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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칼럼>한중 FTA와 식품안전

한중 FTA와 식품안전이라 하니 대체 무슨 관계가 있을까 생각하는 사람이 많을 것이다. 개인적으로 볼 때 한중 FTA와 식품안전은 불가분의 관계다. FTA가 체결되면 분명 중국 농산물을 비롯하여 다양한 식품들이 한국으로 들어올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하지만 중국의 식품안전에 대한 현실은 어떠한가? 


중국에서는 식품 안전에 대한 문제가 끊이지 않는다. 플라스틱으로 쌀을 만들어 유통시키고 사과표면을 붉게 하기 위해 유해한 약을 사용한다. 망고를 잘 익고 맛있는 것처럼 보이려고 석회를 사용하였다가 섭취한 사람들의 입이 마비되는 문제도 발생했다. 가장 최근에는 중국의 대형 주스 회사들이 썩은 과일로 주수를 만들고 있다는 의혹까지 제기되었다고 한다. 멜라민 사태는 중국뿐만 아니라 세계인을 공황상태에 빠지게 했다. 중국의 식품안전에 대한 불감증은 중국 정부조차 혀를 찰 정도이다.


이제 중국인들조차 중국의 식품을 믿지 않는다. 중국의 제철 채소를 먹느니 수입산을 먹겠다는 말이 나올 정도이다. FTA가 체결되면 중국의 위해식품은 우리의 몸속으로 들어올 가능성이 높다. 2000년에 중국산 냉동꽃게에서 납덩이가 발견됐고 2005년에는 김치에서 기생충알이 발견된 사건을 보면 한중 FTA에 있어서 식품안전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알 수 있다. 2008년에는 고춧가루에 색소를 넣어 부적합 판정을 받은 중국산 다진 양념이 문제되기도 했다.


협상을 어떻게 하느냐에 따라 우리의 식품안전이 위협받을 수도 있다. 수입단계에서 걸러질 것이란 기대는 아예 하지 않는 것이 좋다. 걸러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겠지만 일단 국내로 들어와 유통되고 나면 이미 때는 늦었다고 봐야 한다. 식품에 대한 안전성은 협상단계에서 최대한 엄격한 조건을 제시해야 한다.


단순히 값싼 농산물이 들어오는 문제와는 차원이 다르다. 또한 중국인들이 자국의 식품안전 불감증으로 안전하고 질 좋은 수입식품을 좋아하기 때문에 한국의 안전하고 질 좋은 농산물이나 식품으로 중국 시장에 경쟁력이 있다는 논리로 접근하거나 중국의 내수 식품시장 성장이 매년 평균 24%이고 2011년 기준 1030조원이라는 막대한 시장규모 때문에 매력적이라는 섣부른 판단을 해서는 안된다. 중국과의 FTA가 체결되는 순간 국내 농산물이나 식품은 가격 경쟁력에서 중국에 밀리고 식품안전도 위협받게 된다.

 
중국 정부도 통제하지 못하는 위해식품의 문제를 우리 정부가 검역 단계에서 완전하게 차단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중국 내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한국에 최대한 많이 수출하기 위해 기준에 어긋나는 농산물을 갖가지 방법으로 통과하려고 할 것이다. 

 
가장 큰 문제는 농산물 가공품이다. 중국 내에서도 농산물 가공과정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다. 높은 기준을 가지고 있는 우리 현실에는 턱없이 부족할 뿐만 아니라 위해요소라도 제대로 차단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농산물은 외형상으로 어느 정도 문제를 찾아낼 수 있지만 농산물 가공품의 경우에는 전혀 그렇지 못하다.


최근에 끝난 제7차 협상에서 한중 FTA 1단계 협상기본지침이라 할 수 있는 모델리티(Modality)상은 타결됐다. 이제 농산물과 일부 제조업 분 등 민감 품목의 보호가 가장 큰 관건이다.  하지만 협상방향을 지켜보면서 가장 안타깝게 생각되는 건 어떻게 하면 물건을 많이 팔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는 것이다. 지금 당장 수출이 어려워도 시행착오를 겪어가며 판로를 개척할 수 있다고 하지만 위해식품이 우리 시장에 깔리고 이미 섭취한 후라면 되돌릴 수 없다.


한중 FTA 체결과정에서 중국의 식품안전 현실을 들여다보아야 한다. 식품안전은 경제성이라는 측면에서 접근할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