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김치는 세계 어디에 가도 어느 정도 규모가 있는 도시라면 어렵지 않게 먹을 수 있다. 한국 식당이 많이 생겨서 그렇기도 하지만 일본식 한국식당 같이 퓨전 한국음식을 파는 식당이 여기저기 생기기 시작한 때문이다. 이제 동남아 중국음식점에서 김치를 서빙하는 것은 기본이 되어 버린 것 같다.
김치는 그 독특한 발효의 맛으로 세계인의 입맛을 사로잡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 몇 년쯤 살며 김치의 매력에 푹 빠져버린 외국인들은 그네 나라에 돌아가서도 그 맛을 잊지 못한다.
이번 해외 출장에서 방문했던 미국인 친구의 집에서 있었던 일이다.
“이 김치 맛을 보고 품평을 해줘봐요”
미국으로 돌아온지 벌써 6년인데 부인은 한국에서 살던 2년을 여태 못 잊어 한다.
그래서 가끔 김치를 만들어 보는데 전혀 한국에서 먹던 맛이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여 오늘은 김치 전문가인 한국친구가 온 김에 평을 해달라는 것이었다.
“배를 구할 수가 없어서 당근을 넣었어요”
김장김치에 배를 썰어 넣던 것을 기억해내고 한국의 배를 구해보려 했다고 한다. 미국의 배는 한국 것과 맛이 다르기 때문이리라.
부인이 만든 김치의 처방은 아시아의 요리모음 책에서 배운 것이다.
부인의 말대로 맛을 보니 김치 맛이 영 이상한 것이 모양에 비해 맛이 없었다.
사실대로 말할 수 밖에 없었다. 부인은 요리책에 써 있는 대로 한 것이라고 했다. 부인이 보여준 요리책은 영어로 된 동양요리책이었는데 김치 양념 구성은 그런대로 맞는 것 같았다. 하기는 남자인 내가 언제 김치를 담가 보았어야지 확실히 말해줄 수 있겠지만 그래도 오랜 세월 먹어왔기에 양념구성은 맞는 것 같다고 말해주었다.
책에 의하면 배추를 썰어 양념에 버무려서 3일간 냉장고 밖에 두었다고 3일 후에 냉장고에 넣는다고 써 있었다.
부인은 아이들에게도 주려고 고춧가루를 덜 맵게 넣어서 맛이 틀릴 거라고 생각하는 것 같았다. 무언지 한가지쯤 조언을 해 줘야만 할 것 같아서 “혹시, 고춧가루를 한국걸 안 써서 그럴까요?”라고 말했다.
그러나 고춧가루는 미국으로 돌아올 때 사서 가져온 것 이라고 했다.
한국 고춧가루… 하지만 6년 전에 가져와서 이 곳의 습도 높은 환경에 놓아 두어 뒀으니 맛이 성할 리가 없었지만 상한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럼 마늘이 덜 들어간 걸 거예요.”라고 말을 바꿔보았다. 하여간 우리는 마늘이 덜 들어가서 그런 걸로 결론을 내렸다. 부인은 마늘을 더 넣으면 아이들이 못 먹을 거라고 걱정이었다.
나는 집에 돌아가서 제대로 된 김치처방을 보내기로 약속했다.
문제는 영자로 된 요리책에 있는 것 같았다.
김치를 만들어 3일간을 냉장고 밖에 두었다 냉장고로 옮긴다고 써 있었는데 영하 일 때와 10℃ 일 때, 30℃ 일 때 각각 밖에 놓아두는 날짜가 다를 터인데 그런 얘기는 없었다.
집에 돌아와서 아내에게 처방을 적어 달라고 하자 “그걸 어떻게 재어 보나요, 그저 손대중에 의해 경험해 온대로 양념 넣는 거지”라고 했다.
난감한 표정이 역력했다.
누군가 세계 각 곳에서 김치 만드는 방법을 기온과 원재료 등을 감안하여 지역 특성과 맞게, 외국인들도 알기 쉽게 정리했으면 좋겠다. 전 세계의 배추와 파, 고추, 마늘 등을 분석해서 김치 만들기에 적합한 품종을 찾아내고 구분해주는 것이다. 한국의 세계 속 비중이 커지고 많은 외국인들이 한국을 경험하면서 김치를 알게 된다. 그 과정에서 김치도 세계화되고 퓨전화 돼 나갈 것이다. 하지만 발효식품인 이상 김치는 장기 보관이 어려울 것이고 그때그때 담가 먹는 것이 최고일 테니 그 방법을 알려주자는 것이다.
김치가 이제부터 한국홍보의 유력한 무기임을 인식하고 투자하여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