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구인영의 맛집 여행] 정통일식전문점 '수사선'

졸깃졸깃 생선살 싱싱한 바다향 물씬
종로 샐러리맨 "이 맛에 살지"


"이걸 일이라고 했어!"
퇴근 시간이 지났어도 자리를 지키고 앉아서는 오늘도 어김없이 찬물을 끼얹는 상사, 얇은 월급봉투에 주렁주렁 매달린 식구들, 잘난 후배는 이미 '윗 대가리'다.

하루하루를 가망없는 일확천금의 꿈으로 버티는 우리네 샐러리맨들은 늦은 퇴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집으로 향하지 못한다.
술이라도 한 잔 마셔야 하루를 견디지...

종로의 직장인들이 퇴근시간 역근처에서 기웃거리는 이유도 마찬가지이다. 특히 '수사선'앞에서 멈춰서는 이들은 한 번 젖으면 잊지 못 할 이 곳
의 술 맛 때문이다. 술은 안주 따라 맛이 변한다는 주당들의 지론이 증명되는 순간이다. 동해와 남해에서 공수된 수사선의 멍게, 해삼은 싱싱한 바다향을 물씬 풍겨낸다.

초밥은 회가 아무리 싱싱해도 밥이 너무 질거나 되면 완벽한 맛이 나오지 않는다. 이런 미세한 맛도 놓칠 수 없기에 수사선에서는 밥을 절대 미리 짓지 않고 손님이 몰리는 시간에 맞춰 밥을 짓는다. 생선초밥은 장을 꼭 생선살에만 묻혀야 하고 손으로 집어먹어야 그 맛을 두 배로 즐길 수 있다. 초밥과 기가 막히게 어울리는 락교와 초생강, 단무지도 직접 손으로 절인다.

푸짐한 살코기와 얼큰한 국물 덕에 종로주당들의 전폭적인 지지를 받고 있는 수사선의 생선찌개는 주메뉴에 따라나오는 음식이건만 이제는 제일 먼저 주문하는 손님들도 적지 않다.

광어와 우럭은 참기름 넣은 고소한 된장이나 무순을 올려놓은 겨자간장에 살짝 적신다. 두꺼운 살을 한입 물면 쫄깃쫄깃한 육질이 그대로 느껴지고, 조리장의 경력이 그대로 묻어 난다.



사장이자 조리장인 김홍일씨는 일식경력이 35년이나 된 고수 중의 고수.

"맛이 없다면 돈을 안 받겠다는 생각으로 일해왔습니다"
최고의 음식만 대접하겠다는 그의 자부심은 정말 대단한 것이다.
손님도 이를 모를 리 없어, 15년동안 가게를 운영하면서 친구가 된 단골도 한 두 명이 아니다.

"서울시내 유명한 초밥집은 모조리 다녀봤어도 이 집만은 못하다"라고 말하는 나이가 지긋한 여자 손님은 또 몇 일만의 방문인지 모르겠다.

성격 급한 한 남자 손님은 "방퉁이가 아니라면 이 집 맛을 모를 리 없지요"라는 말 한마디 불쑥 던지고 다시 식사에 열중한다. 심지어 일본인 단골도 무수할 지경이다.

회사에서 한 소리 듣고 나면 수사선에서 맛보았던 따끈한 청주와 얼큰한 생선찌개 생각이 굴뚝같아지는 것은 워낙에 술 좋아하는 기자 탓 일까.

종로 샐러리맨들은 오늘도 수사선 길목을 기웃거린다.

향이 좋은 청주 한잔에 쫄깃하면서도 살살 녹는 회 맛을 음미하다보면 상사의 '면상'도 흐릿해지고 세상이 내 것인냥 기분이 좋아지기 시작한다.

'아, 이 맛에 살지'


* 전화 : 02-720-5454
* 주소 : 서울시 관훈동 198-42호 관훈 빌딩지하 1층
* 영업시간 : AM9:00∼PM11:00
* 좌석 : 60석
* 주차 : 가능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