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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식품부·식약청 밥그릇 싸움 10년

골목상권 3만 정육점 위기, 일원화로 풀어야

정육점서 수제 돈가스·햄·소시지 취급토록

경기불황이 장기화 되면서 자영업자들의 저소득과 대량 폐업 등이 사회문제로 떠오른 가운데, 정육점도 최근 3년간 5000여개가 늘어 전국적으로 3만개에 육박하고 있다. 한편 지난 10월에는 한우전문기업 ‘다하누’가 영세 정육점 3~5개에 해당하는 100평 이상의 규모로 이른바 '고기 양판점'이라 할 수 있는 'AZ쇼핑'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추진키로 하고 2015년까지 가맹점을 300개까지 늘리겠다고 발표했다.

이에 따라 골목상권의 영세 정육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것이라는 우려와 함께, 정육점 위기도 농·식품 안전관리 일원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림수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 서규용 장관은 지난 3일 경기도 여주를 방문해 정육점에서 고기 가공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해 돈가스, 햄과 소시지를 직접 가공, 판매할 수 있게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현재 정육점에서는 고기를 잘라 파는 것만 가능한데, 앞으로 돈가스, 햄과 소시지 등을 가공, 판매하게 되면 식품·유통업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농식품부는 미국의 부처숍(Bucher’s Shop)이나 유럽처럼 수제 햄과 소시지 등 고기를 직접 제조하거나 가공할 수 있도록 규제를 풀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정부가 햄과 소시지 만드는 기계를 정육점에 지원하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다원화된 현행 식품 관리와 감독 체계상 관리부처가 상이해 규제 완화까지는 상당한 진통이 예상된다.

우리나라 농식품 안전관리는 6개 부처, 28개 법률에 근거해 분산관리 되고 있다. 농식품부는 농산물 생산·유통, 축산물 생산·가공·유통·수입, 수산물 생산·수입 관련 안전관리 업무를 관장하고, 식품의약품안전청(이하 식약청, 청장 이희성)은 농산물 수입·가공·유통, 수산물 가공·유통·판매 단계를 관장하고 있다.
따라서 생고기는 농식품부 소관인 ‘축산물위생관리법’ 적용을 받고, 간단히 빵가루를 묻힌 돈가스 등 조금이라도 상태가 바뀐 가공고기는 식약청 소관인 ‘식품위생법’ 적용을 받는다. 적용 법규에 따라 영업신고, 시설·위생 기준 등이 틀려 영세 정육점 대부분이 두 업종을 같이 신고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이에 농식품부는 생산에서 최종소비까지 농·식품 안전관리를 일원화해야 생산자와 소비자 모두에게 이익이라고 주장한다. 반면 식약청은 농축산인 편인 농식품부에 식품 관리와 감독을 맡기면 투명하고 철저한 관리가 이뤄지지 않는다며 전문성과 경험을 갖춘 식약청이 계속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같은 일원화 문제는 사실 10여년 전부터 줄곧 거론돼 왔다. 그때마다 주무 부처인 농식품부와 식약청이 우리 부처를 중심으로 일원화해야 한다며 대립하는 바람에 결국 의견 일치를 보지 못하고 무산됐다. 그래서 식약청에서 식품분야를 분리해 제3의 '식품안전청'을 설립하자는 의견도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렇게 두 부처간 밥그릇 싸움이 계속되는 동안, 영세 정육점들은 돈가스나 양념 갈비, 불고기, 햄과 소시지, 베이컨 등을 취급하면 매출이 늘어나겠지만 갖춰야 할 시설과 표시기준, 준수사항이 너무 복잡해 엄두를 못 낸다고 아우성이다.

농식품부와 식약청은 이번에는 부처 이기주의를 버리고 생산자와 영세상인, 소비자를 위해서 농·식품 안전관리 일원화에 조속히 대의를 모아야 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