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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칼럼>한식세계화의 과제

몇 년 전 영국에 체류할 때 우리 음식이 먹고 싶어서 런던 시내 이곳저곳을 헤맨 적이 있다. 런던의 최대 번화가라고 할 수 있는 옥스포드 서커스 대로에서는 당연히 발견할 수 없었고, 그 뒤 골목 어딘가 분식집에서 비싸게 한 끼를 해결한 적이 있었다.


외국에 장기간 체류하는 한국 사람들에게 한국 식당은 반가움의 대상이다. 재료를 대충 구입해  직접 만들어 먹는 경우도 있지만 손이 많이 가는 음식은 식당을 찾게 된다.

 

그나마 한국 사람들이 많이 체류하는 곳이 아니라면 한국식당을 찾는 것은 매우 힘들다. 그래서 결국은 그나마 가장 비슷하고 주변에서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일본식당이나 중국식당을 찾는다.


한식세계화를 위한 정책은 긴 안목을 가지고 수립되어야 한다. 정책에 대한 효과가 지금 당장은 나타나지 않더라도 지속적으로 집행하다보면 변화는 생긴다. 물론 한식세계화는 다양한 분야의 한류 및 관련 분야와 연계되어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한식세계화는 상당히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 집중적인 홍보나 행사를 통해서 단 시간 내에 그들의 입맛을 사로잡을 수도 없을뿐더러 설사 우리 한식이 알려졌다 하더라도 그들이 먹고 싶을 때 쉽게 먹을 수 있는 환경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홍보는 지속적으로 하되 과다한 예산을 써가면서까지 홍보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단발성 홍보 역시 지양해야 한다.


예를 들어 유명인에 의존하는 홍보 효과가 작은 것은 아니겠지만 유명인이 광고 속에서 먹는 한식 그대로 먹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광고를 보고 한 번 먹어 본 다음에 지속적으로 찾는다는 보장도 없다.    


다음으로 한식세계화를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우리 한식에 대한 접근 가능성을 개선하여야 한다. 외국인들이 광고를 보고도 쉽게 찾지 못한다면 그야말로 그 광고는 의미가 없다.


해외에 나가서 한국사람 조차 한식당을 찾기가 힘든 상황에서 외국인들이 한식을 즐겨찾기 바라는 것은 무리가 아닐 수 없다. 하지만 이러한 인프라를 구축하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국가에서 식당을 운영할 수도 없는 일이고, 한식당을 운영하도록 지원하는 것도 한계가 있다.


이런 점에서도 지속적인 정책이 필요하다. 개인적으로 생각할 때 분명한 것은 지금 해외에서 한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교포나 외국인들의 인프라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결국 외국인들은 그 식당을 이용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식의 개선도 필수불가결하다. 한식의 내용은 변화시키지 않으면서도 간편하게 먹을 수 있도록 한식에 대해 끊임없이 연구하고 한식 상품 개발에 투자해야 한다.


일본의 ‘스시’가 외국인들에게 인기가 많은 것은 간편성과 깔끔함에 있다.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길을 걸으면서도 먹을 수 있기 때문에 도심 한 가운데서 인기가 많다. 한식에도 충분히 접목할 수 있는 부분이 많다고 생각한다.  

 
중국 음식의 경우에는 간편함과는 거리가 좀 있는 것으로 보인다. 우리 음식만큼이나 손이 많이 가기 때문이다. 중국음식의 세계화는 사실 음식 특성에 비롯된 것이 아니라 중국 인구가 전 세계에 많이 분포되어 있다 보니 각 지에서 그들의 식당이 퍼지게 되면서 외국인들이 접할 기회가 많이 생겼다고 보아야 한다. 어느 정도 부수적으로 확산되기는 했지만 현재에 이르기까지 세계인들이 즐겨 찾는 음식으로 자리매김을 한 것은 한식세계화에 있어 참고할 필요가 있다.   

 
일본과 중국 음식 외에도 인도, 베트남이나 타이 음식 등은 세계적으로 인기가 있는 음식이다. 일본을 제외한 다른 국가와 비교해보면 우리의 한식세계화는 거의 후진국 수준이다.


이들 국가를 보면 정책적으로 자국 음식을 세계화한 것은 아니다. 오히려 자국 음식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자 더 적극적으로 홍보하고 지원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의 경우에는 한식의 가치와 비교해볼 때 세계화 사업이 늦은 감이 있다. 한식세계화의 효과도 거의 아시아권에 머물러 있는 수준이다.


한식세계화가 부진하다고 하여 여기서 접어서도 안 되고 접어야 할 일이 아니다. 다양한 방법을 통해 좀 더 많은 사람들이 한식을 접할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직접 먹어보는 것이 제일 좋지만 인터넷이나 SNS 등을 통해 쉽게 접할 수 있도록 하고, 호기심을 가질 수 있도록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