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따뜻한 쌀밥에 갓 구운 스팸 한 조각은 말이 필요없는 완벽한 조합이다. 스팸의 짭조름한 맛은 쌀밥과 김치 등 한국 음식과 잘 어울려 오랜 세월 사랑을 받고 있다. 아이들 반찬으로 식탁을 지켜온 비엔나 소지지 역시 엄마들의 고민을 덜 어준 고마운 제품으로 통한다. 이들 식육가공품은 긴 유통기한으로 보관성도 탁월하다. 하지만 이 속에는 수많은 식품첨가물이 들어간다는 불편한 진실을 안고 있다. 소비자주권시민회의의 조사 결과를 토대로 CJ제일제당, 대상청정원, 동원F&B, 롯데푸드, 목우촌 등 제품의 유해성 식품첨가물 현황을 살펴본다.<편집자주>
16일 소비자주권시민회의에 따르면 식육 가공품 제조사 가운데 2019년 기준 매출액 상위 5개 기업 CJ제일제당, 롯데푸드, 동원F&B, 목우촌, 대상청정원의 육류 가공품 25개를 대상으로 식품첨가물 현황을 조사한 결과, 햄, 소시지 등 육류가공품에 과다 섭취 시 인체에 해가 될 수 있는 식품첨가물이 함유돼 있지만 함량이나 경고 표시는 제대로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5개 제조사 25개 제품의 전체 원재료 수(104개) 대비 식품첨가물(57개)의 비율은 약 45%에 달했다. 소비자주권은 식육 가공품의 식품첨가물 비율은 다른 식품에 비해 지나치게 과도한 편이라고 지적했다.
25개 제품 가운데 22개에 아질산나트륨이 들어 있었다. 대부분의 식육 가공품에서 아질산나트륨을 사용하고 있으나 함량을 표시한 제품은 전무하고, 일부 제품의 경우 아질산나트륨의 대체재인 샐러리 분말 등을 사용했다. 이에 대해 소비자주권은 "식품첨가물 공전에 등록된 첨가물 제품이 아니며, 그 효능 및 부작용 등에 대해서는 검증된 바 없다"고 말했다.
아질산나트륨은 육류 가공 시 검붉은색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한 첨가물로, 고온으로 가열하거나 태울 때 암을 유발하는 니트로사민을 발생시킨다. 니트로사민은 암(직장암, 대장암) 유발물질로 알려져 있다.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점을 우려해 지난 2015년 햄과 소시지 등 육류 가공육을 1군 발암물질로 규정했다. WHO가 정한 아질산나트륨의 1일 섭취 허용량은 체중 1㎏당 0.06㎎ 이하다.
또 19개 제품에는 높은 온도에서 발암 물질로 변하는 MSG(L-글루탐산나트륨)가 첨가됐다. 알레르기 반응 등을 유발하는 락색소와 코치닐추출색소가 함유된 제품은 각각 8개, 6개였다. 1개 제품은 성장을 억제하고 칼슘 흡수를 저해하는 캐러멜 색소를 사용했다.
MSG는 높은 온도에서는 발암물질로 변하며, 비만의 원인이기도 한다. 특히 흥분 독소가 있어 충추신경을 자극하고 두통, 얼굴 근육마비, 가슴 답답(중국음식점 증후군), 불안초초, 우울증까지 야기시키는 물질로 알려져 있다.
발색제로 사용한 코치닐 추출색소는 코치닐 선인장에 기생하는 연지벌레 암컷에서 알콜성 용액으로 추출한 성분으로 코치닐 색소가 피부염이나 호흡곤란 등의 알레르기 증상을 유발한다. 세계보건기구(WHO)와 미국식품의약국(FDA)은 장염, 알레르기, 비염, 천식 등을 유발하는 의심 물질로 규정하고 소비자들의 주의를 당부하고 있는 색소다.
하지만 조사 대상 제품 가운데 각 식품첨가물의 함량을 표시한 제품은 없었고 일부 제품은 구체적인 첨가물의 이름도 밝히지 않았다.
식품첨가물 섭취에 따른 위험이나 경고 표시도 전무했다. 알레르기 유발물질을 표시한 제품은 대상청정원의 ‘건강한 베이컨’ 1개뿐이었다.
# 식품첨가물을 가장 많이 사용하는 제조사는 어디?
조사 결과, 평균적으로 가장 많은 원재료 및 식품첨가물을 사용하는 제조사는 CJ제일제당으로, 원재료 122개에 포함된 첨가물은 59개로 52.89%를 차지했다.
CJ제일제당 식육가공품 중 원재료 수 대비 식품첨가물 수가 가장 많은 제품은 '햄스빌 굿베이컨(원재료 19개, 식품첨가물 14개)'로 식품첨가물 수가 전체 원재료 수의 73.6%나 달했다. 전 국민의 사랑을 받고 있는 '스팸클래식'도 원재료 수 대비 60%의 식품첨가물이 들어 있었다. 이들 제품에는 문제로 지적된 아질산나트륨, L-글루탐산나트륨, 코치닐추출색소 등이 사용됐다.
두 번째로는 대상 청정원(52.80%, 원재료104개, 첨가물 57개)이다. 대상 청정원의 ‘건강한 베이컨’(80g)은 개별 제품 중 가장 많은 식품첨가물을 사용한 제품으로 조사됐다. 건강한 베이컨은 27개 원재료 중 22개가 식품첨가물(81%)로 나타났다.
동원F&B의 대표적인 식육가공품인 '리챔' 역시 원재료 수 대비 식품첨가물 수가 72%에 달했다.
# 그렇다면 식품첨가물 적은 제품은?
식품첨가물을 가장 적게 사용한 제조사는 농협목우촌이다.
농협목우촌은 '주부9단 살코기 햄(450g)' '로스트햄(350g)', '주부9단 뚝심(340g)' 등 5개 제품에서 67개의 원재료를 사용했으며 그 중 첨가물은 25개(37.20%)로 가장 적게 사용했다.
두 번째로 롯데푸드의 경우 67개의 원재료 중 26개(37.70%)의 첨가물을 사용했다. 롯데푸드의 '롯데비엔나(380g)'는 원재료 수 12개, 식품첨가물 수 3개로 조사 제품 중 가장 적은 식품첨가물을 사용한 제품으로 꼽혔다.
소비자주권은 유해성 식품첨가물에 주의나 경고 표시를 의무화하고, 유해성이 명백히 입증되거나 우려가 있는 경우 섭취를 최소화하는 방법을 안내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 단체는 "식품첨가물 공전에 등록된 식품첨가물 중 1996년 4월부터 2018년 6월까지 지정 취소된 식품첨가물 수는 60여 개에 달한다"면서 "이중 안전성 관련해서 지정 취소된 품목이 28개 품목, 합성향료 목록 신설에 따른 개별 품목 삭제 18개 품목, 주요 외국에 미지정 및 국내사용 실적 없는 품목 14개 품목이다. 무분별한 취소가 아니라 국민 건강을 중심으로 지정 취소 기준을 마련하여 매년 철저한 심사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