 저하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따라 과자류와 면류 등 가공식품을 중심으로 호조세를 보이고 있는 수출도 타격을 받게 될 것입니다”
지난해 3월 제정된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 시행을 앞두고 9일 국회의원회관 소회의실에서 열린 ‘어린이식품 안전 및 영양을 위한 대토론회’는 어린이 식품 안전에 대한 각계각층의 관심을 반영하듯 수많은 사람들이 몰린 가운데 열띤 토론이 오고갔다.
특히 이날 토론회에서는 특별법 제정에 따른 ‘어린이 고열량.저영양 식품 영양성분 기준’ 등 4개 고시안의 실효성과 식품산업에 미칠 영향 등에 대해 초점이 맞춰졌다.
이날 토론의 핵심사항이었던 4개 고시안은 지난달 22일 발표된 ‘어린이 고열량.저영양 식품 영양성분 기준’과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 기준’ ‘어린이 건강친화기업 지정 기준’ ‘어린이 식생활 안전지수 조사항목 및 방법 기준’ 등으로 관련 학계와 소비자 단체, 식품업계 등의 의견수렴을 거쳐 이번 달 안으로 고시될 예정이다.
이번 고시안에 대해 한나라당 식품안전특별위원회 손숙미 의원은 주제발표를 통해 “고열량.저영양 식품 섭취에 따른 소아비만은 당뇨병, 고혈압, 고지혈증, 뇌졸중, 각종 암 등의 중요한 위험인자”라며 “비만으로 인한 사회경제적 비용이 1조 8000억원에 달하므로 고열량.저영양 식품에 대한 기준 마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아울러 손 의원은 “어린이 기호식품을 ‘간식용’과 ‘식사대용’으로 구분하고 간식용은 열량이 250kcal, 식사대용은 500kcal를 넘으면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규정된다”며 ”나트륨의 경우 우리나라에서 과다하게 섭취하는 경향이 있으므로 국민식생활 개선 차원에서 현재 섭취량보다 현격하게 낮은 600mg으로 정했다“고 설명했다.
손 의원은 또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 기준’과 관련해 “안전기준으로 HACCP 지정을 받고, 영양기준으로 열량 및 포화지방의 함량이 낮고 식이섬유, 비타민 등을 갖춘 식품 중에서 타르 색소와 MSG, 합성보존료 등 일부 식품첨가물이 사용되지 않은 제품에 대해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을 하게 된다”며 “이 안전기준과, 영양기준, 식품첨가물기준을 모두 만족하는 제품을 생산하는 기업에게는 어린이 기호식품 품질인증 마크를 부여하고 세제혜택과 인센티브 등을 주도록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어 손 의원은 “어린이 기호식품과 단체급식의 안전.영양수준 향상을 위해 활동한 식품영업자를 건강친화기업으로 지정함으로서 어린이의 건강한 식생활 환경이 마련되도록 할 계획”이라며 “어린이 건강친화기업 지정 기준은 각 지정 대상의 특성을 고려해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어린이 식생활 안전지수 조사 항목 및 방법 기준’에 대해 손 위원은 “어린이의 식생활 수준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 위해 3년마다 통계자료 수집 및 서류 검토, 설문조사 등 광범위하게 조사해 나갈 것”이라며 “조사항목으로는 안전관리 수준과 영양관리 수준, 국민 인지 및 실천 수준 등이 포함된다”고 설명했다.
손숙미 의원의 주제발표가 끝난 후 이어진 지정토론은 이번 4개 고시안을 찬성하는 입장과 식품업계의 어려움을 고려해 다소 완화하거나 유예기간을 주어야 한다는 의견으로 나뉘어 진행됐다.
이번 지정토론에 참석한 강재헌 인제대학교 서울백병원 교수는 “예전에 식약청에서 트랜스지방 제로화에 대한 법안을 추진할 당시에도 식품업계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말들이 많았지만 결국 법안이 시행된 지 1년여만에 트랜스 지방 제로 상품이 자리를 잡게 됐다”며 “업계에서 이 기준안을 잘 활용해 특화시킨다면 그렇지 못한 외국기업에 비해 경쟁력을 갖출 수 있어 내수시장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강 교수는 “싱가포르에서도 당류 함유량을 낮추는 법안이 시행되자 식품에 사용되는 당류 원료가 줄면서 기업들이 원료절감의 이익을 얻게 된 사례가 있다”며 “우리나라에서도 저열량.고영양 제품을 생산하는 업체에게는 세제혜택과 연구개발비 지원 등 인센티브를 부여하고 고열량.저영양 식품 제조 업체에게는 비만세를 적용하는 등의 방법을 쓴다면 식품업계도 장기적으로 이익이 얻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김명철 식약청 영양기능성식품국장도 “어린이 식생활 안전관리 특별법은 규제보다는 권고의 성격이 더 강하다”며 “이번 4개 고시안이 시행되면 ‘무엇을 먹지마라’는 정책에서 ‘무엇을 먹어라’는 정책으로 패러다임이 전환될 수 있어 어린이 식생활 환경이 개선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김용현 한국식품공업협회 이사는 “지난해 발생한 식품안전 사고로 대책마련에 고심하고 있는 식품업계는 이번 기준안으로 인해 식품안전 뿐만 아니라 식품영양 분야까지도 정부의 규제를 받게 돼 괴로울 수 밖에 없다”며 “이 기준안을 너무 갑작스럽게 적용하면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므로 현재 산업계가 수용할 수 있는 수준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적용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 이사는 또 “이 기준안이 적용되면 현재 가공식품 중 간식류 26%와 식사대용 86% 가량이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된다”며 “이 기준을 어린이 기호식품 전체에 적용하는 건 무리가 있으므로 간식류에는 탄산음료, 식사대용에는 햄버거, 피자 등과 같이 일부 식품에 한해서 적용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김 이사는 “2007년 현재 우리나라 식품산업은 약 35억7400만 달러를 수출했는데, 그 중 어린이 기호식품인 과자류와 면류(라면)가 상위를 차지했다”며 “만약 이 기준안이 시행된다면 내수에는 도움이 될 지 모르겠지만 수출에 있어서는 자국에서 판매금지된 제품을 외국에 판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어 수출이 어려워 질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명희 한국식품관련학회연합회 회장도 “이번 기준안에서 제시한 기준량은 외국의 기준에 비해 다소 높다고 볼 수 있지만 현재 우리나라 식품산업의 여건을 감안해 단번에 낮추는 것보다 점차적으로 강화해 나가야 된다”며 “이 기준안의 나트륨 기준량의 경우 현재 우리나라의 식습관 등을 고려할 때 엄격한 면이 있으므로 다소 완화해도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한나라당 안홍준 식품안전특별위원장의 개회사로 시작한 이날 토론회는 한나라당 안상수 전 원내대표와 임태희 정책위의장이 축사를 했으며, 식품의약품안전청 윤여표 청장과 대한영양사협회 김경주 회장 등 식품 관련 인사 150여명이 참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