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제조회사가 청소년의 독도체험 프로그램을 후원한다고?
언뜻 보기에 서로 어울리지 않는 조합같지만 사이버 외교사절인 반크(VANK)와 경상북도가 공동 주최한 '사이버 독도사관생도' 프로그램은 진로가 작년말 반크에 기증한 1억1000만원을 재원으로 삼고 있다.
`사관생도' 49명이 포항, 울릉도를 거쳐 17일 풍랑이 거세 비록 상륙하지는 못했으나 독도를 참관할 수 있게 된 것은 제반 경비를 진로 측이 부담해 가능했다.
대부분 16-17살의 청소년들은 처음에 술 제조회사가 후원한다는 사실을 알고 '웬 진로?'라며 의아해했다가 설명을 듣고 고개를 끄덕였다.
체험 프로그램에 동행한 진로의 오흥근 마케팅 과장은 "우리 기업이 했어야 할 일을 반크가 대신하기에 우리는 다만 후원할 뿐"이라고 설명하면서 "앞으로 이 자리에 모인 청소년 여러분이 훌륭한 인재로 커 나가 독도를 지키는 일에 앞장서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에 따르면, 작년 6월 미국이 독도의 소속을 미등록 상태로 뒀다는 사실이 알려지자 진로의 일선 마케팅 담당자들로부터 '민족기업'이 나서야 하는 게 아니냐는 의견이 제기되기 시작했다.
1924년 창립 이후 아무리 경영이 어려워도 한번도 외자를 쓴 일이 없었던 점을 자랑으로 삼는 '토종기업'으로서 독도 문제를 마냥 외면할 수만은 없지 않느냐는 것.
이에 따라 진로 측은 8-9월 두 달 동안 특정 자사제품에 한정해 병당 30원을 내놓기로 했다. 한 병 판매액 가운데 30원은 '상당히 큰 금액'이라고 한다.
영업사원들이 전국 3000여개 업소가 판매한 제품을 집계하니 30개들이 11만 상자 분량이었고 액수로는 약 1억1000만원에 이르렀다.
하지만 반크 역시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 전통을 자랑스럽게 여기고 있었다. 창립 때부터 유료회원제로 운영하는 반크에는 그간 후원 기업이 줄을 이었지만 기업의 제품 판매 촉진용으로 전락할 우려가 있고 회원들의 순수한 뜻이 훼손될 수 있기에 기업의 후원을 받지 않는다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다.
진로 측의 모금이 자발적으로 이뤄졌고 그 뜻 또한 순수하다는 점 등을 감안해 고민 끝에 후원을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한다.
반크는 진로의 후원금으로 사이버독도사관학교(dokdo.prkorea.com)라는 사이트를 개설했고, 올해 두 차례에 걸쳐 모두 100명의 초중고생이 독도를 방문하는 프로그램을 마련했다. 이 과정에서 경상북도측도 울릉도와 독도 간 운행에 행정선 '독도 평화'호를 제공하고 현장 설명회를 여는 등 후원자로 참여했다.
오흥근 과장은 "40-50대 아저씨들이 술을 마시며 비분강개해했던 애국심을 젊은 청소년들이 재기발랄한 뜻으로 실현하는 셈"이라면서 "올해에는 기간을 더 늘려 오는 10월까지 한 병당 일정액을 적립하는 운동을 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