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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J제일제당·삼양사 밀가루 담합, 삼립에 15억 배상

대법원, 중간소비자 손해 첫 인정

가격 담합을 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된 밀가루 생산업체에 중간소비자인 제빵업체의 손해를 배상하라는 대법원의 확정판결이 나와 밀가루 값 담합으로 피해를 본 다른 제과·제빵업체는 물론 일반 소비자들도 소송을 통해 손해를 배상받을 수 있는 길이 열렸다.

이번 판결은 담합과 관련해 최종소비자가 아닌 중간소비자에 대한 책임을 대법원이 인정한 최초의 판결로 향후 밀가루와 설탕 등 원료업계는 물론 전자, 자동차 등 중간단계를 많이 거치는 산업에서 유사 소송이 잇따를 것으로 전망된다.

대법원 2부(주심 김용덕 대법관)는 제빵업체 삼립식품이 밀가루 생산업체인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상대로 “가격 담합으로 인한 피해를 물어내라”며 제기한 소송에서 일부 승소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3일 밝혔다.

배상액은 CJ제일제당이 12억4000만원, 삼양사가 2억3000만원을 내야 한다. 삼림식품 외에 다른 제빵업체들이 소송을 제기하면 배상액은 더 커진다.

공정위는 2006년 4월 CJ제일제당과 삼양사 등 국내 밀가루 생산업체 8곳이 2001년부터 5년간 조직적으로 생산량과 가격을 담합한 사실을 적발했다.

공정위는 이들 기업이 소비자들에게 4000억원 이상의 손해를 끼친 것으로 추정된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434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이들 업체로부터 밀가루를 공급받아 빵을 만들었던 삼립식품은 자발적인 배상 요청 공문을 발송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자, 같은해 11월 CJ제일제당과 삼양사를 상대로 38억원 규모의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재판부는 "피고들을 포함한 담합사들이 도매상에 대한 공급가격을 담합하면서 원고를 포함한 대량수요처에 대한 밀가루 가격도 인상된 만큼 공정거래법에 따라 원고가 입은 손해를 배상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한 원심은 위법함이 없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이어 "피고들이 원고에게 장려금을 지급했고 원고가 인상된 밀가루 가격의 일부를 소비자에게 전가한 만큼 손해배상 액수를 일부 감액한 원심의 조치는 손해배상책임 제한에 관한 법리를 오해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1ㆍ2심 재판부는 경제학적 모형을 사용한 감정인의 전가액 분석을 통해 삼립식품이 밀가루 부당 인상분 가운데 15억원 가량을 떠안게 됐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