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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음료 '충치·비만' 빨간불

소비자원 "대형마트 판매 17종 모두 산성도·당함량 높아"

뽀로로, 짱구, 로보카 폴리 등 어린이들에게 인기 많은 만화캐릭터를 앞세워 국내 식품·제약업체들이 앞 다투어 출시한 ‘어린이음료’가 치아손상 및 충치를 발생시키고 비만을 부를 가능성이 큰 것으로 드러났다. 

대형마트에서 팔리고 있는 모든 어린이음료의 산도(pH)와 당 함량을 측정해보니, 모두 탄산음료만큼 산성도가 높을 뿐 아니라 당을 주성분으로 만들었다는 게 확인됐기 때문이다. 

3일 한국소비자원은 대형마트에서 팔리는 어린이음료 17종에 대한 산도 및 당 함량, 세균증식 시뮬레이션 시험 등을 실시한 결과를 발표했다. 

어린이음료 품질 확인 배경으로 소비자원은 “최근 뽀로로, 짱구, 로보카 폴리 등 만화캐릭터를 내세운 어린이음료들이 많은 인기를 끌고 있으며, 많은 부모들이 어린이음료는 일반 음료에 비해 어린이 건강에 좋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지고 구매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충치 위험…17종 모두 콜라·사이다 수준 

어린이음료 17종의 산도 측정 결과, 17종 모두 콜라와 사이다 등 탄산음료(pH 2.4~3.3)와 큰 차이가 없는 pH 2.7~3.8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소비자원은 “pH가 낮다는 것은 산성도가 높다는” 뜻이라며 “산도가 낮은 pH 5.5 이하 상태가 지속되면 치아의 보호막인 에나멜 층이 손상되어 충치가 발생하기 쉽다”고 경고했다.

소비자원은 산도를 낮게 한 이유로 제조업체들은 “맛을 좋게 하고 청량감을 높인다는 점을 제시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러나 소비자원은 “어린이들의 경우, 치아가 미숙하고 어른에 비해 상대적으로 음료를 입에 오래 머금고 있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고려하여 치아손상이나 충치 발생 가능성을 줄이는 방향으로 어린이음료를 개발하는 노력이 필요하다”며 제조업체들의 각성을 요구했다.  

‘쿠우오렌지’ 등 4종…고열량·저영양 식품

어린이음료는 치아손상 및 충치뿐 아니라 어린이들에게 비만을 초래할 위험도 적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조사 대상 제품 17종 모두 당이 주성분이었고, 일부 제품은 당 함량이 매우 높았기 때문이다. 

17종에 대한 당 함량 분석 결과, 주성분이 모두 설탕·과당 등 당이었다. 게다가 상당수 제품이 단맛을 더 내기 위해 감미료 등을 섞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소비자원은 “특히 코카·콜라음료(주)의 ‘쿠우오렌지’(38g), (주)농심의 ‘카프리썬 오렌지맛’(23g), (주)상일의 ‘유기농아망오렌지’(21g), 조아제약(주)의 ‘튼튼짱구’(20g) 4개 제품은 1병당 당 함량이 17g을 초과해 어린이 비만을 초래할 우려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식품의약품안전청이 고시(제2009-86호)한 ‘고열량·저영양 식품 영양성분 기준’을 보면, 1회 제공량의 단백질 함량이 2g 미만인 어린이음료 가운데 당 함량이 17g을 넘으면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하고 있다. ‘쿠우오렌지’ 등 4개 어린이음료는 고열량·저영양 식품인 셈이다. 

‘어린이 식생활안전관리 특별법’에 따라 고열량·저영양 어린이 기호식품은 학교 매점과 학교 인근 슈퍼마켓, 편의점, 문방구 등에서 팔 수 없다. 또 어린이 프로그램 중간과 어린이들이 주로 TV를 보는 오후 5~7시대 광고도 금지된다. 

‘튼튼짱구’ 당함량 표시…조아제약 꼼수

1병당 당 함량이 17g을 초과한 고열량·저영양 어린이음료 4종 가운데 조아제약의 ‘튼튼짱구’는 1회 제공량 표시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소비자원은 지적했다. 

‘튼튼짱구’ 1병 전체 용량(300㎖)이 아니라 “그 절반인 150㎖를 ‘1회 제공량’으로 표시하면서 당 함량을 20g이 아닌 10g으로 표시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는 것이다.  

이처럼 조아제약은 ‘튼튼짱구’가 ‘고열량·저영양 식품’으로 분류되지 않도록 당 함량이 실제보다 적은 것처럼 표시하는 ‘꼼수’를 두어, 학교 매점 등에서의 판매금지나 TV광고 제한 규제를 교묘히 피하고 있다고 소비자원은 꼬집었다. 

하지만 조아제약은 ‘튼튼짱구’의 1회 제공량 표시가 식약청 고시(제2011-67호) ‘식품 등 표시기준’에 벗어나지 않아 문제가 없다는 주장을 펴고 있다. 

‘식품 등 표시기준’에 따르면, 혼합음료의 1회 제공량은 133~399㎖ 범위 안에서 정하도록 하고 있어, ‘튼튼짱구’ 1병의 절반인 150㎖를 1회 제공량으로 표시해도 법 위반은 아니라는 게 조아제약 쪽 주장이라고 소지자원은 전했다. 

