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관성 없이 오락가락, 철학도 부재
704만명 미래 동량위한 마스터 플랜 절실
정치논리 배제, 질적 선진화 추구해야
▒ 정치논리로 시작된 급식 정책
학교급식은 건강한 국민 육성을 위한 교육의 일환으로 양질의 급식을 저렴하고 안전하게 제공해야 하며 올바른 식생활 교육과 병행돼야 하는 것이 기본 원칙이다. 그러나 초등학교 급식은 제14대, 고등학교 급식은 제15대 대통령선거 공약으로 추진되었으며, 위탁급식 제도도 1996년 국회의원 선거 공약으로 도입되는 등 정치논리에 의해 내실보다는 실적위주로 추진돼왔다. 2003년부터 전국 1만여 개 초·중·고등학교에 | ![]() |
정치인들의 득표를 의식한 무분별한 공약으로 시작된 급식정책은 곳곳에서 문제점을 드러내고 있다. 교육의 일환으로 시작된 급식이지만 교육적 내용은 찾아볼 수 없고 아이들에게 한 끼 식사를 제공하는 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나마도 학교 급식에 대한 학생들의 만족도는 낮은 편이며 잦은 식중독 사고로 인한 학부모들의 불안은 가중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학부모들의 관심과 요구는 급식의 질적 향상으로 모아지고 있지만 현실은 이같은 요구를 충족시키기에 역부족인 상황이다.
▒ 여론에 휘둘리는 급식 정책
학교급식에 대한 정부의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이 없는 가운데 정부의 정책은 여론에 따라 오락가락하는 모습을 보여 왔다. 대표적인 경우가 운영방식에 대한 정책의 혼선이다.
정부는 당초 선거공약에 의해 준비되지 않은 가운데 학교급식 확대 정책을 무리하게 추진한 것이 사실이다. 예산이 확보되지 않은 가운데 정치논리로 추진된 확대 정책은 결국 위탁운영 제도를 탄생시켰고 거액의 시설투자비까지 투입한 위탁운영 업체들은 학교급식의 양적 성장에 1등 공신 역할을 하게 됐다.
그러나 2003년 위탁급식소에서 유난히 많은 식중독 사고가 발생하자 일부 학부모들과 시민단체들은 위탁운영의 문제점을 부각시키면서 위탁급식을 직영급식으로 전환하는 운동을 전개했다.
이 같은 여론에 떠밀려 교육인적자원부는 2003년 7월 ‘학교급식개선 종합대책’을 통해 2007년까지 위탁급식을 직영으로 전환하겠다고 발표했다. 그러자 이번에는 위탁급식 운영업체들이 반발하고 나섰다.
정부가 예산이 없어 민간업체를 끌어들일 때는 언제고 이제 와서 사업기반을 빼앗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주장이었다. 계약이 끝나면 기부채납을 하는 조건으로 거액의 시설투자를 할 때는 특별한 문제가 없는 한 위탁운영을 계속할 수 있다는 전제 하에서였지 몇 년 후에 직영으로 전환될 줄 알았으면 누가 투자를 했겠냐는 것이 업체측의 주장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이번에는 정부가 정부의 정책을 또다시 뒤엎었다. 2003년 11월 18일 당시 고건 국무총리 주재로 열린 학교급식 대책 관계장관회의서 정부는 직영이든 위탁이든 운영방식 선택은 학교 자율에 맡긴다고 공식 발표했다.
이것이 지금까지 나온 정부의 공식 입장이다. 그러나 실제 학교현장에서는 국무총리의 공식발표는 아랑곳 하지 않고 그 이전에 발표한 교육인적자원부의 ‘2007년까지 직영전환’ 방침이 더 유효하게 작용하고 있는 현실이다.
이런 가운데 정치권에서는 또 정부의 정책과는 상반되게 학교급식의 운영방식을 직영으로만 하도록 못을 박는 학교급식법 개정안을 발의해놓고 있어 더욱 더 혼란을 가중시키고 있다.
▒ 기본에 충실한 종합적인 마스터 플랜 세워야
학교급식의 수요자는 학생이다. 교사도 아니고 학부모도 아니고 교육 당국자도 아니며 정치인은 더더욱 아니다. 700만명이 넘는 미래의 동량들이 무려 12년 동안이나 이용하는 것이 학교급식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급식에 관한 정책은 일관성이 없을 뿐만 아니라 철학도 없다. 60만 대군의 10배가 넘는 학생들이 수급의 대상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군대급식에 비해 학교급식의 정책은 부실하기 짝이 없다.
주무관청인 교육인적자원부에 학교급식을 담당하는 직원은 고작 두세 명에 불과하다. 그나마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제대로 된 정책을 기대하는 자체가 무리다.
게다가 학교현장에서는 납품업체들과의 유착으로 인한 비리 사례가 빈발하고 있고, 식중독 발생 우려 등으로 학교급식을 업무에 큰 부담으로만 인식하고 있지 진정 학생들을 위한 교육적 차원으로 접근하는 경우는 드물다.
학부모들 역시 현실적인 문제는 염두에 두지 않고 무조건적인 질적 향상만 기대하고, 또 요구를 하고 있다. 어느 한쪽도 철학을 갖고 종합적인 시각에서 미래지향적인 대안을 제시하는 쪽이 없다.
이제는 공급자 중심의 학교급식에서 수요자인 학생들을 위한 학교급식이라는 기본에 충실하면서 질적 향상과 과학적 관리를 도모하는 선진화된 학교급식으로 거듭나야 할 때다. 그리고 모든 정책은 이를 바탕으로 종합적으로 재검토 내지는 수정될 필요가 있다.
교육의 일환이라고 해서 교육부에만 맡겨놓을 것이 아니라 농림부와 보건복지부 등 범정부적인 협조와 지원 시스템이 구축돼야만 학교급식 본래의 취지를 살리고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김병조 편집국장/bjkim@fe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