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드투데이 = 황인선기자] 위탁선거법 위반 혐의를 받고 있는 김병원 농협중앙회장이 당선무효형을 피하게 됐다. 1심에서 유죄로 인정됐던 상당부분이 무죄로 판단되며 벌금이 대폭 경감된 것.
서울고등법원 제2 형사부(부장판사 차문호)는 24일 서관 302호 법정에서 ‘공공단체 등 위탁선거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김 회장 등 12명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을 열고 김 회장에게 벌금 90만원을 선고했다.
이는 1심 재판부의 벌금 300만원에 비해 대폭 경감된 수준으로 당선무효에도 해당하지 않는다. 공공단체등 위탁선거법 70조에 따르면 당선인이 해당 법률 위반으로 징역형 또는 100만원 이상 벌금형을 선고받을 경우 당선이 무효가 된다. 김 회장은 지난 1심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된 바 있다.
그러나 이날 재판부는 1심에서 유죄로 인정했던 상당 부분을 파기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 측이 한중FTA에 대한 당시 김 후보자 측 의견이 담긴 신문과 일간지 기고문을 대의원들에게 발송한 사실이 있고 이 같은 발송 행위가 당선 목적으로 추진된 사실은 인정된다"면서도 "그러나 기고문 내용은 당면한 농협 현안에 관한 사안일 뿐 농협 선거와 직접 관련된 것도 아니고 공약이나 정견을 발표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이어 “타 후보자와 구별되는 공약 발표나 업적 홍보가 아니고 선거 내용도 전혀 없다”며 “기고문 발송이 김병원 당선을 위한 것이라고 명백히 인식했다는 ‘객관적 사실’이 인정되기 어렵고 당선을 위한 선거운동이라고까지 보기에는 무리가 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선거당일 최덕규 전 합천가야농협 조합장과 합의한 뒤 낙선자가 결선 투표를 지지하기로 했다는 내용의 문자를 대의원들에게 보낸 혐의에 대해서는 유죄를 인정했다.
재판부는 김 회장에 대해 "범행 횟수가 적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고 피고인은 후보자로서 자신 또는 주변인이 위탁선거법을 위반하지 않도록 신중했어야 함에도 그러지 못한 잘못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는 위탁선거법이 적용된 첫 선거여서 분위기가 다소 느슨했다"면서 "위탁선거법을 준수해야 한다는 의식이 정립되지 않았던 시기”라고 했다.
이어 “피고인이 중앙선관위에 문의하는 등 나름대로 위탁선거법을 지키려고 노력했고 금품 살포나 불법적인 조직 동원도 하지 않았다”며 "이를 양형에 참작했다”고 말했다.
한편, 김 회장은 2016년 1월 치러진 23대 농협중앙회장 선거에서 위탁선거법을 어긴 혐의로 1심에서 벌금 300만원형을 받았다. 김 회장은 최덕규 합천가야농협조합장과 농협중앙회 회장 선거 당일 '2차 결선투포에서 김병원 후보를 꼭 찍어달라'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선거인단에 발송했다. 해당 문자메시지에는 '최덕규 올림'이라는 내용이 포함돼 있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 문자 메시지는 결선투표 당일 대의원 291명 중 107명에게 발송됐다.
그간 김 회장은 "이 나라 농촌은 그야말로 바닥을 기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 절박한 농촌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제 의욕이 앞선 나머지 제 주변을 세심히 살피지 못해 재판을 받게 된 것은 제가 부덕한 탓"이라며 "선거에 당선되기 위해 불법 선거운동을 하고자 하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고 자신의 결백에 대해 일관되게 주장해 왔다.
◇ 전국협동노동조합 성명 발표 "김 회장에 면죄부 줘...선거법 위법 부추기는 재판부 규탄"
김병원 회장의 당선무효형을 피하게 됐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전국협동조합노동조합은 이같은 재판부의 판결을 예상하지 못했다며 반발하고 나섰다.
조합은 이날 성명을 통해 "1심 재판부가 유죄로 인정한 부분에 대해 2심 서울고등법원은 1심 판결을 파기하는 무리수까지 두면서 당선 무효에는 미치지 못하는 90만원에 선처했다"며 "김병원 회장에게 면죄부를 줘 농협중앙회장 선거에 위법을 부추기는 재판부를 강력히 규탄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1심 재판부가 벌금 100만원에 훨씬 상회하는 벌금 300만원을 선고했기에 초심 판정에 이은 2심 재판에서 벌금이 축소될 가능성은 추측할 수 있었지만 이렇게 형량이 낮아질지는 예상치 못했다"고 했다.
이어 "기소부터 2심 선고판결까지 3년 2개월이 걸렸다. 김병원 회장의 임기가 4년인데 2심까지 3년 2개월이 넘게 걸렸으니 공명선거를 훼손한 중대 범죄를 저지르고도 임기 내내 재판을 받으며 농협중앙회장직을 수행했다"며 "설령 2심 재판부에서 당선 무효에 해당하는 선고를 했다손 치더라도 김병원 회장이 임기를 정상적으로 마치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 것"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