소비자원은 “그러나 통상적으로 음료 1병이나 1캔은 한 번에 마시는 것으로 인식하고 있으므로 전체 용량인 300㎖를 ‘1회 제공량’으로, 영양성분 함량을 표시하는 것이 적절하다”면서 ‘쿠우 오렌지’ ‘깜찍이 밀크아이스크림향’ 등 “다른 어린이음료들도 300㎖ 전체를 ‘1회 제공량’으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서 “조아제약은 ‘튼튼짱구’의 경우 금년 2월6일자로 단종되었기 때문에 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튼튼짱구’는 유통기한이 12개월이라서 내년 2월까지는 시장에 유통될 수 있기 때문에 소비자들에게 정보를 제공해줄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남은 음료 상온보관…배탈·설사 유발 우려

소비자원은 마시고 남은 어린이음료를 상온에서 보관하면, 내용물이 변질돼 배탈 및 설사를 유발할 수 있음을 경고했다. 

많은 제품이 “뚜껑 윗부분을 손으로 잡아 올린 후에 빨아 마시고, 마시지 않을 때는 다시 닫을 수 있는 ‘피피캡’으로 되어 있”기 때문이다. 

소비자원이 조사한 17개 어린이음료 가운데 13개 제품이 여러 번에 걸쳐 나눠 마실 수 있도록 ‘피피캡’을 적용했다. “그러나 이러한 경우 음료를 마실 때 침이 내부로 들어가 상온(25℃)에서 4시간 이상 보관하면 세균이 크게 번식하게 된다”는 게 소비자원 설명.  

소비자원은 “실제 실험 결과, (25℃에서) 4시간이 지나자 1㎖당 일반세균수가 100만CFU(세균계수단위)를 넘어서 미생물학적으로 초기 부패 상태가 되었다. 특히 33℃에서는 3시간만 지나도 초기 부패단계로 진입하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덧붙였다. 

소비자원의 세균 시뮬레이션 시험 결과는 낮 기온이 25℃를 훌쩍 뛰어넘는 최근부터 어린이음료를 상온에 3~4시간 보관하면 상할 위험이 있으며, 무더운 여름일수록 부패 가능성이 더 높음을 보여준다. 

‘로보카 폴리 포도’ 등…‘식품 등 표시기준’ 위반

일부 어린이음료는 ‘칼슘’이나 ‘비타민C’ 등을 첨가했다고 강조하면서도, 뒷면에 강조한 영양성분 함량 표시가 없어 ‘식품 등 표시기준’을 위반한 것으로 조사됐다. 

식약청 고시 ‘식품 등 표시기준’에 따르면, 제품 포장에 특정 영양소를 함유했다고 강조한 경우, 소비자가 관련 정보를 확인할 수 있도록 해당 영양성분 함량과 영양소기준치 비율(%)을 뒷면에 표시해야 한다.  

소비자원은 “그러나 표시실태를 확인한 결과, 로제트의 ‘디보키즈업홍삼음료 트로피컬’은 비타민C에 대해, 건강마을의 ‘로보카 폴리 포도’는 칼슘에 대해 제품 표면에 강조하여 표시를 해놓았으나, 뒷면에 구체적인 함량을 표시하지 않아 식품표시기준을 준수하고 있지 않는 것으로 드러났다”고 꼬집었다. 

이 같은 어린이음료 분석 결과에 대해 소비자원은 “‘튼튼’ ‘홍삼’ 등 건강기능식품처럼 표시돼 있더라도 일반 기호식품인 음료에 불과하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해야 한다”며 소비자들의 인식변화 필요성을 강조했다. 

소비자원은 식약청 ‘고열량·저영양 식품 판별 프로그램’(http://kfda.go.kr/jsp/page/decintro.jsp)을 활용한 고열량·저영양 식품 구매 자제와 미시다 남은 음료 냉장보관, 각별한 어린이 치아관리 등을 당부했다. 

이어서 어린이음료 제조업체들에겐 소비자들이 충분한 정보를 토대로 제품을 선택할 수 있도록 ‘식품 등 표시기준’ 준수를, 식약청에는 ‘식품 등 표시기준’ 위반업체 2곳에 대한 행정조처와 ‘1회 제공량’ 기준 보완 등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올바른 치아 관리법


어린이음료를 마신 직후 가글을 하거나 30분 뒤 양치질을 한다.


◦ 어린이음료의 강한 산성성분이 치아표면에 뭍은 채 양치질을 할 경우, 치아 표면에 입혀진 막의 부식을 촉진 시킬 수 있다.


◦ 호주의 소비자 전문 저널인 <선택>(CHOICE) 2010년 7월호는 음료를 마신 후 물이나 양치액으로 가글을 하거나 30분 정도가 지난 후 양치질을 하는 게 좋다고 권고하고 있다.


※음료를 마시면 입안이 산성으로 변하는 동시에, 강한 산성 성분이 치아표면에 입혀진 에나멜층의 손상을 일으킨다. 이때 침 성분으로 인해 30분 정도 지난 다음 다시 치아 표면에 에나멜층이 입혀진다.