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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로문 칼럼> 식품산업진흥은 농림수산식품부에 맡겨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는 농림수산식품부를 ‘농림축산부’로 개편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을 총리실 소속의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승격시키면서 농식품부의 식품분야를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관하겠다고 결정했다.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의 ‘불량식품 근절’이라는 공약실천에 대한 의지를 읽을 수 있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지만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관하는 것이 타당한 것인지 의문이 아닐 수 없다.


필자는 이미 첫 번째 칼럼(‘식품안전 일원화가 시급하다’)에서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아직 명확히 알 수는 없지만 식품분야 전체를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관장하도록 한다면 심각한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식품분야의 이관에 대해서는 농축산업계가 반발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이러한 개편안은 국회의 심사과정에서도 난관으로 작용할 소지가 매우 크다.


백번 양보해 식품안전부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맡는다 해도 식품산업부문은 농식품부에 남겨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여기에는 다음과 같은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농업의 미래는 고부가가치 식품산업과 얼마나 연계하느냐에 달려있다. 단순히 먹거리로써의 농산물을 생산하는 것만 가지고는 농업의 미래를 찾을 수 없다. 박근혜 당선인도 공약에서 이러한 점을 강조한 바 있다.


우리 농업이 과거의 답보상태를 벗어나 어느 정도 농업의 새로운 길을 모색하고 미래의 성장산업으로써 기틀을 마련하고 있는 것도 농업의 고부가가치성을 발견하였기 때문이다.


현 정부에서 농식품부로 개칭하고 식품산업진흥업무를 농식품부의 소관으로 한 것도 바로 이러한 이유 때문일 것이다. 식품부문을 식품의약품안전처로 이관한다면 농산물의 생산을 고부가가치 식품산업으로 연계하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둘째, 고부가가치 농업을 식품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서는 농산물의 생산·가공·판매가 연계성을 가지고 유기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농촌에서 생산만 할 뿐 제3지(地) 또는 제3자의 손에서 가공.판매되는 것이라면 농업의 식품산업진흥과는 거리가 멀어진다.


농산물을 생산하는 주체가 생산물의 특징을 가장 잘 이해하고 수확 후 최단 시간 내에 가공할 수 있기 때문에 신선함을 최대한 유지할 수 있다. 유통단계가 축소돼 소비자물가도 안정된다. 이처럼 생산지에서 가공하여 판로를 개척하는 것이 농업인에게는 물론 소비자에게도 훨씬 유익하다.


정부는 농산물의 생산이 현지에서 가공되고 농업인들이 판로를 확보할 수 있도록 정책적으로 지원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농식품부에서 식품분야를 떼어버린다면 생산과 가공.판매가 단절될 뿐만 아니라 설사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이를 대신한다 하더라도 연계효과는 반감될 수밖에 없다.


부수적으로 생산.가공.판매가 연계되면 농산물 이력 추적관리도 실질적이고 효율적으로 기능할 수 있다. 생산이 가공과 분리된다면 이력정보 관리의 연계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셋째,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식품부문행정을 모두 관장한다면 식품안전의 효율성에는 기여할 수 있을지 몰라도 식품산업에 대해서는 ‘육성’보다는 ‘규제’ 에 치중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의 식품관련 업무에 대한 농식품부와 식약청의 업무 성격만 보아도 충분히 짐작이 갈 것이다. 농식품부가 식품산업진흥에 초점을 맞춘 반면 식약청은 주로 식품안전, 즉 규제 중심이었다.


식품산업진흥이나 발전 분야에서는 농식품부가 그동안 know-how를 충분히 축적한 만큼 식품부문을 일괄해 이전하는 것보다는 농식품부가 전문성과 경험을 충분히 살릴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불량식품을 척결하기 위한 것이 목적이라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역할은 식품산업의 발전 및 육성보다는 식품의 안전성 확보를 위한 방안 마련에 중점을 두어야 한다.


특히 수입식품의 관리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최근 국민권익위원회가 수입식품의 안전성 확보 및 위해 수입식품 관리 개선방안을 마련해 식약청과 관세청에 권고한 것을 고려한다면 그 역할이 더더욱 분명해진다. 


국회의 심사과정에서 농식품부를 중심으로 한 식품안전 일원화가 달성되지는 못한다 하더라도  최소한 식품산업부문은 농식품부에서 계속하여 관장할 수 있는 결론이 도출될 수 있기를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