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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I 전국 확산 "올것이 왔다"

조류 인플레엔자(AI)가 서울에서도 발생하는 등 전국으로 확산되고 있다.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AI가 재래시장 등을 통해 충청.경기.경상도 등을 거쳐 서울까지 올라왔고 발생지역도 계속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다.

방역당국은 뒤늦게 재래시장 통제에 나서는 등 AI를 저지하기 위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나 AI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재래시장 통제 이전에 다른 지역으로 빠져나간 닭.오리 등이 적지 않기 때문이다.

◇ AI 전국적 확산=농림수산식품부는 6일 서울시 광진구청 동물 사육장에서 폐사한 닭을 검사한 결과 'H5형' AI 바이러스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경기도 안성에서 발생한 닭 집단 폐사의 원인도 AI로 최종 확인됐다. 경기도는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의뢰한 결과, 안성시 미양면 강덕리 유모씨 소유의 토종닭 사육농장에서 닭 4000여마리가 폐사한 원인이 고병원성 AI로 최종 판명됐다고 밝혔다.

강원 춘천시 농가에서도 AI 의증이 발견돼 축산당국이 비상 방역체제를 가동시켰다. 강원도와 춘천시에 따르면 춘천 사북면 오탄리의 2개 농가에서 지난 4일 닭 73마리 중 56마리, 오리 10마리 중 2마리가 각각 폐사했다. 도는 이들 농가의 닭과 오리 30마리에 대해 강원도가축위생시험소에서 간이 검사를 실시한 결과 각각 6마리씩 모두 12마리가 AI 양성 반응을 보임에 따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에 정밀검사를 의뢰했다.

6일 오전 9시 현재까지 신고 또는 발견된 AI 의심 사례는 모두 60건이며, 이 가운데 김제(3일 판정), 정읍 영원(7일), 정읍 고부(8일), 정읍 영원(9일), 김제 5곳과 전남 영암(12일), 김제 5곳(13일), 나주.김제.정읍 등 5곳(14일), 경기 평택(16일), 전북 순창 및 김제 용지.백구(17일), 전북 정읍 소성(18일), 김제 금구(20일), 전북 익산 여산.용동(23일), 충남 논산 부적(25일), 울산 울주 웅촌.경북 영천 오미(5월1일), 대구 수성 만촌(2일), 경기 안성 미양(5일) 등 33건이 고병원성 AI로 확진됐다.

◇ AI 확산경로는 재래시장=당국은 AI가 전국적으로 확산되고 있는 핵심 경로로 재래시장을 꼽았다.

전북지역에서 발생한 AI가 오리→닭→꿩으로 옮겨가면서 전국으로 번지고 있으며 특히 재래시장이 감염의 주요 경로가 되고 있다는 것이다. 서울 광진구에서 발생한 AI도 상설 재래시장인 경기도 모란시장을 거쳐왔다는 것이 당국의 설명이다.

농수산식품부 관계자는 "무엇보다도 닭오리를 소형 트럭에 싣고 다니며 판매하는 판매상들에 의해 AI가 확산된 것으로 보인다"면서 "서울 등 도심의 AI는 자체적으로 발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지나치게 걱정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강문일 국립수의과학검역원장도 "현재 다양한 경로로 역학조사를 실시하고 있지만 재래시장에 의해 퍼져나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조사결과는 다음주 쯤에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김제나 정읍 등 최초 발생지역의 바이러스 유입 경로로는 여전히 겨울 철새가 유력한 후보로 지목되고 있다. 정부는 지난달 21일 일본 아키타현 소재 호수 주변에서 죽은 채 발견된 백조(고니) 4마리에서 H5N1형 AI 바이러스가 발견된 점에 주목하고 있다. 지금까지 전문가들은 우리나라에서 AI가 발생하면 1~2개월 뒤 일본에서도 AI가 발견됐던 사실을 철새 감염의 근거로 거론해왔기 때문이다.

◇ AI 발생 계속되나=방역당국은 지난 1일부터 지자체를 통해 재래시장에서 닭.오리 등 가금류 거래를 금지했다. 또 재래시장에 드나드는 소규모 트럭 300여대에 대해서도 소독을 실시하고 있다.

서울시도 AI 확산을 방지하기 위해 광진구청 인근의 어린이대공원에서 사육하는 금계와 꿩 등 10종 63마리와 과천 서울대공원내 오골계 등 17종 191마리의 조류를 각각 살처분했다. 이들 동물원의 나머지 조류에 대해서는 소독과 출입통제 등 방역 조치를 취했다.

그러나 앞으로 AI가 추가로 발생할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 재래시장을 통제하기 전에 이미 빠져나간 매개물이 AI를 확산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농수산식품부 관계자는 "A1가 더 발생할 가능성은 있지만 방역을 철저히 하고 있는 만큼 심각할 정도는 아닐 것"이라고 말했다.

김재홍 서울대 수의대 교수는 "재래시장에 대한 통제 없이는 기존의 살처분 등 조치의 효과는 반감될 수 밖에 없다"면서 "현재 상황으로 AI의 인체감염 우려는 없지만 방역당국은 모든 가능성을 전제하고 빨리 재래시장의 방역을 보다 근본적으로 실시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 방역 대책에 문제 없었나=지난달 3일 전북 김제에서 시작된 AI가 한 달만에 서울까지 퍼진 것은 방역당국의 허술한 조치와 농가의 늑장신고, 불법반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했기 때문이다.

특히 이번 AI는 토종닭 등 재래시장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양상을 보였지만 방역당국은 최근들어서야 재래시장 통제에 나서기 시작하면서 방역망에 구멍이 뚤렸다.

방역 당국은 초기 발생시 인근 지역의 가금류를 살처분하고 이동 통제에만 주력하면서 소규모 닭.오리 판매상의 트럭 등 수송차량과 전국의 5일장과 재래시장에 제대로 신경을 쓰지 못했던 것이다.

전북에서 시작된 AI가 울산과 대구 등 영남권으로 확산되면서 그제야 재래시장이 주요 감염 경로로 주목됐지만 이미 소규모 중개상 등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간 뒤였다.

아울러 초기 방역당국은 발생지점 500m 안에서 살처분 한 뒤 주변에서 추가 발생 여부를 확인하고 살처분 범위를 3㎞로 확대한 조치가 미흡했다는 지적도 있다.

기본적으로 3㎞ 안의 가금류를 모두 살처분했던 2006~2007년의 방역대책에 비해 보상 비용 등의 측면에서 신중한 판단이라고 평가되지만 초기에 적극적으로 3㎞내 살처분했다면 확산 속도를 늦췄을 것이라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밖에 김제에 방역띠가 설정된 이후에도 오리 600마리가 반출됐고 폐사 즉시 신고가 이뤄지지 않는 등 농가의 비협조도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