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뉴

[구인영의 맛집 여행] 중국요리전문점 ‘완차이’



“비오는 날엔 매운 홍합찜에 소주한잔이 그만”

위치 설명을 자세히 들었는데도 찾기 힘들었다. 왠만한 미식가들 사이에서는 이미 소문이 파다한 맛집이 설마 이렇게 후미진 뒷골목에 위치하고 있을 줄이야, 생각지도 못했다. 간판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다. 골목으로 들어가 왼쪽으로 다시 꺾어 돌아 왼쪽에…

중국음식점 ‘완차이’를 찾았다. 점심시간이 훨씬 지난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자리가 거진 다 차 있었다.

“이렇게 많이들 찾는 이유가 뭘까요?”
“글쎄요”
“특별한 메뉴가 있습니까?”
“아뇨, 똑같죠 뭐”
“추천메뉴는?”
“에이, 추천메뉴 같은 거 없어요”
“가격이 많이 싼가요?”
“아뇨, 다른 집이랑 비슷할 거예요”
“조리비법이 있나요?”
“비법이요? 그런 거 없어요”

사실 ‘왜’라는 물음의 ‘글쎄’라는 대답은 ‘이유가 없다’가 아니라, ‘이유가 너무 많아서 하나만을 꼬집어 말할 수 없다’는 의미를 가지고 있다. 모든 메뉴에 정성을 다하기 때문에 단 한가지를 추천메뉴로 꼽을 수 없는 것처럼...

완차이의 사장 총복자씨(48)는 중국집에서 태어난 화교출신으로 평생 장만 볶아온 그야말로 중국요리의 대가다. 그는 365일 하루도 빼놓지 않고 장을 돌며 가장 질 좋고 싱싱한 재료를 직접 고른다. 좋은 재료는 간을 안 해도 좋은 맛이 나기 때문이다.

너무 센불은 탄맛이 나고 너무 약한 불은 향이 덜한다. 시간에 따라 적당하게 불조절을 하고 재료를 순서대로 넣고 볶아야 하는 것도 맛 비결이다. 같은 재료, 같은 양념으로 조리를 해도 총씨의 손을 거치면 특별한 맛이 나는 것은 이처럼 세심한 부분에 쏟는 남다른 정성 때문이다.

찾기 힘들었다는 툴툴거림으로 눈에 잘 띄는 간판을 만들면 어떻겠느냐는 물음에 “간판 만들 돈으로 차리리 더 좋은 재료를 사죠”라고 딱 잘라 답하는 총씨, 완차이 최고의 자랑은 ‘오직 맛’이라는 말이 더욱 와 닿았다.

위생관리도 남다르다. 완차이를 들어서면 가장 먼저 주방이 보이는데 이것은 모두에게 주방을 공개함으로써 스스로 위생을 게을리 하지 않도록 하기 위함이며 고객에게도 위생에 믿음을 심어주기 위해서다. 총씨는 ‘중국집은 위생이 엉망이다’라는 인식을 깨고 싶었다.
‘글쎄’라는 답이 쏟아내는 완차이의 맛 비결은... 글쎄, 면이 넘칠 것 같은데…
완차이는 ‘매운홍합찜’이 제일 유명하다. 하지만 최근 매콤한 맛이 그만인 ‘사천탕수육’이 홍합찜의 인기를 바짝 뒤쫓고 있다.

완차이의 사천탕수육은 일단 모양새부터가 다르다. 밀가루가 두껍게 덮여진 여타의 중국집의 탕수육과 달리 고기속살이 다 비칠 정도로 튀김가루가 얇게 덮여 있다. 겉은 바삭하고 고기맛은 전혀 비린내 없이 담백하다. 소스는 적당하게 끈적여 고기를 따라 올라온다. 달콤한 첫 맛과 매콤한 끝 맛, 살짝 숨어 있는 새콤한 맛이 단연 일품이다.

완차이는 주문이 너무 많아 배달을 아예 없애버렸다.
그랬더니만 이제는 자리가 부족한 지경이 되었다. 확장이전이나 2호점 계획이 당연히 있지 않을까 물었다.“3년 후에 완차이를 그만두고 중국요리 포장마차를 할 거예요”
의외의 답변에 순간 놀랬지만 곧 그의 엉뚱한 대답이 도전의 기대로 바뀐 것은 쓰러져 가던 작은 중국집을 신촌의 명물로 만든 주인공이 그라는 사실을 다시 되새겼기 때문이다.

비오는 날에는 완차이의 매운홍합찜에 소주한잔이 그리워지고, 구름 낀 날에는 완차이의 진한 짬봉국물 생각이 굴뚝같아 지고, 햇볕좋은 날에는 완차이의 고소한 볶음밥 생각에 침이 절로 넘어간다.

이후 본인이 괜히 날씨를 탓하며 자꾸 신촌에서 약속을 잡으려 애썼던 것은 사실 모두 완차이 때문이다. 신촌 뒷골목에서 풍겨나는 ‘감히 거역할 수 없는’ 매콤한 냄새 때문이다.

* 전화 : 02) 392-0302
* 주소 : 서울시 서대문구 창천동 5-35호
* 영업시간 : AM 11:30~PM 10:00
* 좌석 : 70석
* 주차 : 불가능

구인영 기자/her@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